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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국 어선 퇴치 남북 ‘작은 통일’ 이룰까

매년 서해 북방한계선 ‘인해전술’ 조업 … 첨예한 대치 남북한 어민 눈 뜨고 고기 빼앗겨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중국 어선 퇴치 남북 ‘작은 통일’ 이룰까

중국 어선 퇴치 남북 ‘작은 통일’ 이룰까

중국 둥강 포구에 정박해 있는 중국의 소형 어선들. 매년 6월과 10월이 되면 이중 상당수가 북방한계선 부근 수역에 들어와 불법조업한다.둥강시 당국은 ‘남북한의 경계선을 넘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항구 부근에 걸어놓았다. 단둥시 공안(경찰)이 내건 한반도의 북방한계선 수역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왼쪽부터).

지난 6월과 10월 내내 남북한 해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수역에서 중국 어선과 전쟁을 벌여왔다.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 바다는 1999년의 연평해전과 2002년의 서해교전으로 그 어느 곳보다도 남북 대치가 첨예한 곳. 서해교전 후 한국 어선은 아예 그쪽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고, 북한 배가 내려오면 한국 고속정이 경고 사격을 가하고 있어 평상시 이곳은 적막한 바다로 남아 있다. 그런데 6월과 10월이 되면 남북한 해군이 합동으로 중국 어선과 전쟁을 벌인다니 그 무슨 소리인가.

이유는 생선 때문이다. 이 수역에서는 6월에는 꽃게가, 10월에는 광어·우럭 등 고급 어종이 많이 나오는데 ‘주인’인 남북한 어선은 남북 대치 상황 때문에 이곳에서 조업하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이용해 ‘얄미운 불청객’인 중국 어선들이 떼로 몰려와 ‘싹쓸이’를 해가는 것이다. 북방한계선을 타고 비교적 내륙 가까이에 있는 연평도 어장까지 들어와 조업하는 중국 어선 수는 많을 때는 하루 1000여척을 상회하기도 한다. 성수기가 끝난 11월17일에도 110척의 중국 어선이 이곳에서 조업했다.

줄타기 항해 남북한 우롱 얄미운 불청객

남북한 해군 중 어느 한쪽이 중국 어선을 쫓을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국 어선이 순순히 퇴각하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상당수의 중국 어선들은 북한 경비정이 달려와 쫓으면 ‘잽싸게’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내려오고, 그러다가 우리 고속정이 출동하면 다시 북쪽으로 넘어가는 줄타기 항해를 하며 고기를 잡아간다. 이로 인해 남북한 함정이 모두 출동하면 그때부터는 양쪽 함정이 중국 어선보다 상대 함정을 더 의식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대치는 때때로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8월26일 합동참모본부는 1200t급인 한국 초계함이 연평도 서쪽 해역에서 북방한계선을 0.3마일 넘어온 200t급 북한 경비정을 향해 76mm함포 두 발을 경고사격해 쫓아냈다고 발표했는데, 이때도 북한 경비정은 중국 어선을 쫓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북방한계선을 넘어왔던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 수역으로 침투해 우리 수역의 고기를 잡아갈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남북한 대치 상황까지 유발하는 중국 어선은 그야말로 한반도로서는 얄미운 불청객이다.



중국 어선 퇴치 남북 ‘작은 통일’ 이룰까
떼거리로 몰려오는 이 불청객에게 더 신경질을 내는 것은 경제사정이 열악한 북한.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해군은 북한 쪽 북방한계선 바다로 들어온 중국 어선단을 향해 함포를 발사해 중국 어선 두 척을 격침시켜버렸다고 한다(날짜는 미상). 지난 10월22일에는 한국 해군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북방한계선 남쪽 바다로 들어온 중국 어선단을 향해 경고사격을 가했다. 북한 해군에 이어 한국 해군도 초강수로 대응하자 중국 정부 그제서야 깜짝 놀라 한국 외교통상부에 “북방한계선을 넘어가는 중국 어선에 대해 너무 강경하게 대처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왔다(10월24일).

중국 정부는 자국민과 자국 어선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북방한계선 수역 내로 침입해 문제를 일으킨 게 중국의 어선인지라, 중국측은 ‘항의’를 하지 못하고 강경대응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이다. 이러한 어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1월22일 한국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대표단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농업부의 어업 문제 담당자와 회담을 했다. 그러나 이 회담의 결과로 과연 북방한계선 내로 들어서는 중국 어선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북방한계선 부근 바다로 들어오는 중국 어선의 90%는 랴오닝성(遼寧省) 소속이다. 이중에서도 신의주 바로 건너편에 있는 단둥(丹東)과 단둥 바로 옆에 있는 둥강(東港)에 적을 둔 어선이 많다. 단둥과 둥강에서는 적으면 10여척, 많으면 200여척의 어선이 선단을 이루어 북방한계선 부근 바다로 남하하는데, 성어기 때는 이렇게 내려오는 선단이 수만 수십여개에 달하곤 한다. 이때 북한은 공작선을 이 선단 속에 슬쩍 끼워넣을 수도 있다. 때문에 중국 어선단이 집중 남하하는 6월과 10월이 되면 한국 해군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중국 어선 퇴치 남북 ‘작은 통일’ 이룰까

중국 둥강시 당국은 선장과 선주들 한테‘한반도의 북방한계선 부근 수역에서는 조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을 예정이다.

10월 말 해수부의 실무 대표단은 단둥과 둥강 지역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벌였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큰 어항일지라도 1000척 이상의 어선이 적을 둔 곳은 거의 없다. 대표단은 둥강에 적을 둔 어선 수가 3000여척이고, 그외 수를 파악할 수 없는 상당수의 작은 어선이 등록을 하지 않고 조업하고 있다는 말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매년 6월과 10월이 되면 이 어선들은 안전을 위해 수십 수백척씩 모여 선단을 구성해 북방한계선 부근 바다로 내려오는 것이다.

중국 어선단이 ‘인해전술’을 구사하며 싹쓸이 조업을 하는 데 대한 연평도 어민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북한 해군과 대치해야 하는 한국 해군과 해경의 함정으로는 중국 어선을 쫓아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우리들이 사제폭탄을 만들어서라도 침입해오는 중국 어선을 향해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공통 문제로 인식 본격적 논의 필요

해수부 관계자들은 “북한처럼 포를 쏴서 중국 어선을 격침하면 이는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단둥과 둥강시의 당국자가 소속 어선에 대해 한반도의 북방한계선 수역으로 출어하지 말라고 행정지시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행히도 단둥과 둥강시 당국은 ‘조선(북한)과 한국 사이에 있는 군사민감해역(북방한계선 수역)에서는 조업하지 말라’는 대지역민 홍보전을 펼치는 한편, 선주와 선장으로부터는 같은 내용이 담긴 각서를 받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동북아에서의 어업은 ‘동쪽으로’를 지향하고 있다. 중국 연안보다는 한반도 연안에 생선이 많고, 한반도 연안보다는 일본 열도 인근에 고기가 더 많은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최선진국인 일본과 중진국인 한국이 상대적으로 어장을 잘 관리하는 반면, 후진국인 중국은 근해 어장이 황폐화될 정도로 무차별 조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손해가 크다고 판단한 일본은 1997년 중국과 어업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일본 쪽으로 접근하는 중국 어선 수를 줄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한일어업협정을 개정함으로써 일본 열도 쪽으로 오는 한국 어선 수를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한국은 2001년 중국과 어업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한국 수역으로 접근하는 중국 어선 수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협정은 인천보다도 남쪽에 있는 북위 37도 이남의 서해 바다를 놓고 한국과 중국 간 경계선을 분할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국 어선은 ‘한·중 간에 경계선을 논의한 바 없는 북방한계선 부근 바다는 주인 없는 공해(公海)와 마찬가지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마구 침입해오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한이 강경하게 대처하자 단둥시 당국 등은 북방한계선 부근 수역에서의 조업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어민들에게 내리게 된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될 때까지는 ‘북방한계선 바다는 주인 없는 공해다’라는 중국측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성어기가 오면 중국의 생계형 어선들은 또다시 선단을 만들어 북방한계선 부근 바다로 밀려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 일각에서는 “중국 어선 퇴치는 남북한 모두가 고민하는 공통의 문제다. 따라서 남북한은 북방한계선상의 대치라는 현재의 문제를 접어두고, 중국 어선 퇴치라는 공통의 문제부터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올겨울에 열릴 남북장관급회담이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작은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주간동아 413호 (p44~4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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