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9

2004.04.08

게임 수렁에 빠진 자녀 구하기

반드시 이용등급 확인·차단 SW로 시간제한도 가능 … 중독성 심할 땐 상담센터 찾아야

  • 명승은/ ZDnet코리아 수석기자 mse0130@korea.cnet.com

    입력2004-04-01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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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수렁에 빠진 자녀 구하기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게임의 등급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게임마다 시작 화면에 사용 가능 연령이 표시돼 있어 부모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자녀에게 맞는 게임인지 판단할 수 있다.2003년 등급기준 시비를 불러일으킨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아래).

    ”방학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개학하고 나서도 컴퓨터 하는 시간이 줄지 않네요. 온종일 게임에 푹 빠져 있어요.”

    컴퓨터가 있는 집의 부모들은 늘 ‘우리 아이가 너무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고집을 꺾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부모 눈치를 보며 게임 시간을 줄이는 척하면서도 밖에 나가 친구들과 게임방에서 귀찮게 간섭하는 사람 없이 게임을 즐기는 자유를 만끽(?)한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는 “청소년 대부분이 방학 중 여가시간을 인터넷과 게임을 즐기는 데 보내고 있다”며 “방학이 끝난 후 상당수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중독현상이 나타나므로 부모들의 가정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부모들이 인터넷과 게임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 게임이라고 다 폭력적이라고 여긴다면 오해다. 보통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콘솔(게임기) 게임, 그리고 PC 패키지 게임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온라인 게임이 종류도 많고 인기도 높다. 일간지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는 ‘리니지’라는 롤플레잉 게임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주류로 자리잡은 부류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중요하게 여겨야할 사항은, 자녀가 게임을 즐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둬야 한다는 점. 게임에도 영화처럼 등급이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내 아이가 연령에 맞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연령 맞는 게임 적당히 하는 습관을

    게임 수렁에 빠진 자녀 구하기
    게임의 이용 등급은 영화와 대동소이하다. ‘전체 이용가’ ‘12세 이상 이용가’ ‘15세 이상 이용가’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 보류’ 등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에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녀가 초등학생인데 ‘15세 이상’ 또는 그 이상의 연령 등급을 받은 게임을 한다면, 이는 부모의 개인정보를 몰래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녀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홈페이지(www.kmrb.or.kr)를 찾아 등급 자료를 조회하면 게임의 등급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연령에 맞는 등급의 게임을 하지 않고 중·고등학생이나 성인이 이용하는 게임을 한다고 버럭 화부터 내서는 안 된다. 게임 등급을 나누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널뛰기 등급’으로 문제를 일으킨 영등위가 최근 등급 기준과 관련해 공청회를 여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찾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등급에 절대 가치를 두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지난해 영등위는 재심의 기준을 대폭 강화해 ‘리니지2’를 비롯해 전체 이용가나 12ㆍ15세 이용가로 분류됐던 7개 게임을 잇따라 18세 이용가, 즉 사실상 성인만 이용할 수 있는 등급으로 재분류해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 12월엔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라는 게임을 한 달 만에 다시 전체 이용가로 분류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등위는 온라인게임의 유료 아이템 규제와 사후 모니터링 강화를 골자로 한 ‘온라인게임 등급 새 기준’과 관련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 공청회는 그동안 영등위 등급 기준이 모호하고 원칙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영등위는 등급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업계에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특히 영등위가 게임 진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 판매에 대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며 철저하게 규제할 예정이어서 온라인게임의 부분 유료화 모델과 관련해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영등위는 3월부터 YMCA 등 각종 시민단체 및 학부모단체와 연대해 사후 모니터링 활동도 강도 높게 실시키로 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가 하는 게임의 내용이 어떤 것이며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어느 정도인지, 혹시라도 게임 중독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자녀에게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나 카드번호 등을 함부로 가르쳐줘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처음에는 유행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다가 종국엔 부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성인용 게임에 빠져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카드번호나 060서비스 등 유료 전화를 통한 아바타, 아이템 구매로 이어지면 부모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만일 자녀가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된 것으로 느껴진다면 자녀에게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www.cyadic.or.kr)를 방문해 자가진단을 받게 하고 자신이 중독 상태임을 스스로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남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게임 수렁에 빠진 자녀 구하기

    게임 아이템을 사거나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카드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인터넷은 중독되기 쉬운 매체다. 주기적으로 자녀의 인터넷 사용 시간과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오른쪽).

    자녀가 인터넷이나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면 강제적으로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컴지기’와 같은 인터넷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하면 자녀의 컴퓨터 이용 패턴과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맞벌이 부모를 위해 직장에 있는 PC나 휴대전화로 자녀의 컴퓨터 사용패턴 및 시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현했다. 또한 컴퓨터 사용 내역을 자세하게 통보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예를 들어 컴트루테크놀러지의 클린e 서비스(www.cleane.co.kr)에 가입하면 자녀가 컴퓨터로 접속한 사이트와 이용시간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만일 자녀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면 부모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요즘에는 등하굣길이나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휴대전화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학생이 늘고 있는 데다 성인용 콘텐츠를 서로 돌려보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의 명의를 부모 이름으로 했을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이동통신사에 연락해 해당 휴대전화의 성인물 접속이나 유료 콘텐츠 서비스 이용 금지를 요청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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