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일본 대중문화 너, 한국 코드 아니야

영화·영상물 등 국내시장 잠식 미미 … 음반 및 공연 시장, 방송 프로그램 개방 초읽기

  • 양중석/ 월간 oimusic 기자 yajooo@oi.co.kr

일본 대중문화 너, 한국 코드 아니야

일본 대중문화 너, 한국 코드 아니야

6월8일 일본에서 열린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출연한 일본 가수 구사나기 쓰요시(오른쪽)와 노무현 대통령.

6월8일 노무현 대통령이 출연하고 일본 TBS와 한국의 KBS가 공동제작한 대담 프로그램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가 한국과 일본 양국 TV를 통해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싱글 앨범 ‘정말 사랑해요’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던 일본 그룹 스마프(SMAP) 멤버 구사나기 쓰요시(艸なぎ剛·한국명 초난강)가 보조 사회자로 자리하고 있었다.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국내 시청자들에게 화제와 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던 지난해의 모습과는 달리 구사나기 쓰요시는 한국어 입문서를 직접 집필할 정도로 능숙해진 한국어로 시종 대화를 이끌었다. 그런 구사나기 쓰요시가 노대통령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저는 일본의 유명한 그룹 스마프(의 일원)입니다. 혹시 대통령께서는 스마프를 아십니까?”

마침 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일본 팝의 최고 인기 아이돌 스타인 5인조 보컬 그룹 스마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만화 주인공 아닙니까?”

한국 관객들 “일본 영화는 시시해”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대통령은 발음이 비슷한 TV 만화영화 ‘스머프’를 연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 구사나기 쓰요시는 “스마프의 노래가 한국에 소개되어 대통령께서도 스마프를 알게 될 날을 기대해도 좋겠냐”고 응수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서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었던 일본어 가창 앨범 해금 조치가 다시금 수면으로 부상하는 찰나였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튿날인 9일 오전 일본 국회 연단에 선 노대통령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언급됐다. 대통령은 700여명의 일본 중의원, 참의원들 앞에서 “자연스러운 문화교류는 두 나라 국민간의 이해를 높이는 데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대중문화의 추가 개방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굳게 걸려 있던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인 1998년 10월부터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고 지시했지만 일본 문화의 국내 개방은 실로 조심스레 진행돼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노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직접 예고한 4차 개방은 보다 파격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2000년 3차 개방 이후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에서 파악한 일본 대중문화의 국내시장 잠식률은 예상외로 저조하다. 영화의 2%, 비디오의 4%, 음반의 3%에 그친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인한 국내 산업 수익 감소분도 영화 50억원, 비디오 140억원, 음반 3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문화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5000억원의 문화산업 진흥기금을 조성하겠다던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의 발표도 현재까지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 듯싶다.

이처럼 일본 문화의 파급효과가 미미한 것은 우선 정서적 차이에 의한 반감 탓이 크다. 특히 일본 영화와 영상물은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가 현재까지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잔잔한 진행은 ‘러브레터’ 같은 일부 멜로영화를 제외하고는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큰 감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SF영화나 호러영화의 경우에도 뛰어난 특수효과와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비해 결말은 시시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 너, 한국 코드 아니야

한국에서 싱글 앨범을 냈던 일본의 인기그룹 ‘V6’, 일본 영화 ‘러브레터’(위부터).

일본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바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고속통신 강국인 우리의 특수한 상황이다. 일본 영화들은 국내에 개봉되기도 전에 소위 디빅스(DivX) 파일이라 불리는 동영상 파일로 불법 복제되어 각종 P2P(일대일 파일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일본 영화 팬들마저 극장을 찾을 이유를 잃게 된 것이다. 출판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21세기 들어 ‘G.T.O.’ ‘이나중 탁구부’ 이후 국내에서 가장 히트한 일본 만화로 꼽히는 우라사와 나오키(浦澤直樹)의 ‘20세기 소년’ 시리즈는 국내 라이선스판이 발매되기가 무섭게 스캔 JPG 파일 형태로 인터넷을 떠돈다.

저작권에 대한 불감증도 일본 대중문화의 고전에 한몫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뜻하는 ‘저패니메이션(Japanimation)’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서울 신촌 등지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법 상영되고, 불법 복제 CD까지 공공연히 매매되고 있다. 일본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플레이 스테이션’ 역시 용산 전자상가 등지를 중심으로 정가의 20% 수준의 싼 값에 복사 CD 소프트웨어가 나돈 지 오래다. 대부분의 게임 마니아들은 이 같은 경로로 일본산 타이틀을 손쉽게 구해 게임을 즐겼다.

일본 문화의 4차 개방을 통해 줄곧 최후의 보루로 남았던 두 가지, 음반 및 공연 시장 전면 개방과 방송 프로그램 개방도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한국 시장에 그리 큰 타격은 입히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의 메이저 직배 음반사들은 진작부터 일본 음악 파트 전담 직원을 채용해 일본 음악의 상륙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일본 음악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팔린다고 해도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는 음반 시장의 불황 타개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내 최고 인기가수들의 음반판매고도 바닥을 기는 상황 아닌가.

누가 음반 사고 공연장 가겠나

또 일본 대중음악의 주류는 록음악인데 현재 국내에서 환영받는 대중음악 장르는 오로지 댄스음악과 발라드뿐이다. 예를 들어 일본 최고의 인기가수인 하마사키 아유미(濱崎あゆみ)는 국내 정서에 그다지 맞지 않는 록 필의 창법을 선보인다. 일본 대중 음악계의 주류로 부상한 힙합, R&B 가수들만큼은 사뭇 기대가 크지만 정작 국내 흑인음악 팬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역시 회의적이다. 한때 엑스-재팬(X-Japan)이나 안젠지다이(安全地帶), 그리고 튜브(Tube)의 음악을 청계천에서 구입한 불법 복제 LP나 공테이프에 복사해 들었던 기성세대들이 과연 이들의 정품 CD를 다시 찾아줄지도 의문이다. 음반이 안 팔리는데 공연이 성황리에 이루어질 리가 만무하다. 일본의 물가를 감안하면 일본 가수들의 공연 티켓은 최소한 10만원은 넘게 마련이라 가격 경쟁력조차도 없다.

다만 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개방만큼은 그 파급 효과 면에서 여타 장르와는 달리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이미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의 NHK-TV를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프로그램 베끼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국내의 일부 방송국 관계자들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주간동아 391호 (p74~75)

양중석/ 월간 oimusic 기자 yajooo@oi.co.kr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58

제 1358호

2022.09.30

푸틴의 미치광이 전략, 우크라이나戰 종전 위한 노림수?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