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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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여의도 입성 ‘카운트다운’

탄핵정국 소용돌이 5%대 지지도 유지 … 지역구 2~3곳 등 내심 10석 목표 도전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4-03-24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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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당 여의도 입성 ‘카운트다운’

    3월17일 여의도 의사당 앞에서 민노당에 입당한 미화원과 도로보수원이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했다.

    본격적인 총선 정국이다. 총선 결과와 관련해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전국적으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 나머지 하나는 진보 성향의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도 국회의원을 배출할 것이라는 점이다.

    탄핵정국이 시작되기 전인 3월12일 이전까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민노당이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 10석 가까운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충청권에서조차 빛을 잃어가는 자민련을 추월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탄핵정국은 이런 예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정가에서는 탄핵정국이 2002년 대선 직전 정몽준 의원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2002년 12월18일 밤에 벌어진 소동의 최대 피해자는 민노당이었다. 당시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얻은 표는 95만7148표. 득표율은 3.9%였다. 그런데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권후보와 민노당은 8% 득표율에 200만표 이상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의원의 막판 변심으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노무현 지지로 쏠리면서 민노당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노대통령 탄핵 직후 대선 전야와 같은 정치적 위기감이 진보 성향 유권자 사이에 확산됐고, 그 결과 민노당 지지표가 대거 우리당으로 향했다는 게 민노당 위기론의 근거다.

    탄핵 최대 피해자 … 새 정치 세력 ‘초미의 관심’

    이런 주장에 대해 민노당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당초 그런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3월10일 이후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한 결과 민노당의 지지가 빠지고 있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측은 2002년 대선 전날과 이번 탄핵사태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노사무총장은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70%인 데 반해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은 아직도 30%대에 머물고 있다. 탄핵 반대 지지자가 곧 노무현 지지자가 아닌 이상 새로운 대안인 민노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여전하다. 초기 우리당으로 쏠렸던 관심도 서서히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이탈표 가운데 일부도 민노당을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탄핵정국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민노당은 대략 5% 가량의 정당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3월20일 실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5.8%로 민주당(3.9%)보다 높은 지지를 얻어 정당지지도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민노당이 민주당보다 정당지지율이 앞서는 조사결과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민노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의석을 얻을 수 있을까. 탄핵정국 직전 한때 민노당 지지가 7~8%대를 넘나들자 민노당 일각에서는 “잘하면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에 찬 목소리도 나왔다. 지역구 7~8석, 비례대표 7~8석을 얻어 15석 이상의 만만치 않은 원내세력으로 제도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낙관도 있었다. 이상현 대변인은 “울산 북구와 경남 창원을, 부산 금정 등 영남 지역구와 경기 성남 중원, 서울 노원을 등 수도권 일부에서 민노당 후보가 선전하고 있고 정당지지율도 꾸준해 조금만 바람이 불어준다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민노당 내부에서는 “지역구 2~3곳과 전국구 3~4석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가 얻을 의석수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만 권영길 대표가 나서는 창원을과 조승수 전 울산 북구청장이 출마한 울산 북구 두 곳은 현재까지도 우세를 유지하고 있어 당선이 유력하고, 여론조사에서 평균적으로 얻고 있는 5%의 정당지지도를 유지한다면 비례대표도 3번까지는 당선이 확실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 3월15일 창원을을 대상으로 한 KBS 창원지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권대표는 28%의 지지를 얻어 경쟁자인 한나라당의 이주영 의원(14.8%)과 우리당 구명회 후보(22.2%)를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17일 울산 북구를 대상으로 한 MBC 울산지국 여론조사에서는 조승수 후보가 29.2%의 지지를 얻어 우리당 이수동 후보(27.4%)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인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은 12.7%였다. 두 후보와 더불어 5% 정당 지지를 전제로 심상정 금속노조 사무처장과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그리고 이영순 전 울산 동구청장 등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예측이고 민노당 내에서는 이보다 나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노사무총장은 “권영길 조승수 후보 외에도 부산 금정에 출마하는 김석준 부산대 교수와 경남 거제시에 나서는 나양주 전 대우조선 노조위원장, 성남 중원에서 출마하는 정형주 전 전대협 부의장과 평택시을의 김용한 중앙위원, 천안시을의 이용길 중앙위원 등이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이라고 소개했다.

    민노당 여의도 입성 ‘카운트다운’
    비례대표에서도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결과와는 비례대표 산정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반면, 실제 투표 참여자는 전체 유권자의 70%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에서 민노당 지지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대부분 투표에 참여하는 적극적 지지층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지지율 5%는 실제 70% 미만 투표율을 전제로 했을 때 8~9%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은 정당득표율이 3% 미만인 정당에는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군소정당이 얻은 표를 제외할 경우 민노당 순수 지지율은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민노당 내부의 계산이다. 그럴 경우 비례대표 8석까지도 가능하다.

    이런저런 복잡한 셈법이 동원되지만 민노당이 바라는 목표의석은 10석 정도다. 10석을 달성할 경우 민노당은 여야 정치권에 교섭단체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할 작정이다. 노사무총장은 “우리처럼 국회의원이 300명 미만인 국회에서 교섭단체 하한선을 20석으로 정한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이런 현실을 인정함에도, 16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의석수 하한선을 낮추지 않은 것은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지 않으려고 한나라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사무총장은 또 “천정배 오세훈 의원 등 여야의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에게 교섭단체 의석수 하향조정을 요구했더니 그들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민노당 교섭단체 구성은 그리 어려운 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민노당이 의회 진출 첫걸음부터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이는 우리 정치권에 적지 않은 사건이 될 전망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진보세력을 자처하는 민노당이 교섭단체를 만들고 의정활동에 나선다면 17대 국회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치열한 이념논쟁과 정책대결의 토론장이 될 것이다. 민노당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장외에서 시민단체, 또는 운동권의 구호로만 남아 있던 과제들마저 제도 정치권으로 들어오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다룰 어젠더의 범위도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민노당이 안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당장은 원내 진출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내부에는 언젠가 현실화할지 모를 분열의 싹이 자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세력 흡수 ‘갈등의 싹’도 나타나

    민노당의 뿌리를 캐고 올라가면 1980년대 중반 노동운동세력 중심의 민중당이 자리잡고 있다. 2000년 창당 때부터 민노당은 노동자 계급의 이익 대변이라는 계층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창당 당시 7000명이던 당원이 4년 새 6만명에 육박할 만큼 성장하면서 민노당은 다양한 세력을 흡수했고, 그 결과 각종 운동세력의 집합소 비슷한 집단이 되고 말았다. 민노당측은 “모든 진보세력이 녹아 융합되는 용광로 같은 조직”이라고 설명하지만 다양한 세력이 모이면서 주도권 다툼으로 번질지 모를 갈등의 싹도 나타나고 있다.

    민노당은 대부분 지역구에서 전 당원 경선으로 총선 후보를 뽑았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는 최근 입당한 인사가 자신과 노선이 같았던 운동권 동료 후배들을 데리고 동반 입당해 오랫동안 지역구를 관리해온 기존 후보를 누르고 총선 후보에 당선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노당 관계자는 “이 같은 경선 부작용으로 인해 일부 경쟁력 있는 후보가 총선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런 갈등은 민노당의 성장과정에서 만만찮은 암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운동 농민운동 재야운동 시민운동 등 분야별로, 또 PD(민중민주주의) NL(민족해방) 계열 등 운동 노선별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모여 당을 이루다 보니 민노당의 공약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사무총장은 “최근 들어 운동 경력자 대신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진 일반시민의 입당이 늘면서 어떤 주장이라도 이들 일반시민 당원을 설득하지 못하면 정책으로 채택되지 못한다. 이 같은 건강한 당내 검증과정이 있는 한 당내 이견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전국 단위 이벤트에서는 더욱 날카롭게 민심을 파고드는 선명한 공약이 필요하다. 각종 진보적 구호를 모두 모아놓는 정도가 아니라 단 하나라도 국민들의 마음에 파고드는 분명한 슬로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노당 하면 떠오르는 핵심공약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민노당은 국민을 상대로 총선 캐치 프레이즈 공모에 나섰다. 민노당은 홈페이지에 ‘왜 민노당을 찍어야 하는지, 유권자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파고들 수 있는 집약된 표현’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과연 국민들은 어떤 캐치 프레이즈로 답할까.

    민노당이 어느 정도 규모로 의회 진출을 이룰 것인가는 바로 이 캐치 프레이즈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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