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2004.07.22

KT ‘파란닷컴’에 포털 ‘적색경보’

5개 스포츠신문 독점으로 업계에 선전포고 … 인터넷 사업으로의 본격 변신 ‘신호탄’

  • 민명기/ IT전략기획가 http://blog.naver.com/therob

    입력2004-07-16 15:5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KT ‘파란닷컴’에 포털 ‘적색경보’
    KT가 인터넷 사업을 통합해 자회사인 KTH를 통해 ‘파란닷컴’(www.paran.com)이라는 새로운 포털 사이트를 내놓는다는 소식이다. KT뿐만 아니라 SK나 CJ 등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 투자계획이 속속 발표되면서 다시 한번 인터넷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도 한국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MS 스티브 발머 사장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국내 통신업체 사장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최근 업계에 나돌고 있는 MS의 한국 포털업체 M&A설에 기름을 부었다. 이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MS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몇몇 업체 명단이 나돌기 시작했다.

    올해 1000억 실탄 준비 ‘막강 화력’

    그러나 ‘다음’과 ‘네이버’ 등 기존업체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MS가 아닌 수년간의 경험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호시탐탐 포털 진입을 노려온 국내 대기업들이다. 포털업계의 수익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적극적인 M&A 가능성만이 남아 있는 것. 이미 SK는 네이트닷컴을 바탕으로 라이코스와 싸이월드를 인수하여 초단기간에 페이지뷰 국내 1위라는 신화를 이룩했고, CJ그룹도 플래너스를 인수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이런 춘추시대의 끝자락에서 KT는 올해 약 1000억원가량의 실탄을 준비하고 기존업체들에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무기는 우선 국내 스포츠신문 5개사와 콘텐츠 독점계약에서 시작됐다. 기존 포털들이 신문기사 콘텐츠 사용료로 각 사에 월 1000만원 남짓 지불하던 관행을 무시해버리고 무려 10배 뛰어오른 월 1억원에 2년간의 독점계약을 체결해버린 것. 이 계약으로만 1년에 무려 60억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KTH 이대호 과장은 “젊은 세대에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스포츠 연예기사를 파란닷컴이 독점 공급할 것이다”며 “한미르는 업계 8위에 그쳤지만, 파란닷컴은 올해 안에 업계 5위, 장기적으로는 1위에 오를 것이다”고 말했다.

    포털 전쟁에 신바람이 난 곳은 단연 콘텐츠 업계. 특히 신문사들은 KTH의 ‘콘텐츠 제값 쳐주기 전략’에 환호성을 지르며 향후 업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스포츠신문 뉴스는 포털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스포츠•연예 관련 기사가 대부분인 데다 선정적인 사진 등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 관련 트래픽이 뉴스 코너의 60∼70%을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포츠신문 뉴스 공급이 끊기는 여타 포털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문제는 왜, 지금 KT그룹이 이 같은 변신을 꾀하느냐는 것. 답은 잘 알려진 대로 KT의 돈줄이었던 전화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KT는 시내ㆍ시외ㆍ국제ㆍ공중전화 등 전화사업의 비중이 무려 70%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시내전화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시외ㆍ국제 전화 역시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격심해졌다. 시내 전화사업에서 KT의 백년 독점체제는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이 가세하면서 무너졌다. 이미 KT는 2014년까지 유선전화 사업을 정리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초고속 인터넷 사업은 하나로통신과 끝없는 이전투구를 계속하고 있는 데다 케이블업자(SO)들의 저가공세는 KT를 더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KT ‘파란닷컴’에 포털 ‘적색경보’
    KT는 몸이 무겁다. 4만여명이 움직이는 거대조직은 태생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 경쟁 민간회사가 몇 주 만에 결정하는 일을 KT에서는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엑스뉴스(www.xnews.co.kr)의 김현기 사장은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KT의 변신은 성공할 수 없다. 인터넷 사업은 민첩성(속도)과 활력, 유연성과 창의성 등의 인터넷 마인드를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예단하기 어렵지만 KT가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 최고의 통신그룹인 KT가 과연 SK의 선례를 따라 인터넷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LG처럼 잘나가던 인터넷 사업(천리안 채널아이 심마니 등)을 몰락시킬 것인지, 지금 업계의 모든 관심은 KT의 파란닷컴에 쏠려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