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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수사몰이 재탕 or 고비처 견제용?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공기업 수사몰이 재탕 or 고비처 견제용?

공기업 수사몰이 재탕 or 고비처 견제용?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이종백 검사장)의 공기업 및 국책사업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주철현)는 이미 7월 초 군인공제회의 금융투자 비리 수사를 시작하여 공기업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래 8월에는 고속철도 외자를 이용한 선물투자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수2부(부장 남기춘)가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의 ‘정보화촉진기금’ 운영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대출ㆍ주가조작 비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으며, 특수3부(부장 고건호) 역시 국방과학연구소의 군납비리와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의 대출 비리에 수사의 손길을 뻗친 상황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를 중심으로 공기업들의 비리 첩보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현재 3~4개의 추가 대상기업이 검찰 주변에서 회자되고 있다. 앞서 송광수 검찰총장은 “공적인 성격을 띠는 기업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공기업 비리 척결이 불법 대선 자금 수사 이후의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해왔다.

이 가운데 세인의 관심은 역시 벤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특수2부에 모아진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이래 방만한 기금 운영으로 비판을 받아오던 ‘정보화촉진기금’에 대한 수사이기도 하지만, 지난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저승사자로 이름 높았던 남 부장검사의 중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미 임종태 전 정통부 국장을 비롯하여 7명이 구속됐고 47명에 이르는 전ㆍ현직 공무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수사가 정통부로 확대되어 결국 게이트급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내보이고 있다. 특수2부는 8월19일 정통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직원들한테 용역 수주 등을 부탁하면서 주식을 싼값에 준 혐의(뇌물공여)로 코스닥 등록업체인 ‘제일컴테크’ 전 대표 신모씨(59)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가 확대될수록 역풍 또한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우선 수사 자체가 2년 전 벌어졌던 특수2부 수사의 재탕이라는 점과, 최근 벌어진 감사원 감사 결과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 정통부 역시 “과거에 수사하다 그만둔 사건을 다시 확대한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는 불만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공공기업 수사에 나선 검찰이 초조감도 내비친다. 뚜렷한 수사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대부분의 수사가 이미 감사원을 통해 청와대에서 검토가 이뤄진 수사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이 자체 첩보활동에 의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 실정이다. 앞으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고비처)가 설치될 경우 이 같은 수사가 검찰의 몫으로 남겨지지 못할 것이라는 검찰의 고민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의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이 고비처 출범 직전까지 고위공직자와 공기업에 대한 첩보활동과 정보수집에 매진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자 청와대와의 관계 복원용이라는 해석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어느 선까지 검찰의 공기업 수사가 확대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주간동아 450호 (p12~1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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