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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열린우리당의 위기

올 사람은 적고, 잡음은 많고

외부인사 영입작전 삐걱 … 대상자들 자질 시비에 성급한 입당설로 홍역 치르기도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올 사람은 적고, 잡음은 많고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의 외부인사 영입작업은 크게 3∼4개 통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공식적인 라인은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동영 의원과 이부영 의원. 하지만 이들 외에도 몇 명의 주요인사가 외부인사 영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천용택, 정세균, 장영달 의원 등이 중심 역할을 한다. 김원기 당의장과 이상수 의원도 힘을 보탠다.

이번 2차 외부인사 영입작업에서 문제가 됐던 최인기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경우 천의원이 직접 설득한 인물. 2차 영입인사 명단을 확정짓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에 나선 정동영 의원이 “최 전 장관이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하자 천의원이 “내가 통화했는데 우리당으로 오기로 했다더라”며 최 전 장관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인 최 전 장관은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우리당에서 자꾸 입당을 권유하고 있으나 입당 의사를 밝힌 바 없다. 만약 정치를 하려면 민주당(새천년민주당)으로 나설 것”이라며 우리당에 입당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 전 장관은 나아가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반발해 우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도 우리당 입당 여부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말해 진의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지방 당원들 상경해 지도부 성토 시위까지



지난해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특보를 지낸 김호복 전 대전지방 국세청장 영입을 두고 충주지역 우리당 당원들이 상경해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맹정섭, 성수회씨 등 충주지역 우리당 총선경선 출마 예정자들은 12월4일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 전 청장 영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중앙당에서 농성을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 전 청장을 영입한 인물은 이상수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의원의 고려대 법학과 동창. 이 때문에 시위대는 당 지도부의 학연에 근거한 외부인사 영입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세풍(稅風)사건과 관련해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동생 이회성씨와 공모해 두진공영으로부터 대선자금 4000만원을 불법수수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홍기훈 전 의원의 영입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홍 전 의원은 최근까지 한나라당 고양·일산을 지구당위원장이던 인물. 우리당 주변에서는 홍 전 의원과 가까운 김원기 당의장이 그를 영입한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영입을 앞두고 홍 전 의원이 김의장을 찾아가 영입해줄 것을 적극 부탁했다는 소문도 있다”며 “어떻게 최근까지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을 지낸 인물을 영입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함덕선 한국군사문화연구원장(전 육군 제11군단장)이 영입인사에 포함된 데 대해서는 하나회 소속 정치군인 출신이라는 그의 전력(前歷)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육사 20기인 함원장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박준병 전 의원이 이끌던 20사단에서 작전참모를 지냈으며 이후 26사단장, 육군본부군수참모본부장, 육군 11군단장 등을 지낸 인물. 이후 함원장은 94년 10월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하나회를 ‘숙청’할 때 군복을 벗었으며, 97년 대선 때는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특보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함원장은 박양수 우리당 조직총괄단장을 통해 “하나회 출신인 것은 맞지만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처럼 영입인사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영입작업을 책임진 인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입인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영입 실무자만의 책임은 아니다”라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입당을 꺼리면서 불가피하게 전력에 문제가 있는 인사들 위주로 영입할 수밖에 없어졌다는 것.

외부인사 영입작업에서 우리당이 특히 공을 들인 대상은 전직각료들과 장성급 군 출신 인사. 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선 이들의 영입이 필수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또 민주당과 영입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보다 거물급 인사를 많이 영입함으로써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김대중 전 대통령(DJ)마저 민주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DJ 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관이나 장·차관을 지낸 인사들이 우리당 입당을 주저하고 있어 우리당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영입경쟁이 불가피하게 ‘문제 인사’들을 영입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비슷한 문제제기는 민주당 쪽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전갑길 의원(광주 광산구)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장관이나 기업체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들이 나이 60이 넘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입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부총무를 맡고 있는 전의원은 “60대에 초선의원의 된 이들 고위직 인사들의 경우 의정활동에서 역동성이 떨어지고 당무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당 의원들의 얘기도 전의원의 주장과 비슷하다. 한 초선의원은 “과거 경력만 보고 무작정 고령의 인물들을 영입하는 것이야말로 당의 정체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집단적 영입인사 공개가 논란을 빚으면서 우리당은 앞으로는 외부인사 영입방식을 개별영입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주목할 만한 인물이 입당하면 그때그때 즉시 이를 언론에 공개한다는 것. 하지만 문제가 됐더라도 이제까지 입당한 인물에 대해서는 입당한 것으로 확정, 재론하지 않기로 해 앞으로 지역구 공천과 관련해 두고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간동아 414호 (p44~46)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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