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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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공포’에 비행기도 멈췄다

에어 인디아 조종사들 비행 거부 파업 … 회사측 법정 기소 ‘강경 대응’ 불신의 골 깊어

  • 이지은/ 델리 통신원 jieunlee333@hanmail.net

    입력2003-05-22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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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각국이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로 사회불안과 경제위기 등을 겪고 있는 요즈음, 인도에서는 사스와 관련해 항공기 조종사들의 비행 거부로 항공대란이 일어났다. 직업상 사스 위험지역을 피할 수 없는 조종사들이 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인도 국영 항공사 에어 인디아 조종사들의 노조인 인도조종사조합(Indian Pilot Guild·이하 조합)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사스 환자가 급증하던 4월 중순 회사측에 사스 위험지역 운항을 즉각 중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마침 싱가포르에서 입국한 승객이 첫 인도인 사스 환자로 확인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에어 인디아는 4월 초순과 중순에 각각 홍콩과 싱가포르 행 비행기의 운항 횟수를 줄였을 뿐 운항 중단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조합측은 최근 싱가포르로 비행했던 조종사 중 두 명이 사스에 감염됐으나 회사측이 사실 확인을 거부하며 정부에게까지 이를 숨기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와 함께 조합측은 사스 위험지역으로의 운항을 즉각 전면 중단할 것, 비행기에 함께 탑승하는 승무원 전원이 최근 열흘 이내에 사스 위험지역으로 비행한 적이 없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줄 것 등의 조건을 내걸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에어 인디아측이 이를 거부하자 조종사들은 즉시 비행 거부라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중동 노선 며칠간 마비 상태

    회사와 조합측의 협상이 결렬되고 조종사들의 비행 거부가 현실화하자 4월 말부터 에어 인디아의 항공편 운항 스케줄은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하루 10여 편의 비행기가 연발, 연착하거나 운항이 취소됐다. 특히 두바이, 아부다비 등 중동 노선들은 며칠 동안 마비 상태에 빠졌다. 에어 인디아측이 유럽, 미주 지역으로 운항하는 비행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 중동 노선을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바이에서 인도의 두 도시를 거쳐 머스캣으로 가는 노선의 항공기에서는 인도에서 교체되어야 할 조종사가 비행을 거부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비행기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해 승객이 홧김에 승무원을 억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에어 인디아측은 “조합측의 주장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결국 회사측은 45명의 조종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고 55명의 조종사에게 경고 조치를 취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에어 인디아측은 정직 처분을 받은 조종사들을 법원에 무더기로 기소했다. 한편 파행 운항을 줄이기 위해 퇴직 조종사들을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하고 아직 연수중인 예비 조종사들의 연수기간을 단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또한 인도 공군의 조종사 40명을 에어 인디아 조종사로 긴급 채용하기도 했다.

    회사측의 강경책에 조합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더해지면서 ‘운항 중단’이라는 조합의 요구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조종사가 속출하면서 결국 파업은 1주일 만에 철회됐다. 5월 중순 현재 에어 인디아는 거의 정상 운항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나 회사측은 여전히 조종사들에 대한 기소를 취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사스로 인해 불거졌던 에어 인디아 조종사들의 파업 사태는 법정 공방을 남긴 채 마무리돼가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사스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인도 조종사 조합인 듯싶다. 파업을 계기로 조합이 신뢰와 결속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노조 자체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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