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4

2003.12.18

스트레스가 머리카락 뽑는다

사회불안 인한 심리적 부담 ‘탈모 원인’으로 작용 … 정신과 치료 병행 땐 회복기간 단축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12-11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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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가 머리카락 뽑는다

    머리카락은 특히 스트레스에 약하다.

    스산한 초겨울.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따라(?)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말 못할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은 본격적인 탈모의 계절. 다른 계절에 비해 머리카락이 하루에 20∼40가닥 이상 더 빠진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겨울탈모’의 원인은 이 계절에 분비가 활성화하는 남성호르몬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온과 습도의 변화도 톡톡히 한몫한다.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면서 여름철 내내 강렬한 자외선을 받은 두피에 각질층이 생기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그런데 요즘 탈모가 사회적 문제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유전적·자연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적 불안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가 탈모의 원인이 되고 있는 까닭. 더욱 심각한 점은 스트레스성 탈모환자의 대부분이 젊은층과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다.

    주로 청년실업과 직장에서의 경쟁, 불편한 가정생활로 인한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이러한 스트레스성 탈모의 원인이다.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는 갑자기 한 부분의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버리는 원형탈모증과 서서히 머리숱이 없어지면서 탈모가 진행되는 전신·범발성 탈모증으로 나뉘는데, 이를 방치하거나 비과학적인 치료를 할 경우 상태가 더욱 악화돼 정신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박진우씨(34)가 바로 그런 케이스.



    초기 증상 땐 약으로 치료 가능

    스트레스가 머리카락 뽑는다

    어린이의 경우 스트레스에 대한 대항력이 없어 탈모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사업에 실패한 뒤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박씨는 최근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다 빠져버렸다. 피부과클리닉을 찾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피부과 전문의의 제안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박씨의 경우 단순한 스트레스성 탈모 증세가 아니라 가뜩이나 소심한 성격에 사업실패와 장남이라는 부담감, 아내와의 불화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수준으로까지 증세가 악화돼 있었던 것.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어린이 탈모의 경우에도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던 14세 이하 소아탈모증 환자가 현재 전체 탈모환자의 10∼15%대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아탈모증은 놀이방 등의 일반화에 따른 부모와의 격리, 잦은 전학과 이사, 과도한 학원활동과 학업에 대한 부담감,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주원인. 특히 소아탈모증의 경우 발병하면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데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스트레스 요인 제거를 통한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모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남성형 탈모환자의 경우에도 탈모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군대를 갔다 온 이후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김진환씨(25)는 최근 남성형 탈모 초기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남성형 탈모의 초기단계일 뿐인데도 탈모로 인해 성격이 지나치게 소심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리는 등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김씨는 심지어 병원에 오자마자 모발이식수술을 하겠다고 ‘생떼를 부릴’ 정도로 탈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씨의 경우엔 그 어떤 치료보다 심리적 안정이 급선무. 피부과 전문의가 “아무리 상황이 심각하다 하더라도 대개 초기탈모는 먹는 약(프로페시아)과 바르는 약(미녹시딜)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모발이식수술을 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득해 간신히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 표진인 박사는 “심각한 탈모증상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정신적 질환에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있다”며 “이런 경우 정신적 치료와 함께 탈모증상에 대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회복기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과 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특히 남성의 경우 자신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한테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거나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는 것 자체를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편견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탈모치료에 실패하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탈모는 신체적 결함이 아니라 질환의 일종이다. 대머리가 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진행성 질환인 탈모를 방치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치료한 사람들. 탈모가 시작되면 우선 자신이 처한 정신적 환경을 먼저 점검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탈모로 인한 고민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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