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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경기장, 함성 없고 원성만

서울 제외한 9곳 모두 지난해 적자 … 지자체 수익사업 찾기 안간힘 속 활용 쉽지 않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

월드컵경기장, 함성 없고 원성만

월드컵경기장, 함성 없고 원성만

지붕막이 파손된 제주월드컵경기장.

은행원 장모씨(30·광주 서구 금호동)는 요즘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광주광역시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광주시가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회원들의 보금자리인 광주월드컵경기장 내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유료화한 것에 대해 항의해달라는 것. 광주시는 최근 누구나 오갈 수 있었던 주차장 터에 ‘인라인스케이트장’이란 간판을 내걸고 시민들에게 돈을 받겠다고 나섰다.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임대 분양하고 1인당 400원의 입장료를 받기로 한 것은 1588억원을 들여 지은 월드컵경기장의 적자를 보전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광주시의 고육책. 장씨는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적자 보전 명목으로 주차장 터를 이용해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월드컵경기장의 적자 운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비단 광주시만이 아니다. 서울을 제외한 9개 도시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지난해 10개의 월드컵경기장 가운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한 9개 경기장이 적자를 기록했다. “월드컵이 끝나면 도대체 경기장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가”라는 건립 당시의 우려가 월드컵 2주년을 맞이한 지금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경기장, 함성 없고 원성만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

2003년 적자 규모는 예산 기준으로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종합스포츠센터를 건립한 수원이 205억원가량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경기장들도 적게는 5억여원에서 많게는 32억여원까지 모두 282억1900만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월드컵경기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구장 겸용으로 경기장을 개조하자거나, 경기장을 헐고 아파트를 짓자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나온다.

적자 메우려 쇼핑몰·예식장 등 유치했다 비난 한 몸에



월드컵경기장을 보유한 지자체들이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경기장을 제외하면 흑자 전환은 요원한 실정이다. 광주 인라인스케이트장의 경우처럼 각 지자체가 수익사업이라고 벌인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공공성보다는 적자 보전에만 포커스를 맞춰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구시가 대구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기존 체육시설 사용료를 현재보다 최고 10배 올리고 1인당 이용료도 최고 30배 올린다는 방안을 추진하려다 “누구를 위한 월드컵경기장이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은 게 대표적인 사례.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의 경우 지난해 예산엔 2억900만원의 수익을 잡아놓았으나 실제로는 수익이 단 한 푼도 없었다. 2002년 태풍 루사를 비롯해 수차례의 ‘돌풍’으로 지붕막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잡아 수익사업이 요원한 데다 프로축구팀도 없어 앞으로도 계속 애물단지 노릇을 할 것 같다. 서귀포시는 A매치 경기 외엔 이렇다 할 활용 방안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 역시 대전월드컵경기장의 활용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전은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의 열악한 재정환경 탓에 경기장 임대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경기장 인근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경기장 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주거지가 인근에 밀집돼 있지 않아 경기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마저 낮아 대형할인점이나 스포츠용품 매장 유치도 해법이 되기 어렵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 외각에 경기장이 자리해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수익을 내기 위해 빼어난 외관을 자랑하는 월드컵경기장에 손을 대기도 한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은 스탠드 아래쪽 대형할인점 공간의 운영권을 롯데쇼핑에 넘겨주면서 가건물을 짓는 것을 허용했다. 광주시는 건물의 외관을 살리는 방향으로 손을 대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가건물 형태의 할인점이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미관을 해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수원시는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아예 200억원을 들여 종합스포츠센터를 건립했다. 4월28일 개장식을 한 월드컵스포츠센터는 1층엔 수영장 사우나 스쿼시 골프연습장 레스토랑, 2층엔 헬스장 에어로빅장 문화센터, 3~4층엔 골프연습장 실외 인조퍼팅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수원시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시민을 상대로 수익사업에 나섰다는 비판들 듣고 있기도 하다.

전주시는 그린벨트까지 풀면서 수익모델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전주시는 해마다 20억원 넘게 관리비가 들어가는 월드컵경기장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16만5000m2 부지에 민자를 유치해 대중 골프장(6홀)을 짓기로 하고 운영위탁업체를 선정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골프장이 오픈하면 매년 40여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어 흑자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시 역시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지역 최대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개발할 계획 등을 세워놓았다.

월드컵경기장이 애물단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살림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나더라도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자랑스러운 기념물’이 ‘상업시설’로 옷을 갈아입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거세다. 지자체들은 ‘월드컵경기장 활용 방안’이라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놓고 상당 기간 골머리를 앓을 것 같다.





주간동아 437호 (p86~8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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