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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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름 단 우주선 언제쯤 볼 수 있을까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parkstar@unitel.co.kr

    입력2004-07-16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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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미국 우주기지를 떠나 약 35억km를 비행한 우주선 카시니-호이겐스호가 7월1일 토성 궤도에 진입했다. 지금까지 100대가 넘는 행성 탐사선이 발사됐지만 과학자의 이름을 부여받은 우주선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두 명의 과학자 이름을 붙인 우주선이 토성 주위를 돌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 행성 탐사선은 모든 태양계 행성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들에게는‘레인저’ ‘루나’ ‘파이오니어’ ‘서베이어’ ‘아폴로’ ‘마리너’ ‘마르스’ 등 신화에 기댄 비교적 고풍스러운 이름이 붙여졌다. 일본도 1985년 핼리혜성을 탐사하기 위해 두 대의 탐사선을 쏘아올렸는데, 이름은 ‘사키가케’와 ‘슈이세이’다. 한자로 감을 잡자면 선구(先驅)와 혜성(彗星)이다. 사람 이름을 사용한 우주선으로는 89년 미국과 유럽이 공동 발사한 목성 탐사선 ‘갈릴레이’와 미국이 같은 해 발사한 금성 탐사선 ‘마젤란’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덧붙일 중요한 과학자가 있다면 1990년 미국이 지상 610km의 지구 궤도에 설치한 우주망원경 ‘허블’에 이름을 부여한 허블을 들 수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우주선은 아니지만 우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혁신적 인공위성이다. 이 가운데 마젤란은 지구를 처음 일주한 탐험가이지 과학자는 아니다. 그러니 과학자로는 갈릴레이와 허블, 그리고 이번에 새로 붙여진 카시니, 호이겐스 등 단 4명에 그친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의 갈릴레이(1564~1642)가 단연 최고참 선배격이다. 그는 근대역학의 창시자이며 1610년 자신이 제작한 망원경으로 천체를 최초로 관측한 인물이다. 이 망원경으로 그는 최초 발견을 잇따라 토해냈는데, 대표적인 것이 목성에 달이 4개 있으며 그 달들이 목성 주위를 돌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래서 1989년 발사한 목성 탐사선에 ‘갈릴레이’ 이름이 붙여질 수 있었다.

    이번 토성 탐사선에 이름을 부여한 카시니와 호이겐스 역시 천문학자다. 카시니(1625~1712)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프랑스에 귀화해 파리천문대의 초대 대장을 지내며 많은 발견을 해낸 천문학자다. 토성의 띠는 크게 보면 A와 B로 나뉜 두 겹이어서 그 사이 검은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바로 카시니의 발견이었다. 그 후 천문학에서는 이 부분을 ‘카시니의 간극’이라 부르고 있다. 호이겐스(1629~95)는 네덜란드 과학자로 광학을 비롯한 물리학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스스로 렌즈를 갈아 망원경을 만들어 천문을 관측했다. 그는 1655년 토성의 달 타이탄을 발견했다. 이번 발사된 카시니-호이겐스호는 토성둘레 탐사선이 카시니이고, 타이탄 탐사를 위한 부분이 호이겐스로 구분되어 두 사람 이름을 부여받았다.

    이들에 비해 허블(1889~1953)은 약 반세기 전 사망한 미국 천문학자다. 그는 우주팽창설을 증명했고, 그것을 허블의 법칙으로 남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다. 특이한 점이라면 원래 변호사였던 허블은 스물여덟 살에 진로를 180도 바꿔 시카고대학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그 후 위대한 업적을 일궈냈다. 최고의 우주망원경에 허블이란 이름을 부여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우주로 날아오른 갈릴레이 카시니 호이겐스 허블을 보면서 ‘한국인은 언제쯤 우주선에 이름을 부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한국인 과학자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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