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8

2004.08.19

“정부는 벤처 비즈니스에 더 투자하라”

  • 최영일/ 디지털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08-13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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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벤처 비즈니스에 더 투자하라”
    “벤처 비즈니스에 더 투자하라. 이왕 시작했으면 제대로 하라!”

    코스닥 개미군단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이슈가 된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이하 기금)에 해주고 싶은 말이다. 기금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조2873억원이 조성돼 7조4363억원이 사용됐다.

    기금은 정보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도입됐다. 97년까지는 신기술 개발 중심으로 자금이 지원되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벤처기업 육성’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금의 규모가 확대됐다.

    문제는 기금과 관련해 부정과 비리가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 흐름에 맞추기 위해 유연하게 지원될 수 있게 30% 범위에서 자금 전용이 허용되는 등 기금 운용에 맹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간부와 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엄청난 자금이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불법적으로 유용된 것이다. 전체적인 비리 규모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나 천문학적 액수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안은? “먼저 엄정한 수사로 비리의 뿌리를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자금 운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강화해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이 같은 교과서적인 주장은 소도 웃고 갈 말이다. 필자는 벤처기업가의 처지를 강조하고 싶다.

    이미 기금 운영과 관련해 다양한 스크린 절차와 관리 기준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곳간 열쇠지기가 친구들과 결탁해 절차를 가지고 놀았다는 점이다. 결국 규칙을 지킨 정직한 기업들의 자금줄만 조인 셈이다.

    기금 지원은 일부 출연사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장기저리 융자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평가와 승인만 한다. 집행 과정에서 기업가가 보증을 서고, 담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싼 이자라는 점을 제외하면 은행 대출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시중 금리가 낮을 때는 ‘거치 기간’이 있다는 점 외에는 장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구조적 맹점 때문에 여력 있는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쉽게 당겨서(?) 돈놀이 수단으로 기금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생각해보자. 벤처사업 성공률은 10%가 채 안 된다. 그렇다면 10조원의 지원금 중 9조원이 날아가고 1조원만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성공이다. 그런데 단서가 하나 있다. 이 1조원의 성공 가치가 9조원의 손실을 보전하고도 남아야 한다. 그렇다면 핵심은 뭘까? 핵심은 자금 지원과 통제 관리가 아니라 정부가 리스크 관리에 참여,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비즈니스는 감각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드웨어만 바라보지 마라.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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