주간동아 450

2004.09.02

파리 수복 60주년 그 감격이여!

시내 곳곳서 8월25일 그날 기쁨 재현 … 전쟁의 실상 평화 소중함 새 세대 전수

  • 파리=지동혁 통신원 jidh@hotmail.com

    입력2004-08-27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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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프랑스 전역에서는 ‘프랑스 만세’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 하에 신음하던 프랑스 국민들이 연합군과 국군이 파리를 수복했다는 소식에 들떠 하나같이 거리로 뛰쳐나왔던 것이다. 1940년 6월 독일군이 파리에 입성한 지 4년 만에 되찾은 자신들의 수도였다. 요즘 파리 시내 곳곳에서는 8월25일 ‘파리 수복 60주년’을 맞아 당시의 기쁨을 재현하는 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선 파리 수복의 역사를 회고하는 전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파리시는 시내 20개 구의 주요 지역에 60개의 기념 기둥을 설치해 당시 정황을 설명하는 각종 자료와 사진들을 전시했다. 기념 기둥에는 조명도 달아 야간에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이 기념 기둥들은 파리 시민들의 눈길을 끌며 당시 역사를 돌이켜보게끔 하는 교육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같은 전시 내용이 파리 르클레르기념관에서 6월부터 10개월간 특별 전시되고 있다.

    시민들 자발적 참여 해방감 체험

    또한 파리시는 젊은 세대들의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관내 초·중·고등학교와 시립도서관에 파리 수복에 관한 영상 자료를 배포하기로 했다. 파리 수복의 역사적 배경과 연합군의 활약, 레지스탕스의 활동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상을 통해 전쟁의 실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6월16일에는 파리시청에서 ‘파리 해방의 숨겨진 이면’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됐고, 24일에는 생 위스타슈 성당에서 레지스탕스 음악인들을 추모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파리 수복 60주년 기념식은 8월25일 저녁 파리시청 앞 광장에서 거행될 예정.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을 비롯해, 정부 요인들과 퇴역 참전용사들이 참석한다. 이 기념행사에서는 파리 해방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며, 당시 분위기를 재현할 군용차와 전차 퍼레이드도 이어질 계획이다.



    한편 이날 바스티유 광장에서는 파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 ‘리베르테-리버티(자유-자유)’가 열릴 예정이다. 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축하공연이 끝난 뒤에는 시민들이 1940년대풍 차림으로 당시 유행했던 스윙 음악에 맞추어 흥겹게 춤추는 시간도 마련해 당시의 해방감을 체험해본다는 취지다. 파리시는 이날 무도회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두 달 동안 스윙 댄스를 무료로 강습하기도 했다.

    또한 파리시는 이날 축제를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센 강변의 ‘파리 비치’에 ‘자유-자유’ 축제 코너를 마련해 간이무도회를 시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축제에 관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축제 분위기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노력이다.

    8월26일 오전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추기경 집전으로 파리 수복 60주년 기념미사가 거행된다. 이 역시 60년 전 같은 날 치러진 파리 수복 기념미사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 계획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들은 모두 60년 전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해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체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역사를 회고하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기념행사의 본질에 충실한 접근방식이라고 하겠다.

    프랑스는 파리 수복이 프랑스 국민들의 자발적인 레지스탕스 운동에 힘입어 얻은 승리라고 여기며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때문에 프랑스는 연합군의 힘으로 이루어진 노르망디 상륙작전보다 파리 수복에 더욱 큰 비중을 두어 기념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마련된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제외하더라도, 파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당시 전쟁영웅과 레지스탕스 운동가의 이름은 지금도 거리와 지하철역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또 여전히 각종 기념일을 만들며 이들의 이름을 새로운 지명으로 채택하는 행사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파리 수복 60주년을 기념해 파리 시내 거리 1곳과 소공원 2곳, 광장 1곳에 유공자와 희생자의 이름을 따 새로운 지명을 명명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한편 시내 도처에는 전쟁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수많은 기념 표지판과 기념비, 기념물 등이 세워져 지금도 그들의 명복을 기리고 있다. 현재 파리시에 설치된 기념 표지판 중 제2차 세계대전을 기념하는 것만 해도 1000여개에 달할 정도다. 거리 구석구석에, 건물의 벽이나 입구에, 그리고 지하철역 구내 등 곳곳에 걸려 있다. 전쟁 직후 전쟁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친구들이 애도의 의미로 설치해놓은 것이 기념 표지판 설립의 시초인데, 지금은 파리시가 기념 표지판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며 각종 기념일에 꽃으로 장식하고 있다.

    전쟁 세대 희생 업적 되새겨

    파리 수복 기념행사 이외에도 올해 프랑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회고하는 각종 행사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6월6일 노르망디 해안 일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행사’에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영국 블레어 총리, 슈뢰더 독일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17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특히 독일과 러시아는 전후 최초로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로써 전쟁역사 청산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전 세계 언론들은 반세기 전, 전쟁으로 얼룩졌던 유럽이 감정의 앙금을 걷어내고 화합된 모습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자리라고 해석했다.

    이 행사에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파리 수복 6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프랑스 국민들은 60년 전 전쟁의 역사를 되새기며 오늘날의 자유와 평화가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다. 특히 프랑스 국민들은 이번 기념행사를 조국의 주권 수호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전쟁 세대의 업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바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란 점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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