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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김두규 교수의 후보지 풍수 답사 … 논산 상월·금산 금성 ‘후한 점수’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오송지구 전경.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5월21일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기준과 평가기준, 가중치를 최종 확정하면서 후보지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정국으로 2개월 넘게 직무정지 상태였기 때문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민간위원 위촉이 늦어졌지만 예상후보지 물색작업 등은 계속돼왔다. 정부는 6월 중 추진위에서 예상후보지 서너 곳을 선정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르면 8월에 입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김안제 추진위원장은 5월28일 국회 간담회에서 “2007년 7월께 착공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력 후보지로 꼽혀온 곳은 △충남 공주 장기지구 △충남 연기지구 △충북 오송지구 △충남 아산 신도시 △대전 서남부지역 △충남 논산·계룡지구 등이었다. 그러나 선정기준 등이 정해지면서 이들 유력 후보지 가운데 몇 곳은 논외로 빠지는 양상이다. 아산 신도시나 대전 서남부지역은 지난해 말 ‘원거리 독립형 신도시’라는 원칙이 발표되면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돼온 데다 이번에 ‘기존 시가지 및 군사시설과 일정거리를 유지한다’는 기준이 다시 발표되면서 제외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는 것.

이밖에 일반인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이 후보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후보지 선정기준인 합목적성(국토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과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곳은 제외한다는 원칙), 개발 가능성, 보전 필요성에 맞아떨어지는 곳이라 해도 국민 여론이 이를 뒷받침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투기가 많이 일어난 곳,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 등은 국민들이 심리적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충청권 전역에서 후보지를 찾고 있으며 충청도의 끝부분에 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진위 평가기준에도 ‘풍수는 주요 항목’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추진위가 평가기준의 주요 항목으로 풍수적 요인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삶의 터전으로서의 자연조건’ 항목을 보면 △지형의 안전성 △도시 유지관리의 효율성 △자연환경의 양호성 △경관 △배산임수 등을 100점 만점에 가중치 10.20을 배점하고 있다. 물론 국가균형발전 효과(35.95), 국내외에서의 접근성(24.01),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19.84) 등에 비하면 낮은 점수지만 도시개발비용 및 경제성(10.00)과 더불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추진위는 이미 지난 3월 풍수학자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등 풍수적 요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해왔다.

요즘에 와서 풍수는 대학에 정규학과까지 생겼고, 지난해 수능시험엔 풍수 관련 문제가 두 문제나 출제되는 등 보편적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후손들이 발복을 목적으로 음택풍수(묘지풍수)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좁은 국토가 묘지로 잠식당하고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또 일부 술사들이 박약한 풍수지식을 갖고 땅 장사를 해온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면 풍수는 고려시대 이후 1000년이 넘게 쌓인 지혜의 온축(蘊 蓄)이다. 이런 시각에서 ‘주간동아’는 우석대 김두규 교수(풍수지리학)와 함께 후보지로 거론되거나 새로 발굴한 지역을 풍수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답사지는 △충남 논산시 상월면·공주시 계룡면 일대 △충남 공주시 장기면 일대 △충북 청원군 오창지구 △충북 청원군 오송지구 △충남 금산군 금성면 일대 등이다.

답사 원칙은 김교수가 조선조 풍수학 고시과목들을 분석해 내놓은 풍수 논리를 따랐다. 우선 땅이 행정수도 성격에 어울리는지, 인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건물의 공간배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불완전한 땅을 어떻게 고쳐 쓸 수 있는지(비보·裨補)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논산 상월ㆍ공주계룡

“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유신정권 때 행정수도 후보지로 낙점됐던 장기면 일대.

현재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는 조선 초기 도읍지로 거론됐으나 재상 하륜이 “국토의 한쪽에 치우쳐 있어 적합하지 않다”고 말해 도읍지로 선정되지 못한 역사가 있다. 그러나 계룡대의 반대쪽, 즉 계룡산의 서쪽 상월면 지역은 그동안 거의 논의되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 직접 가서 보니 높이 솟은 계룡산이 멋들어지게 주산(主山)을 형성하고 있고, 좌청룡 우백호도 뚜렷하며 가운데에 넓은 들(명당)이 펼쳐져 도읍 후보지로 손색이 없었다. 청와대 등 핵심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혈처(穴處·명당, 상도·하도 마을)도 아늑했다. 그곳에서 바라본 앞산(案山)은 적당한 높이여서 풍수적으로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상월 지역은 풍수에 초보자인 기자가 보기에도 호연지기가 길러질 듯 좋은 느낌이었다. 우뚝 솟은 주산은 멀리서도 눈에 띄어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었으며, 국정의 주도권을 잡고 나라를 다스리려는 의지가 높은 대통령이 선호할 만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풍수에선 주산이 뚜렷하지 않으면 민주적이긴 하지만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오송 생명과학단지 초입.

주변의 산들은 오행산(五行山)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어 아름다웠다. 오행산이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성격을 각기 갖춘 산을 말하는데, 목산은 죽순처럼 솟은 산, 화산은 뾰족뾰족한 산, 토산은 소 등처럼 후덕한 산, 금산은 솥을 엎어놓은 듯한 산, 수산은 물결무늬처럼 흩어지는 산을 말한다. 오행산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생태계가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인지라 풍수에선 아주 좋게 본다.

김교수는 “강원과 경북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주산이 지나치게 살기와 강기를 띠어 호전적인 성격이므로 군사대국을 지향할 경우 어울리지만 독재를 낳을 수도 있다”고 평했다. 상월의 명당이 인구 100만명(김교수 주장)을 수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광활하지만 필요하다면 이웃한 계룡까지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명당수(금강)가 뒤쪽으로 흐르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로 치면 북악산 뒤쪽으로 한강이 흐르는 형국이다.

공주장기

장기면은 상월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이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는 풍수지리설은 안 믿지만) 풍수나 교통이 좋은 곳이다”며 행정수도 후보지로 지목한 곳이다. 그만큼 기본적인 명당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장기면에 있는 한 중학교 언덕에 올라서서 바라보자 멀리 주산인 국사봉이 보였다. 너무 낮고 모양새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뒤를 돌아보자 남쪽 안산이 더 높아 어쩐지 어색해 보였다. 풍수에서는 주산보다 안산이 너무 높으면 기를 펴지 못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남향집들은 안산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을 준다.

땅이 무르고 들판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인구 50만명 정도를 수용하기가 벅차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투기가 이미 심하게 일어난 곳이란 단점이 있다. 대충 헤아려봐도 작은 면소재지에 부동산중개업소가 20여곳이 넘었다. 김교수는 “터가 사그라지는 느낌이며 호연지기를 심어주지 못하는 곳이다”고 촌평했다.

청원 오창ㆍ오송

“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주산이 형성되지 못한 오창 과학산업단지 일대.

오창은 중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사이에 있으며 청주공항과도 가까워 사통팔달하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다. 이미 과학산업단지가 들어서 토지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고 공사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 더욱이 명당이 광활해 한꺼번에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창의 문제점은 주산이 높이 형성되지 못하고, 고만고만한 낮은 산들이 흩어져 있는 주필산(駐山)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 또 오창을 끼고 도는 미호천은 활 모양을 하고 있는데, 활의 등쪽에 해당돼 풍수상 꺼리는 곳이다.

게다가 과학단지 외곽에서는 투기가 한창 일어나고 있다. 장기, 오송과 마찬가지로 이곳이 신행정수도로 정해지면 영·호남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길목을 가로막아 교통 병목현상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또 행정수도가 수도권의 확장에 지나지 않아 수도권 인구분산과 지방발전이라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도 있다.

청주에서 18km 떨어져 있는 오송 역시 주산은 미약하다. 그러나 주변 산세가 비교적 편안하고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큰 도시가 들어서도 좋을 곳이다. 경부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사이에 있고, 청주공항과 가까워 교통이 좋다. 이곳 역시 수도권과 가깝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김교수는 “그래도 풍수적으로는 오창보다 훨씬 편안한 땅이다”고 말했다.

금산 금성

“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주산이 아름답고 좌청룔 우백호가 뚜렷한 충남 금산군 금성 일대.

이제까지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언급된 적이 거의 없는 지역이지만 충분히 검토할 만한 곳이다. 우선 지리적으로 호남 영남 충북과 등거리에 있는 남한 중심 지역이므로 지역화합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게다가 오창에서도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어 현재의 수도권과 완전히 분리돼 독자적인 수도 기능을 맡을 수 있다.

북악산보다 높은 금성산(432m) 아래 자락인 성재가 풍수지리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등변 삼각형의 형상으로 주산을 이루고 있고, 청룡 백호가 마치 두 팔을 벌리듯 유장하게 뻗어내렸다. 그리고 앞 남쪽으로 드넓은 가슴패기(들판)를 드러내고 있다. 멀리 진악산이 그 땅을 굽어보고 있어 안온한 느낌이 든다.

성재 앞 혈처인 내명당에는 청와대 등 주요 건물이 충분히 들어설 공간이 있으며, 그 밖으로 지름 4km의 타원형 외명당이 자리잡고 있다. 도시가 들어설 경우 주변 구릉들을 전혀 파헤치지 않고도 건물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내명당의 수구(水口) 쪽은 작은 구릉이 감싸안아 안에서 밖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선문대 최낙기 사회교육원 교수(풍수지리 담당)는 “청룡백호가 감싸 안정감을 주고, 수구막이 형성돼 안의 기운을 막기 때문에 IMF 위기 같은 것은 안 올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외명당의 경우 서울의 동대문에 해당하는 수구에는 금산위성통신지구국이 들어서 있어 안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걸 막고 있다. 1970년 위성통신지구국이 들어선 것은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금산군청 관계자는 전했다. 금수강산의 약자인 금산(錦山)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보존된 이곳은 바로 인근에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의병들이 묻힌 칠백의총이 있어 국민화합의 상징성도 띠는 곳이다.

“신행정수도, 民心을 主山으로 …”

작은 면소재지에 20여 개의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장기지구.

김교수는 “대전 이남 금산에 신행정수도가 들어서면 통일 이전에는 지방분권을 목표로 하는 데 이상적이고, 통일 이후에는 서울과 평양, 금산이 각 지역의 중심지가 되는 삼경(三京)제도가 이뤄져 남북한의 화합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돈(50만명 기준 45조원)이 투입되고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평가 가중치가 적다 해도 풍수적 관점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세종 때 풍수이론가였던 문신 어효첨은 ‘천명을 주산으로 삼고, 민심을 안산으로 삼는다(以天命爲主脈 以民心爲案對)’는 말을 남겼다. 천명은 곧 민심이다. 분단된 남북이 하나 되기를 바라는 민심, 빈부격차와 지역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민심…. 김교수는 “국민의 민심이 주산과 안산, 그리고 청룡과 백호가 돼 그에 어울리는 성격의 땅을 후보지로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04.06.10 438호 (p48~50)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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