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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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 밥상, 병든 몸과 마음 치료”

자연식 운동가 민형기씨 … ‘몸 살린’ 체험 학원생들 학습능력 배가 효과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3-10-29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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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식 밥상, 병든 몸과 마음 치료”

    민형기씨(아래)의 자연식 뷔페식당 ‘청미래’에서 식사하고 있는 청미래학원 학생들.

    ”80여 가지 산야초에 해조류로 빚은 백초 효소차입니다. 이런 자연식으로 몸도 살리고 마음도 살리십시오.”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 구로구 고척동 자연식 뷔페 식당 ‘청미래’. 자연식 운동가 민형기씨(55)는 만나자마자 효소차를 내놓으며 자연식의 소중함을 설파했다. 자연식이란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나 효소를 주어 키운 작물로 차린 밥상을 뜻한다. 서울 염곡동에 있는 밭에서 민씨가 직접 농사짓거나 전국의 자연농 농사꾼에게서 받은 농산물과 전국의 해녀에게서 구한 해조류로 꾸민 그의 식단은 정갈하고 영양 만점이다. 오곡현미밥과 콩으로 만든 고기, 단호박, 감자떡, 우리밀빵, 신선초, 파래 등 종류만 30여 가지가 넘어 손님들은 이것저것 맛보느라 과식하기 일쑤다.

    식당 위층에 있는 청미래학원과 포이동의 정수학원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한 민씨가 자연식을 전파하게 된 것은 실제로 그가 효험을 봤기 때문. 월북자의 아들로 연좌제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는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학원강사, 고등학교 교사, 농사꾼 등을 전전했다. 1988년 지금의 정수학원을 차렸지만 운영이 쉽지 않아 술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그의 몸은 비만으로 성한 구석이 없었다.

    30~40대를 위한 식단 보급도 계획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단식에 대한 정보를 듣고는 단식원에 들어갔다. 20일간의 단식과 명상을 통해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 체중이 줄어 몸도 가벼워지고 사고방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농약과 비료로 키운 병든 먹을거리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는 것도 이때 절감했다.



    민씨는 당시 아이들도 몸을 바꾸면 학습능력이 배가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몸을 살리고 마음을 살리면, 공부도 잘된다는 ‘신삼위일체 학습법’을 머릿속에 그린 것도 그때였다. 그는 학생들을 받으면 우선 건강검진을 받게 한 다음 5박6일 정도의 단식과정을 거치게 해 몸속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자연식에 맞는 체질로 바꾸도록 유도한다. 방학 때는 하루 세 끼, 학기중에는 저녁 한 끼를 청미래에서 만든 자연식을 먹게 한다. 가능하면 가정에서도 자연식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중앙대 법대에 다니다 지난 6월부터 이 학원에서 재수하고 있는 박우주군(19)은 “간이 좋지 않았고, 늘 피곤에 절어 있었다. 그러나 이곳의 ‘몸 살림 프로그램’을 체험한 뒤 몸무게도 줄고 머리도 맑아졌다. 모의고사를 보면 지난해보다 수학점수가 두 배 정도 높게 나온다”며 좋아했다.

    이 학원의 학습방법도 조금 독특하다. 이곳에는 칠판이 없고 교사는 철저하게 학생을 보조하는 자리에 선다. 교사는 학생의 현 단계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학생 스스로 채워갈 수 있게 돕는다. 방학중에는 매주 토요일 농장에서 일하게 한다. 생명을 키우는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농사를 알면 세상 농사를 제대로 짓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씨는 ‘밥상 살림 운동’을 자신과 학원생들에게서 더 나아가 사회적 차원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그는 앞으로 사회를 위해 가장 활발히 일하는 30, 40대 직장 근로자들을 위해 값싸고 영양가 있는 자연식단을 보급할 생각이다. 또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보리 피자와 현미 떡볶이, 유정란 비빔밥 등을 만들어 11월 초 시식회도 열 계획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체질 개선 교육(매월 한 차례 5일간)도 무료로 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식사는 하지 않고 그가 직접 만들고 재배한 효소식과 채소만 먹게 한다.(문의 02-2681-0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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