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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팔면 그만...리콜은 없다!

車업계는 볼멘소리 운전자는 의심의 눈길

리콜 조사 전문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결함 찾기 궂은일에도 불만과 불신 한 몸에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車업계는 볼멘소리 운전자는 의심의 눈길

車업계는 볼멘소리 운전자는 의심의 눈길

하늘에서 내려다본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건물 왼쪽에 주행시험장이 보인다.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는 올 4월 현대자동차에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차의 아반떼XD 창닦이기가 안전기준에 미달해 운전자의 시계 확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자동차관리법 74조 2항에 따르면 이 경우 최고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기준 충족은 자동차 개발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인데, 현대차가 이 때문에 과징금을 물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회사는 자사가 판매하는 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가 안전운행에 필요한 성능과 기준(이를 안전기준이라고 한다)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안전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은 건설교통부령으로 정해져 있다. 이것이 지난해부터 도입된 자기인증제도다. 이는 자동차회사 스스로 알아서 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자동차회사가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정부가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교부는 사후 연간 계획에 따라 자동차회사가 제대로 안전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는지를 검증한다. 구체적인 시험 기준 및 방법 등은 건교부가 정한 자동차안전기준 시행세칙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 이 시행세칙에 따라 시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 바로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이하 연구소)다. 현대차도 연구소의 시험 결과 안전기준 위반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조사하는 일은 연구소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가 없는 현대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도를 확보, 교통사고에 의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 절실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자동차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자동차 안전 및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기관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고, 87년 5월 연구소가 설립됐다. 일본(61년 JARI)이나 미국(62년 TRC) 등에 비하면 늦었지만 현재 99명의 인원 가운데 70명이 석·박사 연구위원으로 구성돼 질적 수준은 자부할 만큼 뛰어나다.

“결함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 “車회사 편 아닌가”



연구소의 기능 가운데 자동차 운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문은 제작결함 조사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안전결함)이 다수의 자동차에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리콜을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결함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일정한 시험시설을 이용해 실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리콜과 관련해 연구소가 하는 일이란 바로 이것이다.

연구소가 조사결과를 토대로 해당 자동차에 제작결함이 있다고 보고하는 경우 건교부는 자문기구인 제작결함 심사평가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거의 예외 없이 제작결함 시정(리콜) 명령을 내린다. 연구소가 리콜 판정에서 거의 절대적인 구실을 하는 셈이다. 물론 대개의 경우 자동차회사로서는 이 단계까지 가기 전에 스스로 리콜을 실시한다.

연구소 조사연구실 윤영식 책임연구원은 “연구소의 제작결함 조사 기능 자체가 자동차회사에는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연구소가 예비조사 과정에 자동차회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자동차회사 스스로 제작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을 실시하기 때문이라는 것. 연구소는 현재 2건의 제작결함 예비조사 및 7건의 본조사를 하고 있다.

연구소의 이런 기능 때문에 연구소는 운명적으로 자동차회사와 자동차 운전자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윤영식 책임연구원은 “자동차회사에서는 제작결함의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운전자들은 연구소가 자동차회사 편을 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車업계는 볼멘소리 운전자는 의심의 눈길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연구원이 자동차 충돌시험에 사용할 인체 모형들을 살펴보고 있다.

물론 운전자들의 이런 의심은 근거 없는 것이라는 게 연구소 관계자들의 항변이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제작결함 판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자신의 차에서 발생한 고장이 리콜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빨리 판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리콜 실시 이전에 자비로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나중에 자동차회사가 고장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해도 수리비는 환불해주지 않는다.

GM 대우 레조 리콜 소송 … 신뢰도 논란

여기에 최근에는 연구소의 제작결함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나타나고 있다. GM대우차 레저용 차 레조 LPG 차를 산 박모씨 등이 5월28일 인천지방법원에 “레조는 제작될 때부터 엔진 자체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실시되고 있는 리콜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GM대우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까닭도 이런 불신감의 표시로 보인다.

연구소는 레조에 나타나는 엔진오일 과다소모 문제는 엔진 점화시기를 조금 늦추면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GM대우차도 건교부의 권고에 따라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면서 연구소의 의견을 받아들여 엔진점화 시기를 늦춘 ECM(Engine Control Module) 칩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그런데 레조 운전자들은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엔진 교체를 해야만 근원적인 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결국 연구소의 신뢰도 문제가 법정에까지 가는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리콜에 대한 국내 자동차회사의 태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서는 분명 적극적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문제가 생기면 우선 숨기고 보자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제작결함 조사를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일부 자료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연구소가 하는 일은 이밖에도 많다. 연구소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엔진 출력(마력) 과대표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연구소는 2001년 2월 현대 기아 대우 등 국내 자동차 3사 41개 모델의 엔진 출력이 과대표시된 사실을 밝혀내 이를 시정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다음해 9월 미국 현지법인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집단소송을 제기당한 이후 8개 주로 소송이 확대되자 올 5월 초 엘란트라 등 6개 차종 12개 모델을 구입한 85여만명의 고객에게 1인당 25~225달러를 보상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

車업계는 볼멘소리 운전자는 의심의 눈길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엔진시험실 내부.

국내에서는 이를 근거로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대표 임기상)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사정은 다르다고 말한다. 2000년 이전에 팔린 승용차는 건교부의 형식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것. 결국 연구소가 2001년 당시 엔진 출력 과대표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현대차로서는 이번에 크게 곤욕을 치를 수도 있었다.

연구소는 또 자동차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99년부터 충돌시 승용차의 안전도를 평가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안전도 평가방법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정면충돌 시험이다. 정면충돌 안정성은 운전자석과 전방 탑승자석에 인체 모형의 더미를 탑재한 시험 차를 시속 56km로 콘크리트 고정벽에 정면충돌시켰을 때 머리와 흉부의 충격량을 더미에 설치한 센서로 측정해 평가한다.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 표시는 충돌시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10%에 미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평가 결과는 건교부(www.moct.go.kr) 및 교통안전공단(www.kosta.or.kr)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방식의 평가는 무의미해졌다. 승용차의 운전석과 전방 탑승자석의 에어백 설치가 기본이어서 거의 모든 차가 별 다섯 개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보험회사가 설립한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는 전면의 일부만 충돌하는 오프셋 충돌시험을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4.06.10 438호 (p20~22)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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