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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색도시| ④ 스위스 마이엔펠트

영원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

  • 글/ 마이엔펠트=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 스위스 관광청 한국토지공사 협찬

영원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

영원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

알프스 산맥과 호수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스위스의 도시 풍경.

눈을 감고 ‘스위스’라는 나라를 떠올려보자. 동화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발그레한 볼의 귀여운 소녀 하이디.

스위스와 함께 떠오르는 영상의 절반 이상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다. 그가 뛰놀던 푸른 알프스 초원과 삐죽삐죽 솟은 산들은 어린 시절 언제나 꿈꾸던 동화 속 나라였다.

그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푸른 하늘과 드넓은 들판, 이름 모를 갖가지 예쁜 꽃들 사이에서 하이디와 피터, 알름 할아버지가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면.

스위스 마이엔펠트(Maienfeld) 하이디 마을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읽으며 자란 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 최고의 친구였던 하이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이라면 지금 당장 짐을 꾸려 스위스 마이엔펠트로 떠나라.

소설 속 무대 … 마을 전체가 하이디 일색



‘하이디 마을’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마이엔펠트는 스위스의 유명작가 요한나 슈피리가 쓴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무대가 된 곳이다. 슈피리는 1878년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 이 아름다운 마을에 머물다 소설을 구상하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이 전 세계 언어로 번역돼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하이디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위스인이 됐고, 덩달아 이 작은 시골마을도 ‘하이디의 고향’으로 유명해졌다.

영원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

하이디와 알름 할아버지의 체취가 느껴지는 마이엔펠트 하이디 기념관. 비센의 고가교를 지나고 있는 하이디랜드 베르니나 특급열차. 하이디 집 주위에 펼쳐진 푸른 초원.(위부터)

마이엔펠트를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취리히 공항에서 기차로 1시간50분 거리. 취리히 중앙역에서 한 번 갈아타는 데 걸리는 시간을 포함해도 총 소요시간이 2시간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엔펠트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호수와 초원, 스위스풍의 전원주택들은 이 여행이 왜 어린 시절 향수 속으로 떠나는 여행인지 실감케 할 만큼 아름답다. 어른이 되면서 잊고 지냈던 꿈들을 되짚으며 하이디에 대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기차는 어느새 마이엔펠트에 도착해 있다.

마이엔펠트역은 동화 속에서 나온 듯 작고 아름답다. 우리나라 시골 간이역처럼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역 앞에 우뚝 선 하이디 마을 표지판과 즐비하게 늘어선 호텔들이 이곳이 ‘하이디 마을’임을 알려준다. 역을 나와 동화의 무대로 향하는 길목도 온통 하이디 천지다. 레스토랑과 카페의 메뉴에는 하이디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고, 빵집에서도 피터와 클라라의 이름을 딴 빵들을 만들어 판다. 하이디를 주제로 한 기념품 가게도 두 곳. 동화 속에서 친구 피터가 전보를 치기 위해 오가던 작은 시가지가 이처럼 번화하게 변한 것이다.

마이엔펠트 사람들은 하이디가 유명해지면서부터 이곳을 ‘진짜 하이디 마을’로 가꾸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용돈을 모아 마을 중앙에 하이디 분수를 세웠고 관광철이 되면 하이디와 피터 복장을 한 소년 소녀들이 거리를 걸으며 관광객을 맞는다.

그러나 이 같은 축제 분위기는 마을 입구 100m 안에서 끝이 난다. 그 뒤부터는 평화로운 스위스 시골마을의 풍경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삼각지붕 집들과 그 앞에 내놓은 갖가지 꽃이 펼쳐진 조용한 거리가 이어진다. 마이엔펠트역에서부터 하이디 하우스(기념관)까지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지만 요양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 아름다운 마을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하이디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40여분간, 전형적인 스위스 시골마을의 풍경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애독자라면 이 길을 걸으며 마이엔펠트 곳곳에 남아 있는 그의 흔적을 더듬을 수도 있다. 하이디의 학교와 작은 우체국, 아담한 시청 건물, 프랑크푸르트에서 의사 선생님이 오시면 묵었던 호텔까지 소설의 배경이 됐던 각종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이디가 정말 이곳에서 살아 숨쉬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할 만큼 이 마을의 배경은 동화 속 풍경과 닮았다.

영원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

하이디 마을 주변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스위스의 농장체험에 참가하면 직접 하이디와 클라라가 되어 짚뇨 위에서 잠들 수 있다. 산맥과 호수의 나라 답게 스위스 곳곳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많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도시를 벗어나 산 중턱으로 향하면 드넓은 목초지와 포도밭이 펼쳐지면서 하이디가 살았던 오두막집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난다. 푸른 들판 사이로 뻗은 오솔길에는 하이디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 하이킹 코스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는데, 독일어로 하이디 길(Heidi Weg)이라고 씌어 있는 빨간색 표지판은 1시간 반, 파란색 표지판은 4시간 코스다.

오가는 사람을 전혀 발견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푸른 초원길을 따라 산에 오르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하이디 하우스’라는 이름을 단 기념관. 알름 할아버지가 장작을 패던 도끼가 그대로 꽂혀 있는 작업장 옆 오두막집이 바로 기념관이다. 오두막집답게 좁고 어두운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거실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하이디와 피터가 관광객들을 맞는다. 여름에는 하이디와 피터를 재현한 모델들이 실제로 앉아 있기도 한다는데 그외 계절에는 커다란 인형들이 사람을 대신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 있는 석판과 음식, 옷가지들은 모두 진짜다. 거실과 부엌, 알름 할아버지의 큰 방과 하이디의 다락방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사실적으로 꾸며져 있다. 클라라와 하이디가 함께 누워 별을 보던 다락방, 목수였던 알름 할아버지의 다양한 장비 등을 둘러보고 앞뜰로 내려오면 염소와 닭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평화로운 농장 풍경을 연출한다. 이 녀석들은 사람을 꺼리지 않기 때문에 직접 풀을 먹이거나 함께 뒹굴며 스위스 농장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영원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

한 떼의 양들이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처럼 경쾌하게 시냇물을 건너고 있다.

하이디와 알름 할아버지가 여름에 살던 오두막집을 가려면 이곳에서 1시간30분 정도 더 가파른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해발 1111m에 위치한 이 작은 나무집은 하이디가 알프스에 와서 처음 생활했던 곳. 작고 예쁜 오두막집과 그 주위를 감싼 끝없는 초원을 만나면 관광객들은 동화가 현실이 된 것을 느끼게 된다. 왜 하이디가 이곳을 떠났을 때 향수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는지, 클라라가 하이디의 집에 온 후 어떻게 그리 쉽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는지를 이곳의 풍경이 말없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하이디를 위해 만든 짚으로 된 침대, 그 옆의 작은 창문과 다락방 모두가 상상 속의 모습 그대로다. 하이디와 피터가 함께 뛰놀았던 들판은 아름다운 야생화 단지로 꾸며져 직접 꽃다발이나 화환을 만들 수도 있다.

마이엔펠트의 하이디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사실 하루면 충분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동화 속 풍경 안에서 직접 동화의 주인공이 되어 느낄 수 있는 감동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이디 마을은 타고난 자연경관에 아름다운 동화를 덧입혀 철저히 관광지로 개발한 곳. 이 마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내면 하이디 스탬프를 찍어줄 만큼 마을 전체가 ‘하이디’를 주제로 꾸며져 있다. 마이엔펠트만이 아니다. 사실 스위스 전체가 ‘하이디’를 기념하는 거대한 동화 속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혜 경관에 동화 속 요소 메이크업

영원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

스위스 여행에서 가장 좋은 교통편은 단연 기차다. 기차는 흐드러지게 핀 들꽃, 거친 빙하와 호수 주위를 지나다닌다. 그라우분덴 지방에 있는 스쿠올 온천센터. 신비의 온천지로 알려진 이곳에서는 최근 영화 ‘하이디’의 촬영이 이루어졌다. 시간이 멈춘 듯 한가로운 스위스 농촌 풍경.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

클라라가 요양을 위해 머물렀던 바드라가츠 온천, 하이디 영화 촬영지가 있는 생모리츠, 필리주어 등 스위스 곳곳의 관광지에는 동화 속 주인공 하이디가 살아 숨쉬고 있다. 스위스는 하이디의 배경이 되는 곳만을 연결한 ‘하이디 특급’이라는 열차까지 운행하며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가장 스위스다운 동화 한 편과 그 주인공이 스위스 전체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은 것. 그럼에도 스위스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기꺼이 그 유혹에 빠져드는 건 이 여행을 통해 하이디와 함께 꿈꾸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 그가 상징하는 천진함과 순박함을 다시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춘향전의 무대 남원은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 없을까. 제주도에서 전해져 오는 섭지코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어떨까. 하이디 마을을 거닐며 이런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고향 마이엔펠트는 우리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철저히 토속적인 풍경이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교과서다.









주간동아 384호 (p78~81)

글/ 마이엔펠트=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 스위스 관광청 한국토지공사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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