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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형 불똥’ 군납·호남 군맥 비리 점화?

국방품질관리소장 재직시 수뢰 혐의 … 뇌물 준 무기상과 DJ 정부 군 요직들 관련성 거론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원형 불똥’ 군납·호남 군맥 비리 점화?

‘이원형 불똥’ 군납·호남 군맥 비리 점화?
‘품관소’로 약칭되는 국방품질관리소는 1981년 설립된 국방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각종 군수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그 품질을 개선하는 일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려면 사전에 품관소에서 시험평가를 받아 합격 여부를 판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개발을 끝내면 다시 품관소로부터 ‘이 무기의 품질이 애초 계획한 대로인지’에 대한 보증을 받아야 양산에 착수해 국방부에 납품할 수 있다. 그러니까 품관소는 국방부로 납품되는 물품이 애초 계획한 성능을 발휘하는지, 규격을 맞추었는지 등을 검사해 기준을 충족하는 우수한 물품만 납품되도록 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품관소는 본부에 기획관리실 등 4개 실을, 서울·부산·광주·대전 등 전국 8개 지역에는 분소를 두고 있는데, 각종 물품에 대한 검사는 대개 분소에서 이뤄진다. 품관소 소장에는 현역 소장(少將)급에 해당하는 민간인이 임명된다. 국방부는 이러한 품관소에 예산을 지원한다.

국방부는 69만명에 이르는 소비자를 거느린 ‘거대한 소비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품관소는 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해주는 마지막 관문이다. 자연히 품관소에 파워가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음지의 권력’이었던 품관소의 비리가 품관소장을 지낸 이원형씨(예비역 육군 소장, 육사 26기)에 대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로 뿌리가 뽑히려 하고 있다. 이씨는 호남 명문인 K고 출신으로 DJ 시절 호남 군맥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때문에 이씨 사건은 이씨가 무기중개상한테서 돈을 받은 개인비리, 품관소가 조직 차원에서 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물품을 합격시켜주었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품관소 게이트’, 그리고 김대중(DJ) 정권 당시의 호남 군맥 비리를 밝히는 ‘호남 군맥 게이트’의 세 갈래로 나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무기상 정씨 업체에 장성 출신 인사들 많아

‘이원형 불똥’ 군납·호남 군맥 비리 점화?

국방품질관리소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인 ‘국방품질’. 품관소는 장병들이 사용하는 물품에 대해 제대로 평가했는지를 묻는 심판대에 올랐다.

이씨 개인비리는 이씨가 처남 명의로 개설한 통장으로 무기중개상인 정모씨(52)의 돈을 받아 서울 강남의 부동산을 사들인 게 핵심이다. 이씨에게 뇌물을 준 정모씨는 2001년 자신보다 21살 어린, 당시 최정상급 영화배우이던 심모씨와의 결혼을 발표했던 인물. 이 결혼 사실은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으나 결혼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던 2001년 9월 심씨가 돌연 결혼 취소를 발표함으로써 무산된 바 있다.

정씨 업체는 스위스의 오리콘사가 제작한 오리콘포의 레이더를 개량하려다 여의치 않자 이씨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콘포는 초저공비행을 하며 침투하는 적기를 격추하는 최고의 무기로 꼽히는데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비해서 도입돼 수도권에 배치됐다.

정씨 업체는 오리콘포 외에도 육군의 비화기 사업, 해군의 사격통제장치 사업 등 여러 사업에 관여했다. 정씨 업체가 육군과 해군 사업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방부 장관과 가까운 군 장성 출신 인사가 정씨 업체에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커넥션 대부분은 DJ 정부 시절 구축되었기 때문에 ‘이원형 게이트’는 DJ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C씨를 정점으로 한 ‘호남 군맥 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경찰과 국방부 주변에서는 정씨 업체에 몸담았던 군 장성 출신인 S, K, Y, L씨와 현재 국방부 요직에 있는 Y씨, 최근까지 국방부 획득 분야 요직에 있었던 M씨와 C씨, 그리고 또 다른 C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씨가 정씨한테서 돈을 받았듯이 이들 또한 정씨한테서 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원형 불똥’ 군납·호남 군맥 비리 점화?
‘품관소 게이트’란 품관소측이 업자한테 돈을 받고 그 대가로 합격 판정을 하거나, 업자의 로비 대상이 된 사건을 말한다. 품관소에서는 지방 분소장을 지낸 M씨를 필두로 여러 명이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은 군복 납품업자 단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군복 납품업자 단체의 핵심인물 중 Y씨 등이 품관소 관계자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사건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사건이 드러나게 된 원인이 이씨 자신에게 있다는 점이다. 이씨는 육군 소장으로 전역하면서 품관소장으로 갔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 그는 무기 획득 분야의 요직인 획득실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획득실장에 취임하려면 공직자재산공개법에 따라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이때 인사문제를 다루는 기관에서 이씨의 재산을 조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씨의 재산이 너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때마침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와 청와대의 인사보좌관실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실로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가 접수됐다. 이에 기무사가 내사에 착수하자 곧 이씨의 비리가 드러났다. 그러나 기무사는 민간인 신분인 이씨를 수사할 수 없어 이 사건을 대선자금 수사에 바쁜 검찰 대신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이첩하였다.

특수수사과의 수사가 시작된 11월4일 당황한 이씨는 품관소에 사표를 던지고 잠적했었다. 이씨는 초급장교 시절 미국에서 교육을 받다 미국 시민권자인 아내를 만나 결혼했기 때문에 처가가 있는 미국으로 출국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즉각 이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렸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2월6일 이씨를 긴급체포해 본격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주간동아 414호 (p66~67)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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