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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공근육 시대 ‘눈앞’ 슈퍼맨 꿈 실현될까

미국 등 고분자기술 이용 개발 박차 … 인간의 힘 10배 이르는 전투복 등 군사 분야 획기적 전기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news.co.kr

인공근육 시대 ‘눈앞’ 슈퍼맨 꿈 실현될까

인공근육 시대 ‘눈앞’ 슈퍼맨 꿈 실현될까

인공근육은 근위축증 같은 불치병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슈퍼맨이 아이들의 영웅이던 시절이 있었다. 목에 망토를 두르고 ‘슈퍼맨~!’을 외치는 꼬마 용사들은 대개 높은 언덕에서 뛰어내리며 자신의 용기를 자랑했다. 당시 아이들에게 목에 두른 망토는 초인적인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무기였다.

그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 오늘까지도 아이들의 꿈은 대개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것. 이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인공근육의 실용화가 머지않았다는 소식이다.

사람의 근육은 몸이 보내는 전기신호에 따라 적절하게 수축 이완을 반복하면서 힘을 만들어낸다. 물건을 들고 줄을 당기는 힘도 바로 근육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실제 근육의 수축률은 20% 정도. 근육의 길이가 10cm라면 신호에 따라 8cm로 줄어들었다가 10cm로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근육처럼 신호에 따라 크기가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인공근육도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개념이다. 그리고 이 계획은 전기활성 고분자가 개발되면서 점차 구체화됐다.

전기활성 고분자는 간단하게 말하면, 전기신호에 따라 길이가 조절되는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을 가리킨다. 전기신호를 입력하면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물질에 따라 전기신호뿐 아니라 화학물질이나 이온 등 다양한 조건에 반응해 길이가 변하기도 한다. 유전체 고분자나 전도성 고분자 같은 물질이 이런 특징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수·의족 등 의료 분야에도 활용 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들 고분자 기술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전기활성 고분자가 처음 발견됐을 때 길이 변화율은 고작 10%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고분자 안에 탄소나노튜브 조각 등의 불순물을 넣는 방법으로 변화율을 300%로 높이는 획기적인 물질까지 개발했다. 이는 3cm 정도 크기의 물질에 전기자극을 주면 1cm 크기로 줄어듦을 의미한다. 사람의 근육이 20% 정도의 크기 변화를 하기 때문에 현재 수축·이완율만 두고 본다면 사람 근육의 15배를 넘는 물질을 개발한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로 인공근육, 그것도 슈퍼 근육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근육 연구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인공근육을 사용해 군인이 입는 전투복을 만드는 데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근육이 잘 발달된 사람은 힘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인공근육으로 만든 갑옷을 입혀 군인의 힘을 비약적으로 늘려주겠다는 게 미국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현재 미군에서는 우수한 과학자들을 모아 ‘나노테크놀로지 포 솔저스(nano technology for soldiers)’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 연구를 통해 보통 인간의 10배에 이르는 힘을 낼 수 있는 인공근육 갑옷을 개발해낼 예정이다.

또 유전성 고분자 각각의 특성을 사용해 다양한 쓰임새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특히 이온성고분자복합체(IPMC)같이 물을 좋아하는 물질의 경우에는 심해저용 소형 잠수정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IPMC의 경우 수중에서 활성도가 최고조에 달하는데 아주 작은 전기신호만 보내도 활발하게 수축 팽창 운동을 한다. 따라서 IPMC를 해파리 모양으로 만들어 수중에 투입하면 팔을 휘적거리며 자유유영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심해저 환경을 탐사하거나 적진에 몰래 숨어들어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 로봇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실용화 위해선 ‘크기 현실화’ 과제

그렇다고 인공근육의 쓰임새가 비단 군사기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인공근육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근위축증(루게릭병)은 세계적인 우주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앓고 있는 병으로 유명한데, 근육이 점점 위축되어 움직이는 게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호흡에 필요한 근육마저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아직까진 치료법이 전혀 없으며, 병의 선고를 받은 후 5년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 연구가 현실화한다면 이 같은 불치병 치료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불의의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는 경우 인공근육으로 만든 의수나 의족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새로운 의수는 사람의 근육과 섬세하게 이어져 진짜 손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인공근육은 압력센서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전기를 가하면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면 짓눌릴 때 전기신호를 내는 압력센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활성 고분자로 카펫이나 바닥재를 만들어 깐다면 별도의 장치를 하지 않아도 불법 침입을 감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선수용 운동화를 제작할 때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로 이 고분자는 이미 활용되고 있다. 사람이 매트를 밟는 순간의 압력을 측정해서 무게를 분산하는 고기능 신발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입는’ 관절이나 촉각센서 등의 활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근육 기술은 아직 실용화까지 극복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크기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30cm가 넘어야 하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손가락만한 길이가 한계로 알려졌다. 근육의 크기가 커질수록 제어가 어려운 데다, 때에 따라서는 뒤틀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신 마이크로미터(㎛) 밀리미터(mm) 크기에서는 모터 대신에 전기활성 고분자를 사용하는 연구가 무르익고 있다. 고분자의 수축력을 이용해서 곤충처럼 발을 오물오물 움직이는 소형 로봇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3년 내에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근육도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인공근육을 연구하는 그룹에서는 2년 내에 인공팔과 사람이 힘을 겨루는 팔씨름 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과연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아령을 드는 대신 백화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근육을 구입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어린 시절 목에 두르던 마법의 망토가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주간동아 2004.06.10 438호 (p66~67)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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