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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대가’란 표현 쓴 적 없다”

송두환 대북송금 특검 “수사 끝났는데 논쟁 종식 안 돼 안타까울 뿐”

  • 길진균/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leon@donga.com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나는 ‘대가’란 표현 쓴 적 없다”

“나는 ‘대가’란 표현 쓴 적 없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70일간의 ‘대북송금 특검’이 6월25일 막을 내렸다. 어느새 세간의 관심은 김대중 전 대통령(DJ) 시절 청와대와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사이의 커넥션으로 옮겨갔고 화려했던 특검은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는 중이다. 그러나 특검이 정의한 ‘대북송금 수사 결론’은 꽤 오랫동안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검 기간 중 가장 고민이 많았을 사람은 당연히 송두환 특별검사. 수사기간 내내 기자들 앞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송특검은 여전히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있다. 그간 송특검을 단독으로 만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항시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6월26일 KBS 아침방송에 출연했다가 시달린 뒤에는 일절 수사내용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특검이 공식 완료된 이후 기자회견장(25일)이나 기자간담회장(26일), 또는 출퇴근 도중 잠깐씩 짬을 내 송특검을 만나보았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비밀리에 송금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6월25일 오전 11시, 수사결과 발표 당시 송특검의 목소리에서는 한 치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간결한 문체로 요약된 도톰한 수사결과 발표문에는 특검팀의 깊은 고민이 배어 있다. 송특검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현대의 대북송금과 정상회담 간의 연계성 인정 △대북지원금 명목으로 1억 달러를 현대에 대신 지급 요청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불법대출 △박지원 150억 뇌물수수 △대북송금과 남북정상회담 하루 연기 이유와의 무연계성 등이다.



-국론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고민이 많았을 텐데….

“연일 특검 사무실 앞에서 시위가 있었다. 처음부터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내 다른 젊은 변호사들로부터도 특검 수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특검 반대 집회를 보면서 젊은이들이 남북관계를 걱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람이 많은데….

“나 역시 그랬다.”

-카메라에 잡힌 송특검은 늘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고쳐야 될 부분이다. 출근할 때도 항상 뭘 생각해서 그런 표정이 나온다. 간혹 웃을 때도 있는데 왜 그런 건 안 찍히는지 모르겠다.”

-특검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대북송금 성격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우리 역시 어려움이 많았다. 양쪽에서 제기하는 모든 우려에 대해 고려해야 했다. 상이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한시적으로 모여서 함께 일한 특검이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여러 고민을 놓고 토론을 많이 해야 했다.”

“나는 ‘대가’란 표현 쓴 적 없다”

6월25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송두환 특별검사.

-대북정책지원금이란 무슨 뜻인가.

“표현이 잘 와 닿지 않겠지만, 정상회담은 그 이전부터 계속 추진되어왔고 어떤 계기로 당시 급진전됐는데, 이 기회에 대북지원금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선입견, 편향성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중립적인 단어를 모색한 것이다.”

-1억 달러가 통일비용이라는 여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도 있나.

“글쎄, 민주당 쪽에서 그렇게 얘기했나. 나는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

-송금 성격이 궁금하다. 2000년 5월3일 현대가 북한과 체결한 경협합의서 이전에 송금을 합의한 셈인데 결국 정상회담 대가라는 뜻인가.

“그 부분은 발표문에서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지원금, 즉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선투자금 성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특검은 4억5000만 달러 가운데 1억 달러는 정부가 약속한 대북정책지원금이라고 결론내렸다. 정부는 왜 비공개적으로 그 돈을 송금하려 했다고 보는가.

“당시 회담을 추진하고 송금하고자 한 부분, 상황, 정상회담 추진 의도, 이들을 종합해서 성격을 규정했다. 공개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다만 당시 사회적·정치적 여건에 비춰봐서 그분들이 합법적 방식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인도적 이유 등 여러 차원에서 (대북송금 논리를) 설명하면서 정부의 의지를 피력했다면 불가능했을까. 물론 쉽지는 않았겠지만 정면돌파했어야 했다.”

-북측이 먼저 송금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있다.

“자세한 경위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선까지 발표해야 하는지 상당히 고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데 1억 달러를 보낸 건 김 전 대통령의 지시인가, 아니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나온 것인가.

“그 부분과 관련해서 일부 진술을 들은 바 있지만 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단계까지 조사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료하게 됐다.”

송특검은 특검팀의 수사결론인 1억 달러가 ‘대북정책지원금’이라는 표현이 ‘대가성’으로 바뀌어 표현되는 것에 대해 항의성 발언을 거듭했다.

-많은 언론이 ‘대가성 인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이것이 특검이 밝혀낸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가.

“언론에 ‘대가성’이라고 나간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정확히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있다면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부분이 가장 핵심인데 약간 바뀌어서 전달된 것 같다.”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들었다.

“특검팀 내부에서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의혹을 놓고 토론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밝혀낸 사실을 놓고 논쟁을 했다.”

-역시 ‘대가성’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됐나.

“‘대가’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데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우선 ‘대가’라는 말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첫째발표문에 쓴 대로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둘째로는 남북정상회담을 소위 ‘사고 팔았다’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연관성이 있는 정도로 ‘대가’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대가가 아니라는 뜻인가.

“사고 팔았다는 부정적 의미의 대가라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대가’라는 표현을 일반적 수준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들은 분명히 ‘봐라, 특검팀도 대가성이라고 인정하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이제는 ‘대가성’ 정상회담으로 굳어졌는데….

“특검이 대가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대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어지러운 상태를 좀더 지속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계속 대가라는 말을 쓸지도 모르겠다.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니까 혼란이 계속된다. 더 이상 대가성 논란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한다.”

‘보안’에 신경 쓴 탓인지 특검 기간 내내 큰 ‘특종’은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수사팀을 긴장시키는 돌출기사는 꾸준히 있어왔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소환 직후에는 ‘비자금 세탁설’이 특검 내부에서 흘러나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결국 박지원 전 장관 150억 수수설은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토론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남북정상회담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이후 장시간의 토론을 거쳤다. 1억 달러를 정책지원금이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이견이 많아 의견조율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1억 달러와 4억 달러를 각각 구분해서 토론했고 4억 달러 부분은 훨씬 편하게 (발표문대로 경협용이라는) 성격을 규정했다. 우리의 판단을 뒤집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면 모르겠지만 일단은 수사결론을 믿어줬으면 한다.”

-토론이 격해서였는지 갈등설이 퍼졌다. 일부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고….

“정확하지 않은 보도가 있었다. 민변 출신 기획팀 수사관들이 사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적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오보다. 특검팀에는 9명의 법조인이 있는데 이분들은 경력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견을 접근시키는 방향으로 토론을 진행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생각이 다른 분들과 의견충돌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수사결과 발표문에는 한 번 토론할 것을 두 번, 세 번 토론해서 우리의 뜻을 집약했다.”

송특검은 특히 이 대목에서 “특검팀을 잘 모르고 기사를 쓰는 일이 있었다”고 일부 언론에 섭섭함을 표시했다.

-내부에서 정보가 샜다는 설이 꾸준히 있었는데….

“이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보안 문제나 수사기밀 누설과 관련해서는 신경을 많이 썼다. 특검팀 내부에서 누군가 내용을 흘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정치에 휘말렸던 특검

수사기간 내내 DJ에 대한 수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 같은 대북송금에 대해서 DJ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DJ가 위법행위에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장관은 물론 DJ 소환 역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검 자체를 비롯해 대북송금에 관한 논란은 2월에 DJ가 그냥 밝혔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사실 (특검의 결론이란 게)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지 않은가.”

-DJ가 송금을 인지한 시점은 언제인가.

“그에 관해서는 공소장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걸로 미흡하다면 향후 변론 과정에서 드러나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

-DJ 소환 여부를 둘러싸고 억측이 많았다.

“DJ 조사 여부에 대한 질문이 언제 처음 나왔는지 아는가. 내가 특검으로 임명된 날부터다. 그런 질문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은 기자들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6월23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통령과의 면담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나를 둘러싸고 질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그런 자리라고 해서 할 말을 못하는 사람도 아니다.”

-노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민정수석, 강금실 법무부 장관 등이 모두 법조계 출신이어서 정치적 판단보다는 사법적인 판단이 예상됐는데….

“그럴 수도 있는데…. 그분들도 예전에는 변호사였지만 지금은 정치인 아닌가.”

-특검팀 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심사숙고해서 구성한 최고의 진용이다. 두 명의 특검보도 상호보완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민변 출신 변호사를 기획파트에 배치했다. 수사 검사들은 금융 및 특수, 강력 분야에 정통한 검사들이다. 무엇보다도 열의가 있어 선발했다.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준도 크게 작용했다. 정말 훌륭한 팀이었고 기대에 부응해줬다.”

-제2특검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수사가 중단된 부분은 어디서든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사기록은 사료라고 할 수 있는데 언젠가는 역사를 위해 공개해야 하지 않나.

“지금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꼭 필요한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게 마련 아닌가.”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 부분은 대답하지 않겠다. 자신 있다고 하면 어느 쪽에서는 ‘그래 한번 해보자’고 할 거고 자신 없다고 하면 ‘해보지도 않고 벌써 저러나’고 할 것 아닌가. 허허….”

-특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근본적 취지는 논란의 종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파악한 것을 이해해주고 우리의 판단을 수용해준다면 소모적 논쟁 종식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대가 인정’으로 나가니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루 걸러 한 번씩 시위가 벌어지는 와중에 우리 특검팀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외부에서는 잘 모를 것이다.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수사결과를 압축해 발표문을 작성했다. 괜한 말로 상처받을 사람이 많기에 말을 아끼는 뜻을 이해해달라. 이제 특검팀이 수사결과를 내놓고 평가를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잘 보살펴줘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송특검은 연신 “특검의 성공여부는 국민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6·15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대북송금특검역시 역사의 평가에 맡겨지게 된 셈이다.





주간동아 392호 (p54~55)

길진균/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leon@donga.com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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