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8

2004.04.01

벗은 몸보다 속옷이 더 좋다?

  • 최승해/ 부산토마스 의원 남성클리닉 원장 www.thomasclinic.com

    입력2004-03-25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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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은 몸보다 속옷이 더 좋다?
    여성의 나체보다 속옷을 볼 때 더 흥분하는 남성들이 있다. 또 섹스를 할 때 한사코 상대방에게 특정한 옷을 입기를 강요하는 남성들도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음으로써 성적 만족을 느낀다는 마조히즘의 창시자 마조흐도 실제 채찍질을 당할 때 아내와 애인에게 반드시 모피코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도록 했다. 그에게 모피코트와 채찍, 하이힐은 성애의 상징이며 거대한 성적 환상을 만들어내는 도구였던 셈이다.

    이처럼 여성 자체보다 여성을 상징하거나 여성이 착용, 또는 사용하는 도구에 집착하며 그것으로 성적만족을 얻는 행위를 가리켜 ‘페티시즘’이라고 한다. ‘페티시(fetish)’의 어원은 본래 ‘마력을 가진 사물’로, 특정 인물을 상징화한 어떤 사물이 마술처럼 성적 쾌락을 일으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때 페티시는 단지 좋아하는 사물이 아니라 반드시 성적 흥분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속옷, 옷, 신발, 구두 등 여성이 착용하고 있는 물건이나 머리, 유방, 다리, 머리카락 등 신체의 일부가 페티시로 등장하지만 간혹 고무, 라텍스, 가죽 같은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페티시즘은 그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그 여성과 관계된 사물을 통해 성적 욕구를 대신 해소하려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학교에서 모범생이 여선생이나 친구 누나의 속옷, 물건 등을 훔치다 적발되는 경우도 바로 그 때문. 문제는 이런 성향이 발전하면 끝내 여성 자체를 회피해버리는 병적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이 구애해와도 이를 거부하고 그의 물건에만 집착한다. 이런 경우는 하나의 경향이 아니라 정신도착증세로 발전한 단계로 보아야 한다.

    도착증세가 생기기 시작하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대상도 엽기적으로 변해 다른 사람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것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더러워진 속옷, 기저귀, 배설물 등이 주로 그 대상이 되며 상대방에게 소변을 강요하는 사람까지 있다. 여성들이여! 만약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보다 당신의 물건에 더 흥미를 느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일단 병원을 찾아 상담하고 이를 치유할 방책을 찾지 않으면, 당신은 마조흐의 아내처럼 비극적인 일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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