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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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구멍이 그리 클 줄이야”

이세돌 7단(백) : 송태곤 4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07-16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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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뿔싸, 구멍이 그리 클 줄이야”
    과연 ‘센 돌!’ 도쿄에서 열린 후지쓰배 결승전에서 이세돌 7단이 후배 송태곤 4단과 벌인 ‘형제 대결’에서 이겨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후지쓰배를 차지했다. 이로써 세계 바둑계는 이창호 일인 독주시대에서 이창호-이세돌 양강(兩强)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세돌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9단으로 특별 승단했고, 이제 만 16세밖에 안 된 송태곤 4단은 비록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5단으로 승단되고 ‘병역혜택’까지 받게 됐다.

    이세돌 9단의 이창호 9단과의 통산 전적은 12승13패. 이창호 9단과 이렇게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기사는 이세돌 9단밖에 없다. 최근 성적만 따진다면 이창호 9단과의 대국에서 내리 4연승을 거둬 오히려 우세한 데다 지난 1년간 세계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했다.

    작은 구멍 하나 때문에 거대한 제방이 무너지듯 사소한 부주의로 일순 승패가 갈린 바둑이다. 흑1로 서둘러 넘어간 수, 이 수가 통한의 패착이다. 넘어가기 전에 흑 ‘가’, 백 ‘나’를 선수해 두었어야 했다. 이 사소한 부주의가 실로 엄청난 결말을 가져왔다.

    “아뿔싸, 구멍이 그리 클 줄이야”
    백4가 절묘한 공격점이다. 이후 수순에서 보듯 상대를 공격하며 중앙을 두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으로서는 5로 궁색하게 받을 수밖에 없고 이하 15까지의 탈출은 외길. 이때 백16 한 방이 실로 뼈아프다. 이후 수순이 . 이제는 흑이 중앙 백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대마도 돌볼 겸 4로 뛰어나가자 번개같이 백5가 떨어진다. 백9까지 흑 ▲ 다섯 점이 졸지에 패에 걸려 명암이 분명해졌다. 204수 끝, 백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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