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8

2004.04.01

타수 줄이기 일쑤, 공 위치도 마음대로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4-03-25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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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이는 골프를 함께 해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3월9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서 실시한 2004 시드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제주 크라운골프장에서 치러진 시드전 1라운드 때 K씨(50)가 OB(out of bounds)지역으로 날아간 볼을 수리지에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기를 계속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같이한 선수들은 K씨가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OB 구역으로 날아가자 잠정구를 친 뒤 원구(原球)를 찾던 중 OB였음에도 벌타 없이 드롭할 수 있는 수리지로 규정된 배수로에서 볼을 찾았다며 페어웨이로 볼을 꺼내놓고 경기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동반 선수 가운데 한 명은 “K씨의 첫 번째 티샷은 분명히 OB였다”며 “주머니에 있던 볼을 슬쩍 꺼내 수리지에 있던 것처럼 속인 부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K씨의 볼이 OB 구역 안에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K씨는 “첫 번째 티샷이 OB가 된 줄 알고 잠정구를 쳤지만 원구는 수리지 안에 있었다”며 “당시 경기위원이 드롭 절차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해 잘못을 시인하고 실격 처분을 받아들였지만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골프는 자연에서 플레이하는 만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그만큼 엄격하고 다양한 룰이 존재한다. 프로골퍼들도 전체 룰을 완벽하게 숙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룰의 인식 여부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의지다. 룰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않는 골퍼들이 많다. 일부 골퍼들은, 실력은 형편없는데 대회에서는 항상 상품을 독차지하기도 한다.

    숲 속에 들어갔는데도 쉽게 볼을 찾았다고 외치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타수를 언제나 1∼2타씩 줄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동반자가 보기에는 분명 더블보기 퍼트인데, 그린에 올라와서는 “이걸 넣어야 파인데…”라며 동반자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골퍼들도 있다. 이런 골퍼들은 다른 골퍼들에게 ‘기피 대상 1호’로 꼽힐 것이다. 골프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심판이 지켜보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본인의 양심에 맡기는 스포츠다. 그래서 골프는 자신과 하는 싸움이라고도 한다. 골프를 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악마’의 유혹을 받는다. 보는 사람도 없고 조금만 볼을 움직이면 좋은 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혹을 단번에 뿌리칠 줄 알아야 진정한 골퍼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유혹에 넘어가면 또 다른 유혹에도 쉽게 흔들린다.



    골프를 칠 때 그날의 스코어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 그 스코어를 어떻게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정확한 플레이를 즐기기 위해 골프 룰 책을 손 가까이에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양심을 속이는 골퍼보다 스코어는 비록 낮아도 정직하게 플레이하는 골퍼가 필드에서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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