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6

2003.05.29

“개봉 전까지 부담 … 차기작도 서울 배경 범죄영화”

  • 김범석/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kbs@dailysports.co.kr

    입력2003-05-21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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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까지 부담 … 차기작도 서울 배경 범죄영화”
    ‘386세대 필독 영화’로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사진·34)이 화제다. 정교한 설정과 화면 덕분에 ‘봉테일’(성인 봉과 디테일의 합성어)로 불리는 그는 일찍이 단편 ‘지리멸렬’과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충무로의 기대주로 꼽혀왔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꾼 그는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으로 92년부터 영화 동아리에서 단편영화를 찍으며 감독 데뷔를 준비해왔다.

    “개봉 전까지 심적 부담이 컸어요. 피해자 가족이나 용의자로 몰려 고초를 겪은 사람, 그리고 경찰들이 마음에 걸렸죠. 하지만 슬픔과 연민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고 이 점을 영화 팬들과 관련자들이 공감해준다면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감독은 어릴 때부터 범죄영화를 좋아했다. 조감독 시절이던 1996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연극 ‘날 보러 와요’를 본 뒤 이를 소재로 사실적이고 사람냄새 나는 범죄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1년 동안 시나리오 집필에 매달렸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범인을 만나고 싶었어요. 영화 속에서 실체는 모호하지만 분명 두 형사와 함께 주인공이기도 한 범인을 만나 얼굴을 확인하고, ‘당신이 죽인 여자를 아직 기억하는지’ ‘그런 죄를 짓고도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등을 묻고 싶었습니다. 요즘엔 범인이 어쩌면 영화를 봤을 거란 생각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섬뜩해지죠.”

    그는 “지금 범인이 당신을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만나야죠.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자수를 권한 뒤 응하지 않으면 때려잡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살인의 추억’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봉감독 자신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장면으로는 피살된 여인이 우산을 들고 남편을 마중하러 가는 장면을 꼽았다.



    “살해되기 직전 뛰어가는 장면을 다시 찍고 싶어요. 강렬한 서스펜스를 살리지 못했거든요. 관객들이 이 장면의 허술함을 짚어내지 못했다면 이는 분명 편집과 음향효과 덕분일 겁니다.”

    대학 2학년 때 화염병을 던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던 그는 영화 속 데모 장면의 리얼리티를 위해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사회학과 동기들을 직접 영화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내 몸 속의 작은 것들을 꺼내 보이는 듯한 소소한 얘기였던 반면 ‘살인의 추억’은 방대한 사건과 훌륭한 원작(연극)을 배경으로 한 스케일이 큰 영화였습니다. 요즘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차기작(청어람 제작 예정)을 준비중인데 굳이 소개한다면 ‘SF의 탈을 쓴 사실주의 영화’라고 할까요. 서울을 주무대로 한 범죄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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