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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폐골재가 매립용?

고가 철거 자재 64만t 중 자갈 24만t 추정 … 위탁처리업체 서너 곳 빼곤 재활용에 의문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양질의 폐골재가 매립용?

양질의 폐골재가 매립용?

청계고가와 복개도로를 철거하면 13평형 아파트 170개동을 철거한 것과 맞먹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5.8km에 이르는 청계고가를 뜯어냈을 때 발생하는 폐콘크리트 철근 등 폐기물은 모두 어디로 갈까. 청계고가 철거작업으로 발생하는 폐기물 양은 어림잡아 64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가 밑 복개도로까지 뜯어내면 모두 114만t의 철거자재가 쏟아져 나온다. 50가구짜리 13평형 아파트 1개 동을 철거했을 때 나오는 폐기물이 6700t 정도. 그러니까 청계고가 및 도로 철거작업을 통해 나오는 폐기물은 이러한 아파트 170개 동을 철거했을 때 나오는 폐기물 양과 맞먹는 셈이다. 10월 말까지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므로 하루 평균 폐기물 발생량만 해도 9500여t. 15t 트럭을 기준으로 하루에 600대 이상이 청계고가와 도로의 잔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동원돼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특히 청계고가에서 쏟아져 나올 폐기물은 재건축 아파트나 기존 상업용 건물을 철거할 때 나오는 폐기물과는 달리 건축자재 등의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양질의 폐기물로 꼽힌다. 30여년 전 완공된 탓에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질 좋은 강(江) 자갈 등이 사용된 것도 청계고가의 장점으로 꼽힌다. 청계고가 철거자재에서 나오는 콘크리트 중 자갈의 비중을 40%로 봤을 때 어림잡아 24만t이 넘는 자갈이 쏟아져 나온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청계고가에서 나오는 폐골재가, 산을 깎은 뒤 나오는 쇄석을 사용하는 요즘 건설현장의 골재보다 훨씬 양질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30여년 전 완공 이물질 섞이지 않은 폐기물

그러나 이러한 우량 골재는 대부분 제값을 하지 못한 채 단순 성토용이나 매립용으로 쓰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는 김포 매립지로 직행하는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3개 청계천 복원공사 시공업체, 10개 폐기물 수집 운반업체, 11개 폐기물 처리업체와 공동 도급계약을 맺어 폐기물을 위탁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서울시와 위탁처리 계약을 맺은 I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와 계약을 맺은 11개 업체 중 청계고가 폐기물을 제대로 재활용해서 건설업체에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3∼4개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의 업체들은 재활용은커녕 적당히 파쇄해서 버리거나 복토 매립용 등으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청계고가 철거로 인한 폐기물의 75%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런 시각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가. 서울시가 폐기물 관련 업체와 계약을 맺어 폐기물 처리를 위탁하는 것만으로 폐기물을 재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위탁처리업체가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런 점을 모르지 않는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폐기물 처리업체가 파쇄기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청계고가 폐기물 역시 저지대 매립용이나 도로 건설에 쓰이는 보조기층재 정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자재를 분류 세척한 뒤 레미콘용 골재로 재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세연 박사는 “건축 폐기물이 건설현장에서 다시 쓰여야 재활용되는 것인데도 중간처리업체에 맡겼다고 해서 재활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폐기물 처리업체의 한 관계자 역시 “청계고가 철거자재의 75%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한마디로 위탁처리업체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양질의 폐골재가 매립용?

고가도로 철거로 생기는 폐자재는 건축자재 등이 포함되지 않은 양질의 폐기물로 꼽힌다. 원남고가 철거 장면.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계고가 철거작업으로 나오는 폐기물을 지금처럼 저지대 매립용이나 성토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청계고가의 폐기물처럼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폐기물을 구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환경부 역시 이러한 점을 인식해 서울시와 합동으로 점검반을 구성해 현장에서 폐기물이 얼마나 재활용되는지 모니터한다는 방침이다. 또 청계천 복원공사 실시설계에도 폐기물 재활용 방안이 반영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춘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늘어나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을 고쳐 업체들의 장비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재생골재가 질이 떨어지는 데다 사용했다가 나중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레미콘용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 사실. 청계천 2공구 구간 공사를 맡고 있는 LG건설 강정율 소장은 “청계고가 철거 폐기물은 대부분 도로용 보조기층재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로부터 청계고가 폐기물 재활용 및 처리와 관련한 어떠한 지침이나 권고사항도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현장 재활용을 유도한다는 환경부나 서울시의 방침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청계고가 철거를 계기로 건축 폐기물 재활용 방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세연 박사는 “일부 선진국의 경우 콘크리트를 만들 때 재생골재 의무비율을 정하기도 한다”면서 “청계고가 철거작업을 계기로 정부가 양질의 재생골재를 시범적으로 재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남양주시 일부에 재생골재를 천연골재와 섞어서 도로포장용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시범지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험단계에 지나지 않는 데다 이런 능력을 갖춘 업체도 많지 않은 형편이다. 골재가 모자라 중국에서 모래를 수입해서 쓰는 형편을 감안하면 청계고가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재생골재 활용 문제는 청계고가 철거작업의 또 다른 숙제인 셈이다.





주간동아 392호 (p18~19)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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