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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색도시⑤ |뉴질랜드 퀸스타운

‘모험은 내 친구’ 체험 레포츠의 고향

  • 글·사진/ 퀸스타운=최병인 기자 cbi2165@donga.com

‘모험은 내 친구’ 체험 레포츠의 고향

‘모험은 내 친구’ 체험 레포츠의 고향
오클랜드 도착 직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뉴질랜드의 첫인상은 고층건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1시간 반 동안의 고된 비행 끝에 도착한 오클랜드. 계절이 서울과는 반대인 가을이다. 하늘은 쾌청했으나 기온은 좀 쌀쌀했다. 다시 퀸스타운으로 가는 에어 뉴질랜드에 몸을 실었다.

오클랜드를 떠나 퀸스타운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서던 알프스산맥의 비경과 퇴각하는 빙하 아래에 형성중인 호수의 모습이 보였다. 남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산맥에는 높이 2500m가 넘는 산이 무려 200여개나 된다.

퀸스타운 공항에서 내려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약 9km를 들어갔다. 천상의 도시라고 할 만큼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퀸스타운. 서던 알프스산맥과 ‘비취호수’라 불리는 S자 모양의 와카티푸 호수가 어우러진 도시다. 황금색의 단풍으로 물든 자연경관과 각양각색의 주택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862년 11월 어느 날, 마오리족(뉴질랜드 원주민) 청년 2명이 스키퍼스캐년의 숏오버 강을 헤엄쳐 건너다 바위틈에서 금을 발견했다. 그 직후 이 지역은 급속히 발전해 많은 건물들이 세워지면서 퀸스타운으로 탄생했다. ‘여왕이 살기에 어울리는 도시(Queenstown)’라는 이름도 당시 이곳을 찾은 채굴자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1900년까지 엄청난 인구 수를 자랑하던 이 도시는 금이 바닥나면서 점차 유령도시(고스트타운)로 전락하고 만다. 인구도 190명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쓸쓸하고 황량한 마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버려졌던 퀸스타운은 1970년대의 ‘어드벤처 러시’ 덕분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노다지 강(The Riches river in the world)’이라 불렸던 숏오버 강을 메우던 스키퍼스캐년의 프로스펙터(금 찾는 사람)는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번지점프와 제트보트로 광맥을 찾는 또 다른 프로스펙터가 자리를 메우고 있다. 번지점프를 최초로 상업화(1988년 카와라우 강 점프)한 AJ 해킷, 물 깊이가 10cm만 넘으면 어디든 떠다니는 ‘제트보트’를 발명한 ‘숏오버제트’ 같은 모험스포츠 마니아와 업체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 퀸스타운은 ‘번지점프의 고향’ ‘제트보트의 발상지’로 통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모험스포츠의 수도’로 인정받을 만큼 유명해졌다.

‘모험은 내 친구’ 체험 레포츠의 고향
번지점프·제트보트 발상지로 세계적 명성

상주인구 1만5000여명에 불과한 퀸스타운은 시드니 멜버른 등 호주의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국제선 항공편이 주 6회까지 들고나는 뉴질랜드 최대 관광도시이자 리조트 타운이다.

퀸스타운은 주변의 관광명소로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중간기지로서, 그리고 퀸스타운 구석구석에 위치한 기발한 아이디어의 레저시설로 뉴질랜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명소다.

가장 매력적인 거리는 비치 스트리트와 더 몰. 퀸스타운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이기도 하지만 보행자 전용도로로 여행객에게 가장 흥미로운 거리다. 여기에는 스키 등산 등 각종 레포츠 장비점(판매 및 대여)부터 고급 부티크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이 주변에는 관광 및 레저이벤트 회사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도자기를 테마로 한 갤러리부터 멋쟁이들을 위한 패션 카페, 여행자와 주민을 위한 여행 서점의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멋진 레이아웃은 책 속에 푹 파묻히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한다.

‘모험은 내 친구’ 체험 레포츠의 고향

하예스호수.퀸스타운 워터프런트.‘호수의 귀부인’이라고 불리는 언슬로호에서 와카티푸 호수의 풍경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브레콘 스트리트의 야경(왼쪽부터 시계방향)

‘모험은 내 친구’ 체험 레포츠의 고향

일몰의 호수 위로 증기선 언슬로호가 들어오고 있다.제트보트가 숏오버 강의 협곡 사이를 질주하고 있다. 카와라우강의 번지점프. 물속에 머리가 잠길 정도로 낙하한 후 로프의 반동으로 튀어오르고 있다(위부터).

퀸스타운의 명물이 된 곤돌라는 시내부터 해발 440m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의 밥스힐까지 연결된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마주한 퀸스타운의 모습과 눈앞의 리마커블 산의 웅대한 파노라마를 눈과 가슴에 담고 있노라면 이곳이 바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퀸스타운의 레포츠 중 대표종목은 역시 번지점프. 번지점프대는 카와라우 강의 하켓 번지점프말고도 스키퍼스캐년의 71m 높이 번지와 밥스힐의 47m 높이의 번지, 그 외에 헬리콥터를 이용해 300m 창공에서 뛰어내리는 빅 점프번지 등 다양하다. 번지점프의 스릴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싶어 발길을 돌린 곳은 카와라우 강의 다리. 세계 최초로 상업적 번지점프를 시도한 ‘역사적’ 공간이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이 멋지게 번지점프하는 라스트 신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이미 점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솔직히 요즘 취업하기가 꽤 힘들거든요. 몇 번인가 좌절을 겪다 보니, 자신감도 잃고 우울증 같은 것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와 함께 평생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은 도전을 해보기로 했죠. 그게 번지점프를 선택한 이유예요.” 카와라우 강 번지점프대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강현석씨(28). “왜 번지점프를 하러 이곳까지 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담백하게 대답했다.

이곳에선 고객이 원하는 신체 부위까지 강물에 빠질 수 있도록 로프의 길이를 조정해주며, 번지점프를 한 후에는 기념 티셔츠도 준다. 점프하는 데 드는 비용은 티셔츠 값을 포함해 125NZ달러. 입구에는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임산부와 노약자는 삼가십시오. 겁먹어서 포기해도 환불은 안 됩니다.’

뛰어내리는 폼도 각양각색, 때마침 한국인 한 명이 점프대 위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지켜봤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망설이던 그가 드디어 점프대에서 몸을 날렸다.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뜨니 상하 바운스 때문에 크게 흔들리면서도 환호성을 내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해냈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분명 그도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과 대견함, 자신감으로 가득할 것이다.

겨울이 되면 퀸스타운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스키어들로 또 한 번 몸살을 앓는다. 예약하지 않으면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겨울 내내 스키를 즐기기 위해 아예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는 외국인들도 많다. 도쿄대 학생인 미나미사와 마모루씨(22)는 “학업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기서 스키를 타본 사람이라면 그 환상적인 맛을 잊기 어려워요. 스키시즌에 쓸 비용을 마련하려고 4월 초부터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저말고도 이렇게 미리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키시즌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학업은 좀 걱정되지만 1, 2년 정도 늦어진다고 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대답한다.

대표적인 스키장으로는 코로넷 피크(Coronet Peak)와 리마커블(The Remarkable)이 있는데 두 곳 다 세계 스키 마니아들이 그리워하는 곳이다. 코로넷 피크는 퀸스타운에서 북쪽으로 약 12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오세아니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스키장이다. 현재는 트리플 리프트, 로맨스 리프트가 1대씩 있고, 그 밖에 T바나 초보자용 리프트도 있다. 리프트로 갈 수 없는 경사면에는 헬리콥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급자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모험은 내 친구’ 체험 레포츠의 고향

뉴질랜드 어디를 가도 양떼들이 끝없는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레저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제트보트, 래프팅, 패러플라이, 행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트램핑, 루지 등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레포츠 시설이 있다. 특히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아도 스카이다이빙의 백미를 맛볼 수 있는 ‘탄뎀’이라는 다이브는 경비행기로 퀸스타운 공항을 출발, 고도 약 2400m 상공에서 다이빙한다. 참가자는 교관에게 안긴 듯한 모습으로 하나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게 되는데 조작은 모두 교관이 해준다. 뛰어내릴 각오만 되어 있다면 5~7분간 낙하하면서 와카티푸 호수와 퀸스타운의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레포츠의 천국 퀸스타운까지 와서 무언가 체험해보지 못한다면 그것도 억울한 일, 그래서 과감히 숏오버 강의 제트보트에 올랐다. 1862년 우연히 금을 발견했다는 바로 그곳이다. 온통 주위가 바위투성이인 험난한 협곡을 질주하는 것도 모자라 360도 회전하는 상황을 만나면 아무리 강심장인 사람이라도 숨이 멎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강 주변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바위들과 골드러시 당시 유물, 유적들을 놓쳐서야 되겠는가. 시속 80km로 쏜살같이 호수를 가르는 보트 위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옆 사람의 비명소리를 들어가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에 새기려니,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다. 선장은 이런 모습이 재미있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은 채 승선자들의 표정을 힐끗거린다.

지친 몸과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돌아온 퀸스타운,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오커넬스 쇼핑센터 안에 있는 한국식당 서울가든에서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 하며 주인 최승묵씨(45)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남섬 더니든에서 4년간 살았던 그는 우연히 퀸스타운을 여행하던 중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곳에 반해 1999년 아예 이사를 오게 됐다고 한다. 그는 퀸스타운에는 세 가지 여행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모험여행(번지점프, 스키, 래프팅 등), 둘째는 보는 여행(언슬로호 크루즈,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퀸스타운가든 등), 셋째는 맛의 여행(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요리 전문점들이 정말로 많다)이란다.

자연은 신이 주신 것이고, 인간은 그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존재다. 뉴질랜드는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많은 땅인 듯싶다. 뉴질랜드는 참으로 아름답고 깨끗하다. 그리고 여기에 사는 뉴질랜드인들 또한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가꾸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뉴질랜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2년 뉴질랜드 관광산업의 규모는 전체 산업 중 1위다. 뉴질랜드 인구 350만여명 중 15만명이 직·간접적으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퀸스타운에는 인근 지역까지 포함해서 매년 280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이중 172만명이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56억NZ 달러에 달한다.

뉴질랜드에는 잊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양과 양 치는 개(콜리), 번지점프와 래프팅, 빙하가 만든 짙푸른 호수와 송어, 부드럽다 못해 감미롭기까지 한 잔디의 감촉, 긴 머리에 요란한 치장을 한 마오리족들과 언제나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뉴질랜드 사람들, 콜라보다 더 싼 맥주, 어디를 가도 보이는 서던 알프스산맥의 하얀 만년설 등. 이들이 한데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는 것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2차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보존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갑자기 우리나라의 훼손돼가는 자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간동아 386호 (p74~77)

글·사진/ 퀸스타운=최병인 기자 cbi21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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