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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엔 매트릭스 세상?

인간 능가할 인공지능 개발 가능성 커 … 초소형 나노봇 이용 가상현실 체험도 실현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2030년엔 매트릭스 세상?

2030년엔 매트릭스 세상?

인공지능 기계에 지배당하고 가상체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영화 ‘매트릭스’ 속의 세상이 30여년 후 도래할지도 모른다.

최근 영화 ‘매트릭스’ 2편이 화제 속에 개봉돼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액션과 내용이 ‘따로 논다’는 악평에서부터 1편에 못지 않은 재미와 반전을 준다는 호평에 이르기까지 반응도 다양했다. 하지만 영화 ‘매트릭스’가 설정한 배경은 여전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진짜가 아니고 인간은 인공지능 기계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영화 ‘매트릭스’가 과학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바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의 미래다. 기술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수 있을까. 현실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가상현실이 실현될 수 있을까.

먼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알아보자. 인공지능이란 인공적으로 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나 그 실체를 뜻한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간처럼 사고, 학습, 추론, 지각 등의 지능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컴퓨터나 기계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지난 50여년 동안 거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 성과는 눈부시다. 세계 체스 챔피언을 누른 IBM의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등장했고, 스스로 물의 양을 조절하고 빨래 시간을 결정하는 세탁기, 얼굴 지문 홍채 등 인간의 생체특징을 인식하는 장치, 주인에게 재롱을 피우는 로봇강아지,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아주는 지능형 에이전트 시스템 등을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커츠와일 박사 주장 세계가 주목



하지만 아직까지 인공지능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길거리에서 음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로봇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지도 못한다. 한국과학기술원 양현승 교수는 “사람들이 특별한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자동차 운전도 다양한 상황에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의 탄생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얼마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 레이 커츠와일 박사가 자신의 홈페이지(www.KurzweilAI.net)와 단행본 ‘빨간 약 먹기: 매트릭스의 과학, 철학, 그리고 종교’를 통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미래세계가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커츠와일 박사는 이미 인터넷의 등장뿐 아니라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길 날이 오고 액정디스플레이(LCD)가 CRT 모니터를 대신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예측한 바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기술 변화의 가속도에 주목하는 커츠와일 박사는 “앞으로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무어의 법칙을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앞으로 25년 후쯤에는 현재의 발전속도로 100년이 걸릴 기술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과거에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대치됐듯이 현재의 반도체 집적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인간의 뇌처럼 3차원으로 계산하는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는 300층의 회로를 갖는 실험적인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최근 분자 수준에서 작동하는 3차원 회로를 개발하는 데 진전이 있었다.

커츠와일 박사는 철보다 100배나 강한 탄소나노튜브로 소형 전기회로를 만드는 데 주목한다. 탄소나노튜브로 구현된 16cm3 크기의 회로가 인간 뇌의 계산능력보다 100만배나 더 뛰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널리 보급되어 있는 일반 PC는 대략 곤충과 쥐의 뇌 사이에 해당하는 능력이 있다. 2020년에는 컴퓨터가 인간 뇌의 계산능력과 맞먹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고, 나아가 2050년이면 일반 PC가 인간의 뇌보다 10억배나 뛰어난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2030년엔 매트릭스 세상?
인간의 지능보다 우수한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인간의 뇌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뇌공학, 신경생리학, 인지과학, 생체모방공학 등을 동원해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인간 뇌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많이 알수록 뛰어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츠와일 박사는 “2030년에 등장할 초소형 로봇인 나노봇(nanobot)을 이용하면 인간의 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노봇은 사람의 모세혈관에 들어가 활동할 만큼 작은 로봇이다. 무선으로 연결된 수십억 대의 나노봇을 모세혈관을 통해 직접 뇌에 보내면, 이들 나노봇이 인체 내에서 뇌를 정밀하게 조사해 고해상도의 뇌 지도를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인간의 뇌가 스스로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파악한다면, 종래의 컴퓨터 알고리듬과는 전혀 다른 인간 뇌의 알고리듬을 컴퓨터가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사고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이제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가상현실의 세계를 살펴보자. 가상현실을 좀더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을 통해 가상세계에 몰입하게 해주는 디스플레이 기술, 계속 변화하는 영상을 고속 처리할 수 있는 그래픽 렌더링 기술, 사용자의 머리와 팔다리의 위치와 방향을 추적할 수 있는 실시간 트래킹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몰입감을 느끼는 데 한계가 있다.

‘매트릭스’에서처럼 현실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 구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양현승 교수는 “지금처럼 거추장스런 인터페이스 장치 대신 가상현실시스템을 바로 뇌의 감각기관에 연결해야 한다”며,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시스템의 초보적인 단계는 10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츠와일 박사는 2030년이면 현실과 구별할 수 없는 완벽한 가상현실이 구현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그때면 인간의 혈구보다 작은 로봇인 나노봇이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나노봇이 우리가 진짜 현실을 경험하고 싶을 때는 아무 기능도 하지 않고 있다가 우리가 가상현실에 들어가고 싶어하면 진짜 감각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가상환경에 어울릴 만한 신호로 대치하는 것이다. 또 보통 때처럼 진짜 근육과 팔다리를 움직이려 하면 나노봇이 이들 뉴런 사이의 신호 대신 가상환경에서 가상 팔다리를 움직이도록 적당한 신호를 보낸다. 물론 영화의 네오처럼 매트릭스란 가상현실에 접속하기 위한 원시적인 케이블은 필요 없다. 모든 것이 무선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월드와이드웹은 탐험할 수 있는 다양한 가상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진짜 공간을 재창조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진짜 현실에 없는 환상적인 환경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네오가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등의 영화적 상황은 물리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진짜 세계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2030년에는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과정이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 들어가는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 더욱이 이들 가상현실에서는 나노봇 덕분에 오감뿐 아니라 감정, 유머, 성적 즐거움 등까지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393호 (p64~65)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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