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2004.01.08

“PGA 신인왕과 우승컵을 동시에”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4-01-02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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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GA 신인왕과 우승컵을 동시에”
    ‘또 하나의 쾌거.’

    나상욱(20·미국명 캐빈 나)이 올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코리아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나상욱은 2003년 12월 미국 플로리다 주 윈터가든의 오렌지인터내셔널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PGA 퀄리파잉스쿨 최종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6라운드 합계 9언더파 423타로 공동 2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나상욱은 공동 28위까지 모두 34명에게 주어지는 PGA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올 시즌 PGA투어 최연소 선수가 됐다. 나상욱은 ‘탱크’ 최경주(33)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PGA투어에 입성하며 한국 골프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것도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퀄리파잉스쿨에 단 세 번 도전한 끝에 이뤄낸 성과다.

    그의 PGA 입성은 예고된 것이다. 1983년 9월15일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91년 부모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 갔다. 여덟 살 때 아버지와 TV 골프중계를 보다가 골프에 매료돼 골프클럽을 잡기 시작한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아버지 나용훈씨(50)는 “상욱이는 누가 시켜서 연습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승부욕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96년 US주니어골프선수권에 최연소 출전한 데 이어 99년 샌디에이고시티챔피언십 우승, LA시티챔피언십 우승 등 각종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주니어 랭킹 1위에 오른 그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스승으로 유명한 부치 하먼의 눈을 사로잡으며 열여덟 살 때 그의 제자로 들어갔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자신을 불러주는 대회라면 어디에든 참가했다. 아시안투어, 유러피언투어, 미국 2부투어, 캐나다투어 등 뛰어보지 않은 투어가 없을 정도다. 올해 그가 다닌 국가만 해도 스웨덴 덴마크 일본 중국 홍콩 등 15∼16개국.

    2001년 프로를 선언한 그는 그해 11월 PGA 상륙작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1차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듬해 다시 도전한 그는 최종예선에 올랐지만 태풍이 몰아치는 악천후를 견뎌내지 못하고 또 한 번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는 땀의 진리를 믿으며 다시 골프채와 씨름했고, 2003년 12월 끝내 PGA 무대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그는 이미 프로대회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아시안투어인 2002볼보마스터스에서의 우승이 바로 그것. 또한 같은 해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181cm, 75kg의 당당한 신체조건을 가진 그의 목표는 신인왕이다. 그리고 다음 시즌 투어 출전권이 걸린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드는 일이다. 주니어 시절에도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였지만 PGA 입성으로 그의 위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최연소 투어 카드를 받자마자 타이틀리스트와 3년간 150만 달러에 서브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클럽(드라이버, 아이언 9개)을 사용하고 모자 옆에 로고를 다는 조건이다. 투어 입성 전인 2003년 초 코오롱 엘로드와 4년간 70만 달러에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한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최경주 선배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최선을 다해 신인왕은 물론 우승컵에 입맞춤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신인 반란’을 꿈꾸는 그의 눈망울에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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