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3

2003.07.17

‘밀어내기’냐 ‘충정’이냐

문희상· 유인태·문재인 총선 출마설… 신당 창당 지연 갈등과 반목 표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7-09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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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어내기’냐 ‘충정’이냐

    노무현 대통령이 7월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강철(대통령 정무특보 내정자)도 (대구 출마를) 꺼리고, 문재인 민정수석도 (부산에서) 출마를 안 하면, 영남권 신당바람은 누가 일으키나.”

    8월로 예정된 청와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청와대 386 참모들을 관통한 핵심 화두다. 386 참모들은 여권의 가용자원을 총동원, 총선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가운데 총선 승패의 핵심인 부산 교두보 확보를 위해 문수석의 출마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신주류 인사들은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수석이 자기 지역구에 출마, 신당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구에서 그들만큼 경쟁력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 출마론의 배경이다. 당사자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거나 “쫓아내려는 모양”이라며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386 참모들의 총선 동원령과 어우러져 터져나온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문재인 민정수석 등 청와대 3인방의 출마설로 청와대는 뒤숭숭하다.

    중간평가 후 8월중 조직 개편

    노무현 대통령은 7월7~10일 중국 방문을 마친 직후 청와대 각 수석 보좌관실 업무를 보고받고 중간평가를 할 예정이다. 이 중간평가 결과와 함께 내년 총선 출마 희망 비서관 및 행정관들을 일괄 정리, 청와대 조직 운영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개편 방향은 1기 청와대 인사의 대원칙이었던 ‘코드’보다 전문성을 강화하는 쪽에 포인트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의 등장 가능성도 예견된다. 말하자면 4개월 청와대 운영 성적표를 들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대의명분과 달리 청와대 일각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생각의 차이를 보인 부산 인맥과 386 참모, 신주류와 구주류, 신주류와 신주류, 386과 신주류 등이 서로 껄끄러운 상대를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의 출마론도 총선 총동원령으로 포장돼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의 신당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청와대 간판들인 이들의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청와대 정무 기능에 대한 불만이 저변에 깔린, 전형적인 파워게임의 양상으로 비쳐진다. 두 인사의 출마설이 나오는 진원지는 신주류. 이들은 이해찬ㆍ천정배 의원의 청와대 진입을 주장한다. 신주류 한 관계자는 이ㆍ천 의원의 역할로 ‘비서실장’을 상정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신주류 의원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현재의 청와대 시스템과 아마추어적 인적 구성으로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주류의 비서실장 교체 구상은 신당 창당 등을 통해 정치 주도권을 일부 확보한 후, 청와대까지 신주류 인물로 채우겠다는 발상으로 읽힌다. 전형적인 밀어내기 형국이다.

    유수석에 대한 신주류의 생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신당 창당을 놓고 신·구주류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을 때 유수석의 역할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많다. 신주류 S의원의 한 측근은 “노무현 정부 4개월 동안 청와대 정무 기능이 전무했다”고 혹평했다. 유수석의 역할 부재가 신당 창당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신주류 J의원의 한 측근은 “매일 술 먹는 기사만 나온다”고 강한 불신감을 보인다. 김경재 의원은 “정무수석이 뭐 하는 사람이냐. 여야가 대치된 국정현안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유수석의 역할 부재를 힐난했다.

    구주류도 유수석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한화갑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노대통령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유수석이 아닌 노대통령의 다른 측근에게 전달, 직거래를 추진하기도 했다. 유수석에 대한 한 전 대표의 ‘불신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주류 주변에서는 이해찬·이강래 의원 등을 유수석의 대체인물로 거론한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소속 비서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총선 출마에 신경을 쓴 점도 ‘정무’ 기능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문학진 정무1, 박재호 정무2, 박기환 지방자치 비서관 등 정무수석실 비서관 6명 중 3명이 총선 출마를 준비중이다.

    청와대 일부 386 참모들은 문재인 수석의 총선 출마론을 들고 나왔다. 노대통령의 복심인 그가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부산 경남 지역에서 ‘깃발’을 들어야 신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노대통령의 부산 인맥과 386 참모들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언론은 문수석을 ‘왕수석’으로 부른다. 그만큼 그의 청와대 내 입지와 역할이 크다. 당초 문수석의 이런 활동반경을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특히 386을 중심으로 한 서울 참모들이 문수석의 ‘독주’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노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용인 땅 문제와 관련, 언론에 등장한 강금원씨(창신섬유 회장)는 “문수석이 노대통령을 망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광재 청와대 상황실장,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 386 참모들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그의 ‘일성’은 청와대 파워게임의 흐름을 한눈에 읽게 했다.

    386 참모들은 한때 문수석을 견제하기 위해 문희상 비서실장과의 전략적 제휴를 시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수석의 독주로 존재가치를 상실했던 문실장과 386 참모들이 연합전선을 형성, 부산 인맥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섰다는 것. 명분은 비서실장 중심의 시스템 구축이다.

    그러나 이런 386 참모들에 대한 역습의 기운도 감지된다. 노대통령의 측근으로 부산 인맥인 J씨는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을 지목, 총선 출마론을 대입한다. “노대통령과의 관계는 물론 386의 상징적 인물이란 점에서 그가 깃발을 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견제의 기류가 뚜렷하다. 그는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386 참모들이 지나치게 노대통령과 밀착한 것은 원활한 국정운영의 걸림돌이다”는 것이 그의 오래된 생각이다.

    민주당 신주류는 물론 청와대 386 참모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총선 승리를 위한 충정의 발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 창당이 지연되면서 민주당 내 신주류 및 청와대 인사들 간의 갈등과 반목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노대통령의 다음 한 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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