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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메이드 인 코리아’ 개성공단의 유혹

中·베트남보다 좋은 환경 ‘희망의 땅’ … 안팎 어려운 中企 투자 저울질 한창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메이드 인 코리아’ 개성공단의 유혹

‘메이드 인 코리아’ 개성공단의 유혹

개성공단 후보지를 둘러보는 한국 중소기업 대표단.

코오롱에서 생산분야를 담당하는 이모 과장은 요즘 협력업체 사장들한테서 “코오롱과 함께 북한의 개성공단에 진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중소기업주인 협력업체 사장들은 대기업인 코오롱과 함께 개성공단을 분양받으면 보다 안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주들이 내년에 착공할 개성공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공단이 내놓은 조건이 괜찮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한은 개성공단에 입주할 한국기업이 고용한 북한 근로자들에게 주는 월급을 57.5달러로 합의했다. 중국 선전(深 土川)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고용된 중국인 근로자 월급이 100∼200달러 선이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고용된 베트남 근로자 월급이 60달러 선인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다.

한국에 있는 기업들은 연간 수익의 27%를 법인세로 낸다. 그런데 개성공단 진출 기업은 기업소득세 명목으로 연간 수익의 14%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과 첨단과학 등 북한이 원하는 분야에 투자한 기업의 기업소득세는 10%로 줄어든다. 이중에서도 15년 이상 개성공단에 체류하다 적자를 보게 된 기업은 5년간 기업소득세를 면제받고 이어 3년간은 그 절반만 내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아울러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연간 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됐다.

北, 경제특구 세 번째 도전 몸 달아

북한은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개성공업지구법’이라는 특별법을 만들고 이어 세금규정과 노동규정을 정해 이런 내용을 확정했는데, 북한의 규정은 한국의 대통령령에 해당한다. 내년 초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예정대로 연결된다면 개성공단의 수송조건은 중국이나 베트남 공단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러니 고임금과 고세율, 구인난과 경영난에 허덕이는 한국의 중소기업주들이 개성공단을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공단 진출을 위해 ‘입질’하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공단의 총면적은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개발하려는 개성공단 면적의 네 배에 육박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은 한국기업만 들어가는 한국 전용공단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원산지가 ‘메이드 인 코리아’로 표시되는데 이것이 대단한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만든 제품은 같은 회사가 같은 기계를 써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더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나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 제품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표기된 제품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출시된다. 개성공단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공단보다 좋은 조건인 데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원산지를 표기해 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을 향한 중소기업주들의 눈이 반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은 ‘독’을 품고 있는 법이다. 예쁜 ‘아가씨’가 많은 술집일수록 주인은 이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조폭(조직폭력배)’을 고용한다. ‘아가씨와 조폭을 어떻게 조합시킬 것인가’. 이는 개성공단 착공을 준비하는 북한이 고민해야 할 최대의 과제다. 이미 북한은 나진·선봉 지구와 신의주에서 아가씨와 조폭의 조합에 실패함으로써 고배를 들었던 전력이 있다. 북한은 ‘삼세번째’로 도전하는 개성공단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메이드 인 코리아’ 개성공단의 유혹

판문점 바로 건너편에 있는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불과 6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개성공단 조감도. 지난 8월 개성공단을 방문한 한국 중소기업 대표단(왼쪽부터).

한국은행 등이 추정하는 북한의 올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760달러다. 북한은 통계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행 등은 측정이 불가능한 북한의 일부 경제품목에 대해서는 한국의 수치를 적용해 760달러라는 값을 산정했다. 따라서 실제 북한주민의 소득은 이보다 훨씬 낮다는 게 정설인데, 전문가들은 실제로 북한주민의 1인당 GDP가 200달러 선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굶주린 북한이 배를 채우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려면 개방과 사회주의체제를 자본주의체제로 바꾸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하면 필연적으로 자유주의 바람이 일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 바람은 김정일 독재에 반대하는 반체제 세력을 낳고, 미국으로 대표되는 외세는 이 세력과 협력해 전투적 혹은 비전투적인 방법으로 김정일 정권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북한은 전면개방 대신 일정한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 개방하는 한정개방을 선택했다. 그리고 반체제 세력이 나오지 못하도록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동시에 외세 공격에 대비하는 비장의 카드로 보통 WMD(대량살상무기)라고 하는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경제특구는 북한이라는 술집이 고용한 ‘미녀’고 WMD는 이 술집을 외부세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용한 ‘조폭’인 것이다.

1992년 북한은 김정우가 이끄는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로 하여금 나진·선봉 특구 건설에 나서게 함과 동시에 1차 북핵 위기를 일으켰다. 미녀와 조폭을 함께 움직인 것이다. 김정우는 홍콩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기업체를 모아놓고 나진·선봉지구에 투자하라는 로드쇼(투자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설명회)를 펼쳤다. 하지만 외국 기업주의 눈에는 나진·선봉이라는 미녀보다 WMD라고 하는 조폭이 훨씬 더 크게 보였다. 동유럽과 소련이 붕괴한 직후인지라 이 시기의 북한은 체제 유지에 중점을 두고 미녀보다는 조폭의 역할을 더 강조했던 것이다.

남북통일 ‘트로이 목마’ 될 수 있나

급기야 북한은 조폭을 동원한 협박술에 보다 큰 비중을 둬, 미국으로부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경수로 2기를 제공받고, 이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중유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조폭 활동을 중지한다는 제네바 합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조폭전술’은 외교부의 강석주 부부장 주도로 구사됐는데, 이 전술의 성공으로 강석주는 지금까지도 외교부 부부장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미녀전술’을 구사했다 실패한 김정우는 1998년 숙청됐다는 소문을 남기고 사라져 현재까지도 생사가 묘연한 상태다.

강석주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 2차 북핵 위기를 조장함과 동시에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내놓는 고래의 작전을 다시 구사하였다. 김정우라고 하는 순수 북한인을 대표로 내세웠기에 나진·선봉 경제특구 사업에서 실패했다고 판단한 북한은 신의주라는 술집에는 보다 세련되고 국제화된 ‘마담’을 고용했다. 중국계 네덜란드인으로 홍콩 어우야(歐亞)그룹의 회장인 양빈(楊斌)을 행정장관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 전술은, 중국 사정당국이 양빈을 뇌물공여와 사기죄로 체포해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게 함으로써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2차 북핵 위기는 미녀 없이 조폭만 내세우는 모양새가 됐는데, 때마침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조폭을 너무 내세우면 미국의 공격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본 듯, 북한은 그 즉시 개성공단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유연성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은 갑자기 남북한이 안고 있는 절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접점으로 주목받게 됐다. 좀더 절박한 쪽은 북한이다. 11월 말 현대아산은 현대아산의 김고중 특별보좌역을 개성공단 이사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가 통일부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라”는 제지를 받았다. 개성공단 이사장은 나진·선봉지구를 맡았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김정우)이나 신의주 특구의 행정장관(양빈)과 비슷한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에서는 대통령과 진배없는 자리에 순수 한국인을 지명하도록 한 것은 북한의 처지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북한은 과거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한국 손님’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한국의 중소기업주들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차제에 개성공단을 그들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시범공단이 건설되고 이어 2006년쯤 본 공단이 완성돼 한국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한다면, 개성공단은 6·25전쟁 후 한국이 회복한 최초의 고토(故土)가 될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개성산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마크가 찍히는 것이다”며 “개성공단은 월등한 경제력을 가진 한국 주도로 통일을 이뤄가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간동아 414호 (p38~39)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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