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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정복자 양보 못 해!

한·일 대표 최희섭 vs 마쓰이 히데키 … 초반부터 화끈한 타격 선의의 경쟁 가열

  • 송재우/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orin4@hanmail.net

메이저리그 정복자 양보 못 해!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는 동양인 선수들에게 불가침의 성역과도 같은 곳이었다. 바로 그 메이저리그에서 ‘빅 초이’ 최희섭과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가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명의 동양인 거포의 등장은 메이저리그나 한·일 양국 야구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등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메이저리그의 외국인 선수 진출사를 살펴보자.

1947년 흑인인 재키 로빈슨이 브루클린 다저스에 데뷔하면서 메이저리그는 인종의 벽을 허문다. 그 후 메이저리그는 중남미 선수를 중심으로 외국 선수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체격조건 등에서 본토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고 어린 나이에 비교적 싼 몸값으로 데려올 수 있는 중남미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전체 메이저리그 선수의 26%를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중 중남미 선수의 비중은 95% 이상이다.

준비된 빅리거 최희섭 신인왕 강력한 후보

메이저리그가 동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94년 박찬호, 95년 노모가 데뷔하면서부터다. 65년 일본인 투수 무라카미 마사노리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중간계투 요원으로 2년간 뛴 적이 있지만 잠깐 관심을 끄는 정도에 그쳤었다. 박찬호와 노모의 성공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한국 일본 대만 출신 투수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실제로 여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입성,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동양인 타자다. 제아무리 일본 프로야구에서 7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이치로라 해도 이 같은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측한 현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이치로를 계기로 동양선수 하면 투수를 떠올리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타자 쪽으로도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이치로의 성공은 마쓰이 영입이라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반면 최희섭의 등장은 마쓰이와는 사뭇 다르다. 고교 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93년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해 10년간 332개의 홈런을 터뜨린 마쓰이는, 일본 프로야구의 스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안전성 검증을 거쳐 등장한 선수다. 하지만 최희섭은 고려대 1학년을 마치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 싱글A부터 차근차근 밟아왔다.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슷한 성장과정을 밟아온 것. 최희섭이 계약금 100만 달러를 받으며 아마추어 드래프트 상위 2라운드 안에 들어갈 유망주로 인정받았다면, 마쓰이는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답게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뉴욕 양키스와 3년 동안 21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은 이렇게 판이하다. 한마디로 최희섭이 미완의 대기로 가능성을 보여 스카우트됐다면 마쓰이는 이미 만들어진 선수로 인정받고 이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은 것이다.

지난 시즌 후반 메이저리그에 ‘깜짝 데뷔’한 최희섭은 올 시즌 신인 자격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195cm, 108kg의 거구인 최희섭은 현지 선수들보다 ‘월등한’ 체격조건을 가진 파워히터로 인정받고 있다. 4월30일 현재 19경기에 출장한 그는 타율은 2할5푼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홈런 5개에 14타점을 올렸다. 최희섭의 올 시즌 기록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볼넷이다. 일반적인 신인 홈런타자들이 큰 타구에 욕심을 부려 스윙 폭이 커지고 삼진을 많이 당해 긴 슬럼프에 빠지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최희섭이 타석에서 공을 고르는 모습은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선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미 17개의 볼넷을 얻어낸 상황이라 이런 추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내셔널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한 시즌 100개 이상의 볼넷을 얻어낸 신인선수가 될 수 있다. 또 4월 중순 한때 4경기 연속 무안타의 짧은 슬럼프를 경험한 최희섭은 바로 타격폼을 수정하며 연일 안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바로 이런 모습이 현지 전문가들로 하여금 주저 없이 그를 신인왕 후보로 꼽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마쓰이는 187cm에 95kg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평균 체격에 해당한다. 그의 강점은 10년간의 풍부한 프로야구 경험과 홈런을 칠 수 있는 노하우, 그리고 야구에서 생체학적 정점으로 평가받는 28살에서 32살의 나이 한가운데인 29살로 선수로서 절정기를 맞고 있는 점이다. 최근 페이스가 주춤해 그 역시 2할5푼대의 타율에 홈런 2개, 타점 21점을 올리고 있다. 볼넷은 10개를 얻는 데 그쳐 출루율이 3할1푼대로 4할4푼대의 최희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일차적인 평가는 올 시즌이 끝난 후에야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일본 프로야구의 후광을 업고 있는 마쓰이보다 마이너리그를 거친 ‘순수 신인’ 최희섭의 활약이 팬들과 매스컴에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자존심’ 마쓰이가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완성된 선수’ 마쓰이는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폭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스카우트들은 ‘실링’(천장·신인선수들의 궁극적인 성장 가능성) 면에서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최희섭이 경험이 쌓였을 때 통산 50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데 크게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6월6일부터 8일까지 내셔널리그의 시카고 컵스와 아메리칸리그의 뉴욕양키스가 인터리그 3연전을 하게 된다. 동양인으로는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메이저리그의 홈런타자로서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또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한동안 계속될 동양인 거포 선구자 2명이 펼칠 ‘홈런 대결’은 한·미·일 3국 야구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 것이다.







주간동아 384호 (p18~19)

송재우/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orin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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