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1

2003.04.24

“TV 비켜!”… PC ‘거실 함락 작전’

만능 홈 엔터테인먼트 주인공 경쟁 … ‘쉽고 편하게’ 멀티미디어 기능 추가 치열

  • 명승은/ 지디넷코리아 수석기자 mse0130@korea.cnet.com

    입력2003-04-17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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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비켜!”… PC ‘거실 함락 작전’
    2003년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컨버전스(통합·Convergence)’다.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는 모든 기기들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캠코더에는 정지 화상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 기능이 추가되고 디지털카메라에는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기기들이 서로의 장점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닮아가면서 진화한다고 해도 이전에는 본 적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혁신이 수직적으로 이뤄지기보다 수평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최근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거실 쟁탈전’ 논란이다. 과연 다기능 TV가 계속 거실을 독차지할 것이냐, 아니면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돋보이는 PC가 새로이 거실을 점령할 수 있을 것이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이들 기기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둘 다 홈 엔터테인먼트 혹은 홈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기기’ 아직까지 어려워

    언뜻 두 기기를 하나로 합치면 간단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기기는 여전히 각자의 길을 걷고 있어 ‘대타협’은 힘들어 보인다. 사용자들의 인식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해도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캠코더를 원하는 사용자는 결국 두 기기 사이에서 고민하다 하나만 사거나 둘 다 사야 한다. 두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짬뽕’ 기기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TV와 PC도 마찬가지다. 요즘 TV는 다양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은 PC를 따라갈 수 없다. 반면 PC는 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고 이를 파일 형태로 녹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TV처럼 전원버튼 하나로 작동시켜 방송화면을 볼 수 없는 등 여전히 다루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TV 비켜!”… PC ‘거실 함락 작전’
    그동안 거실과 안방에서 안주인 노릇을 톡톡히 해온 TV의 수성 전략을 살펴보자. TV 진영의 수장은 역시 백색가전의 혁신을 주도해왔던 소니(SONY)사다. 소니는 최근 실시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운(社運)을 걸다시피 한 코드명 ‘알테어(Altair)’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소니측은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TV를 만들 계획이다. 이 TV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할 뿐 아니라 위성,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용 튜너까지 내장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반짝 화제를 모았다 사라진 웹TV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소니측의 설명이다.

    지난 1월 소니의 구니타케 안도(61) 사장은 올해의 전략을 설명하면서 “차세대 TV가 디지털 가전시장의 핵심 분야로 부상할 것이며, 별도의 네트워크 장비 없이 TV만으로 손쉽게 데이터와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판매가 부쩍 늘고 있는 개인용 디지털녹화기(PVR)도 TV 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디지털로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이 기기는 시장에서 기존 VCR의 자리를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방송을 원본 그대로 저장할 수 있고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게다가 방송을 보면서 방금 전의 장면을 되돌려 볼 수 있는 기능까지 있다. 세계의 가전업계는 사용상의 편리함을 무기로 다양한 기능을 흡수해 TV를 명실상부한 멀티미디어 기기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디지털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화면의 TV에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과 다양한 쌍방향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TV의 거실 점령은 시간문제일 것 같기도 하다.

    반면 PC 진영은 화려함을 무기로 거실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디스플레이 역할만 하는 TV로는 다양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기능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PC 진영의 선봉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다. MS사는 작년 말 ‘윈도 미디어센터 에디션’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TV 공략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미디어센터 PC를 출시했다.

    “TV 비켜!”… PC ‘거실 함락 작전’

    TV와 PC 외에도 거실의 안주인 자리를 노리는 기기는 수없이 많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DVD 플레이어를 포함한 홈시어터 시스템은 TV와 PC 중 어느 것이 주도권을 잡느냐에 상관없이 사용자의 거실로 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미디어센터 에디션’이 탑재된 PC는 그야말로 만능 멀티미디어 기기라 할 수 있다. TV 튜너가 내장돼 TV를 시청하면서 PC 작업을 할 수 있고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파일 형태로 PC에 녹화할 수 있다. 더구나 가정용 오디오 역할도 한다. 기존 PC와 달리 이 모든 기능을 리모컨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거실 점령을 노리는 PC 진영에는 지원군도 막강하다. 4월10일에는 삼보컴퓨터가 ‘프리앙’이란 스마트 디스플레이 기기를 출시했다. LG와 삼성도 곧 이 같은 장치를 출시할 계획이다. 스마트 디스플레이 역시 MS사의 주도하에 개발된 제품으로 윈도 CE가 설치된 휴대용 모니터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기기는 PDA처럼 들고 다니면서 PC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PC에서 데이터를 전송받아야 하지만 모든 데이터 전송은 무선으로 이뤄진다. 거실에 PC를 놓고 주방이나 안방에서도 이 기기를 들고 다니며 PC 작업은 물론 TV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PC-TV 연결기기 잇따라 출시

    이외에도 PC와 TV를 연결하려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처음 소개된 삼보의 ‘플레이앳 TV(Play@TV)’는 미디어센터 PC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단순 무선 연결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이 제품을 이용하면 PC에 저장된 각종 동영상과 음악, DVD 영화, 디지털사진 등을 가정의 일반 TV로 즐길 수 있다. 플레이앳 TV는 TV에 연결할 수 있으며 리모컨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PC에 특수한 소프트웨어가 구동돼야 하는데 여기서 분류한 데이터 정보를 플레이앳 TV가 수신받아 재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DivX 파일이나 DVD 타이틀을 하드디스크에 파일 형태로 저장해둔 데이터를 TV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리모컨으로 되감기, 빨리감기, 자막 위치 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MP3 파일이나 각종 디지털사진, 캠코더 동영상 등도 TV에서 제어할 수 있다. 도시바의 ‘트랜스큐브’나 샤프의 ‘HG-01’ 등의 제품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TV와 PC 외에도 거실의 안주인 자리를 노리는 기기는 수없이 많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DVD 플레이어를 포함한 홈시어터 시스템은 TV와 PC 중 어느 것이 주도권을 잡느냐에 상관없이 사용자의 거실로 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또한 MS의 X박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닌텐도의 게임큐브 등 가정용 게임기도 인터넷 기능을 추가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사실 ‘거실 쟁탈전’이란 말은 사용자들 사이의 논쟁이라기보다는 IT업계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이다. 게다가 아직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이며 앞서 소개한 제품들조차 지속적인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볼록한 아날로그 TV와 펜티엄 III급 이상의 PC를 갖고 있는 독자라면 필자가 권하는 방법을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우선 PC 리모컨 기능을 갖춘 ‘시그마컴 FOMU’라는 제품이나 ‘옴니미디어 이지플레이’라는 제품을 PC에 설치해보자. 최신형 그래픽카드라면 TV 출력단자가 있을 것이고 이것이 없다면 이 기회에 TV 수신카드까지 구해보는 것도 좋다(이들 제품을 구입하는 데는 10만원이면 충분하다). 이제 PC와 TV를 연결하고 리모컨으로 PC를 작동해 동영상과 인터넷 접속을 시도해보자. 화면이 더 커지고 깨끗해진다는 점과 더 빠른 PC와 들고 다니면서 무선으로 PC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만 추가하면 바로 미래의 거실 환경인 셈이다.

    PC를 거실로 꺼내놓고 싶은가, 아니면 PC는 여전히 좁은 공부방 안에 있어야 제격이라고 생각하는가. 결론은 당신의 안방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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