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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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권노갑 … 신·구주류, 동상이몽 ‘러브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7-09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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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민주당 내 신·구주류로부터 서로 다른 색깔의 구애를 받고 있다. 신주류 인사들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인 그를 통해 구주류를 통합신당으로 유도하려 한다. 최악의 경우 권 전 고문을 중립지대에 묶어두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7월2일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그가 움직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나빠지고 있는 호남정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 전 고문은 7월5일, 수도권 한 골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함께 라운딩에 나선 사람은 김상현 상임고문, 이상수 사무총장, 임채정 의원. 권 전 고문의 무죄판결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 신주류 핵심인 이상수 총장이 자리를 함께한 것은 의외였다. 당초 이총장은 비슷한 시간대에 기자들과 라운딩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를 안 이훈평 의원이 멤버를 긴급 조정, 골프를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신당 전도사 이총장은 ‘깔린’ 멍석을 100%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신당문제와 관련해 구주류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계속 버티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또 “호남을 위해서라도 구주류가 통합신당에 동참해야 한다”며 통합신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구주류가 함께 가지 않을 경우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이총장의 말을 예(禮)를 갖춰 경청했다. 그러나 한 측근은 “속이 편했겠느냐”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총장도 권 전 고문이 계속 침묵하자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구애를 중단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권 전 고문이 무죄판결을 받자, 신주류 몇몇 인사들이 축하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권 전 고문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동교동 인사들은 신주류의 이런 움직임에 냉소적이다.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신주류 인사들이 축하를 하고 있지만, 그들 가운데 권 전 고문을 마치 ‘악의 축’처럼 왜곡한 사람들이 있다”라며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다. 이의원은 “만약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면 그들은 정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신주류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시했다.

    반면 동교동계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지만 돌아온 권노갑의 구심력이 동교동에 생기를 몰고 온 것이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의 총선 출마, 대북송금 특검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거부한다. 잘못 움직이면 또다시 여론재판에 휩쓸려 떠내려갈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다. 권 전 고문의 측근인 배석영씨는 “권 전 고문이 7월 말쯤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지에서 기사회생한 권 전 고문이 신당 창당 정국의 중심부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정치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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