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7

2004.03.25

힘겨운 경제에 찬물 끼얹을라

일단 대외신인도 유지·환율 및 금리 안정 … 불확실성 장기화 땐 직·간접 악영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3-18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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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월10일 기자들에게 한국경제를 ‘입춘’에 빗대 설명했다. 2월 초의 입춘은 한겨울처럼 춥지만 동양의 기(氣)에 따르면 봄의 초입이며, 한국경제도 기로 보면 입춘이라는 것. 국민들은 느끼고 있지 못하지만 경제에 봄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로 이틀 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거꾸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파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대외신인도는 탄핵 정국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용평가회사들 역시 좀더 지켜보자는 태도다. S&P는 3월12일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기존 등급(A-)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으며, 무디스도 “탄핵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이 ‘장기간’ 계속되면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인도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신용평가회사 피치의 브라이언 쿨튼 아시아 신용평가본부장은 “2년 연속 낮은 경제성장률에 머무를 경우 국가신용등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문제는 불확실성에 기인한 소비심리 저하가 나타나면 경기회복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 한국경제는 외부 여건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했다. 간신히 ‘입춘’을 맞이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내수 침체→경제성장률 저하→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다.



    “노사문제 등 경제 현안 정책 차질 없이 진행”

    탄핵 정국이 예상과 달리 혼미해질 경우 기업의 투자심리까지 위축될 수 있다. 급한 부문 외엔 투자를 미룰 공산이 적지 않은 것.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꺼린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대통령 직무정지가 단기적으로 증권시장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정착되면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환 현대증권 전략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당분간 주가가 오르내리겠지만 펀더멘털 훼손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기존의 비중확대 투자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 추진에 관해서도 우려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사문제 안정, 성장동력 발굴, 가계 부채 및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 등에 관한 정책들은 대부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대과 없이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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