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3

2003.07.17

어딜 ‘삼각편대’ 없이 우승 넘봐!

K리그에서도 ‘스리톱’ 공격라인 맹위 … 중반기 강세 5팀 ‘골사냥’ 기세등등

  • 최원창/ 굿데이신문 종합스포츠부 기자 gerrard@hot.co.kr

    입력2003-07-10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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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딜 ‘삼각편대’ 없이 우승 넘봐!

    울산의 ‘바람돌이 삼총사’이천수·도도 (왼쪽부터).

    ”원톱 스트라이커의 솔로 플레이와 좌우 윙포워드를 통한 측면공격이 주를 이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분석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세계축구의 주류가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내세운 투톱 플레이에서 최전방에 트라이앵글 공격라인을 구축하는 플레이로 바뀌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딩요 등 이른바 ‘3R’로 대표되는 스리톱으로 사상 다섯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고, 한국 역시 황선홍(안정환)-박지성-설기현의 스리톱 라인을 가동하며 4강신화를 이뤄냈다.

    이 같은 흐름은 올 시즌 K리그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각 팀들은 저마다 스리톱 공격라인 진용을 갖추고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12개 클럽 중 스리톱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팀은 울산 전북 대전 수원 안양 등으로, 이들은 2라운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올 시즌 중반기 강세를 보이는 팀들이다.

    정규리그 3연패를 노리며 독주하던 성남 일화가 샤샤-김도훈 투톱의 위력이 점차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는 반면, 울산의 도도(29)-이천수(22)-최성국(20) 스리톱 공격라인은 연일 승리를 이끌며 성남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팀을 선두로 견인했다. 전북 역시 에드밀손(35)-마그노(27)-보띠(22) 등을 최전방에 포진시키며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결국 올 시즌 K리그 우승컵의 향방은 스리톱 공격라인의 촌철살인의 골 결정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어봤나 ‘바람 트리오‘



    울산 현대의 힘은 ‘무적의 황금 트리오’ 도도-이천수-최성국의 찰떡궁합에서 비롯한다. ‘바람돌이 삼총사’는 이들 트리오의 별명이다. 이들은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 문전을 헤집고 다녀 ‘바람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울산이 최근 리그 정상을 넘보는 강팀으로 떠오른 것도 이들 바람돌이 삼총사의 저력 덕분이다.

    이들은 5월24일부터 처음으로 선두에 올라선 6월29일 안양전까지 울산이 6연승을 거두는 동안 터뜨린 15골 중 13골을 합작하는 위력을 선보였다. 이천수, 최성국의 스피드와 칼날같이 날카로운 패스, 브라질 출신 도도의 고감도 골 결정력이 트라이앵글을 이룬 울산의 공격력은 박종환 감독 특유의 ‘찰거머리 수비’로 무장한 대구마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만큼 대단한 것이다.

    튀는 외모만큼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천수는 울산의 왼쪽 공격을 맡아 득점뿐 아니라 지난해 도움왕답게 어시스트도 함께 기록하며 경기당 공격포인트 0.67점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프리킥, 코너킥 등도 도맡아 차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과 패션감각이 이천수와 꼭 닮은 최성국은 ‘튀는 선배’ 못지않은 스피드와 개인기로 팀의 오른쪽 공격을 지휘한다. 시즌 초반 오른쪽 족저건막염(과도한 운동 등으로 인해 발뒤꿈치뼈에서 발가락까지 연결돼 있는, 발바닥을 싸고 있는 단단한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한 달 넘게 결장했던 최성국은 지난 15일 성남전에서 시즌 3호골로 화끈한 복귀식을 치른 뒤 매경기 골 잔치를 벌이며 ‘대형 신인’으로서 이름값을 하고 있다.

    도도는 다람쥐처럼 상대의 빈 공간을 파고드는 좌천수 우성국의 지원사격을 받아 상대 문전을 위협하는 바람돌이 삼총사의 맏형이다. 그는 지난해 브라질 상파울루 주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를 때 보여줬던 탁월한 문전처리 능력을 K리그에서도 뽐내고 있다.

    한편 이천수는 한국 최초로 스페인 프리메가리가에 진출한다. 7월7일 레알소시에다드와 기본 3년 계약에 이적료 350만 달러(42억원), 연봉 50만 달러(6억원)를 받기로 하고 계약한 이천수는 9일과 12일 홈 고별전과 국내무대 고별전을 치른다. 울산 현대로서는 오른쪽 공격수를 찾아야 한다.

    어딜 ‘삼각편대’ 없이 우승 넘봐!

    마그노(전북),공오균(대전),서정원(서원),정조국(안양),이준영(안양) (왼쪽부터)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는 전북은 에드밀손-마그노-보띠 등 브라질 출신 공격수들을 앞세우고 있다. 전북은 에드밀손과 마그노를 최전방에 포진, 마치 투톱을 운영하는 듯 보이지만 보띠를 프리맨으로 기용해 부채꼴 모양으로 필드를 넓게 사용하며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고 있다.

    마그노는 올 시즌 득점왕 0순위에 올라 있다. 어느 위치에서든 자유자재로 슈팅할 수 있는 마그노는 골 냄새를 맡는 데는 단연 최고다. 지난해 득점왕인 에드밀손은 득점뿐 아니라 마그노의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어시스트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에드밀손이 경기당 공격포인트가 0.88로 K리그 최고라는 점이 이를 입증해준다.

    신예 보띠는 이들의 뒤에서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며 송곳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여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전북의 문제는 이들을 대체할 요원이 부족하다는 점. 특히 이들을 받쳐줄 미드필드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해 삼총사가 부진할 경우 팀 전체가 위축된다. 이런 문제점만 보완한다면 전북 역시 올 시즌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대전 돌풍의 진원지 ‘토종삼각편대‘

    K리그의 대표적인 스리톱으로 대전의 김은중(24)-김종현(30)-공오균(29) 토종 트리오를 빼놓을 수 없다. 4-3-3 시스템을 쓰는 대전이 올 시즌 만년 꼴찌후보에서 탈출, 홈 6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는 이들의 힘이 컸다.

    김은중은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며 팀내 최다 골을 기록중이다. 최근 2년간 부진했던 김은중이 부활하자 국가대표팀 코엘류 감독도 그를 탐낼 만큼 스트라이커로서의 그의 움직임은 탁월하다.

    올 시즌 전남에서 이적해온 김종현은 대전의 왼쪽 윙포워드로 새로운 축구인생을 살고 있고, 그동안 외롭게 혼자 최전방에 나서던 대전의 터줏대감 공오균은 이들과 함께 더욱 견고한 공격라인을 만들며 대전 최윤겸 감독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수원, 안양 스리톱으로 궤도 수정

    대표적인 K리그 명문 수원과 안양은 올 시즌 초반만 해도 투톱 체제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초반 부진으로 중위권으로 밀려나자 수원 김호 감독과 안양 조광래 감독 모두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리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원은 부상으로 빠졌던 뚜따를 합류시키는 시점에 맞춰 김두현과 서정원을 좌우 윙포워드로 기용하며 극심한 골가뭄에서 벗어나고 있다. 안양 역시 브라질 용병 아도를 영입하며 정조국-아도-이준영으로 이뤄진 새로운 스리톱 공격라인을 가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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