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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허울뿐인 리콜

전문가들 “비용 줄이려 결함 원인 축소” … 늑장 대응에 자비 수리 고객은 환불도 안 해줘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GM대우, 허울뿐인 리콜

GM대우, 허울뿐인 리콜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GM대우자동차(이하 GM대우)가 3월16일 엔진오일 과다 소모 문제로 논란이 돼왔던 레저용 차 레조(LPG 엔진)에 대해 자발적 공개 리콜(제작결함 시정)을 실시한다고 발표(주간동아 422호 참조)한 데 이어, 19일에는 마티즈 승용차 19만7565대에 대해 리콜 실시 방침을 밝혔지만 오히려 레조 및 마티즈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리콜 결정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운전자들의 성난 목소리다.

리콜 감독기관인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리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결함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리콜을 하도록 밀어붙이면서도 정작 전문가들 대부분이 리콜 대상이 된다고 이의 없이 지적하는 결함에 대해서는 미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리콜 실적주의’에 빠져 자동차 회사가 리콜을 하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가질 뿐 리콜의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감독할 능력도 없다는 비난이다.

레조의 경우를 보자. 이번에 리콜을 실시한 레조의 결함이 자동차관리법상 리콜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운전자들로서는 과연 GM대우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으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는지도 관심사다. 건교부 의뢰를 받아 자동차 제작 결함 조사를 하는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측은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작 그 사안에 대해 검증할 능력도 없으면서 큰소리만 친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차는 1999년 12월27일부터 올 3월1일까지 제작 판매된 16만3977대의 레조. 이들 차 중 일부에서 주행거리가 일정 거리를 넘어서면 엔진오일의 급격한 소모 현상(LOC 과다 문제)이 나타나면서 실린더 벽면이 마모되고 심한 경우 엔진이 깨지는 경우까지 생긴다는 것. 이에 대해 GM대우측은 엔진 검사를 실시해 부적절한 점화시기를 재조정해주고 실린더 블록 마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차는 이를 교체해준다는 방침이다.

“레조는 엔진 전체 교환해주어야”



건교부 의뢰로 자동차 제작 결함 조사를 하는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측은 점화시기를 재조정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GM대우측 주장대로 점화시기를 약간 늦추면 연소실내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실린더 벽면에 윤활유막이 형성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실린더 블록 마모 현상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GM대우측이 제시한 해결 방법으로, 연구소측은 이를 그대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레조의 결함 원인 분석부터 잘못됐다고 말한다. 기아자동차 엔진시험팀 관계자는 “GM대우측 주장대로라면 점화시기는 부적절하다고 해도 레조 엔진 4개 기통(레조는 4기통이다)의 점화시기는 동일하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4개 기통에서 비슷한 정도의 실린더 블록 마모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OC 과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피스톤 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GM대우측은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리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한다면 엔진 전체를 교환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줄잡아 1500억원 이상의 리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GM대우측 주장대로라면 수리 비용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정부의 리콜 정책이 운전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GM대우, 허울뿐인 리콜

건설교통부 의뢰로 자동차 제작 결함 조사를 담당하는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조정실 내부.

운전자들의 또 다른 관심은 GM대우측의 리콜 결정이 늦어지면서 리콜 사유와 동일한 문제 때문에 자비(自費)로 수리한 사람들에 대한 GM대우측의 대응 방안이다(레조 리콜 요구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자동차관리법상 관련 규정은 없지만 외국의 경우 자사의 이미지를 위해 그 비용을 환불 조치해주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리콜 때 그런 선례가 있다.

이에 대해 GM대우측은 “3월19일 현재 결정된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은 GM대우측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발적 리콜을 발표하면서 환불 여부 등에 대한 방침도 함께 밝혀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 본부’ 임기상 대표는 “GM대우측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피해를 본 운전자들을 모아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즈 리콜의 경우에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마티즈 운전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크게 두 가지. 엔진 냉각수 변질 문제와 흡기 매니폴드(각 기통으로 흡입된 공기를 분배하는 흡기관)에서 냉각수가 누수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리콜 대상이 된 것은 첫 번째 결함이다. 그러나 냉각수 변질이 안전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두 번째 결함이다. 엔진 냉각수가 누수되면 엔진의 열을 식혀주지 못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엔진 과열로 엔진이 갑자기 서버릴 수도 있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본부’ 홈페이지에는 “이 문제 등으로 인해 고속도로 주행 중 엔진이 꺼져버려 죽을 뻔했다”면서 “리콜을 제대로 해서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고쳐주는 게 나을 텐데 도대체 이 문제에 대해 리콜을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GM대우측은 “냉각수 누수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한다.

“판매 치중 … 기술개발 등한시” 지적도

업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 역시 리콜 비용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냉각수 변질 문제는 대상 차가 19만여대 수준이지만 냉각수 누수 문제는 40만여대나 된다. 흡기 매니폴드 가격은 7만원 안팎이긴 하지만 워낙 대상 차가 많다 보니 GM대우측으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레조 및 마티즈 리콜로 GM대우의 기술력을 그대로 드러내보였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레조나 마티즈의 결함을 보면 그동안 대우자동차가 기술 개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동차 팔아먹기에만 급급한 장사꾼 수준의 회사였음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고 비꼬았다. “원가 절감을 위해 흡기 매니폴드를 금속재가 아닌 플라스틱 재질로 사용할 때는 금속재를 사용할 때와 달리 설계해야 하는 게 ‘기본’인데, 이를 몰랐던 것만 봐도 기술 수준을 알 수 있지 않느냐”는 것.

더 큰 문제는 대우자동차의 내부 의사 결정 구조다. 대개 자동차 회사는 직영 정비센터가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특정 불만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면 해당 차를 개발한 연구소 관계자들이 그 문제의 원인이 설계 잘못인지, 아니면 부품 결함인지, 조립 불량인지 등을 따져본 후 대처 방안을 마련해 경영진에 보고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GM대우차의 경우 이 과정의 어느 한 곳에서 ‘이상’이 있었던 셈이다.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관계자도 “하루라도 빨리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만일의 경우 리콜을 했을 때 비용을 그만큼 줄이는 길인데 GM대우차가 이를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심각하면 시장에 팔리는 물량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나중에 리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잠시 동안의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데, GM대우차는 이런 과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GM대우차 관계자들은 GM이 인수하기 전에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GM대우차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군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GM대우는 그렇다 치고 정부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리콜 정책을 담당하는 건교부 자동차관리과에는 리콜 ‘담당자’는 있지만 ‘전문가’는 없다.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도 ‘자동차공학박사’는 있지만 실제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 개발 경험을 쌓은 ‘전문가’는 없다. 정부 관계자들은 업계에서 “솔직히 국내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들은 리콜에 관한 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 관계자들에게는 꼼짝 못하지만 건교부 관계자들은 얼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428호 (p56~57)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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