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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 2위 “양보 못해”

벤츠-도요타 자국인 신임사장 선임 한국 공략 … “주요 지역 딜러망 확충 공격적 마케팅”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수입차 시장 2위 “양보 못해”

수입차 시장 2위 “양보 못해”

한국법인 사장으로 취임한 첫 달, 수입차 판매율 2위 자리를 되찾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보마울 사장(왼쪽).

1월13일 한국도요타자동차에 부임한 오기소 이치로 사장은 부임 한 달 만에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렉서스가 지난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8.4%를 기록하며 업계 4위에서 2위로 상승한 것은 훌륭한 부임 축하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 선물은 유효기간이 지났다. 지난달 한국법인을 설립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한 달 동안 무려 280대를 판매, 렉서스의 232대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업계 2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수입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월 한 달간 수입차는 모두 1414대가 판매돼 지난해 12월의 1457대보다는 줄었으나 지난해 1월의 847대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났다. 전월 대비 국산차 판매량이 5.1% 감소한 것에 비하면 수입차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벤츠가 지난달 월별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우며 2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수입차 시장 2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벤츠와 도요타 모두 올해 초 자국인 신임 사장을 선임해 그들이 어떤 식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1월 수입차 1414대 팔려 … BMW 1위

국내 수입차 시장에 2등 경쟁이 치열한 건 BMW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 1월 매출에서도 BMW는 412대가 팔려 2위를 100대 이상 앞질렀다. 벤츠와 도요타는 2위가 아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2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벤츠의 1월 판매량은 전월의 152대보다 무려 84.2% 증가한 것으로 벤츠의 한국 진출 이후 최고 수치였던 지난해 8월의 265대보다도 15대나 많이 팔렸다. 지난달 독일인 이보마울 사장 체제로 출범한 벤츠 한국법인의 순조로운 출범을 알리는 징조라는 평가다. 지난해 2월, 도요타(141대)에 25대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준 뒤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벤츠가 한국법인을 설립하자마자 2위를 되찾은 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보마울 사장은 극동 아시아지역에서 경험을 쌓아온 아시아통으로, 1986년 일본 현지법인인 메르세데스-벤츠 재팬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경력이 있다. 그런 그가 유독 한국에서만 벤츠가 BMW를 따라잡지 못하고, 후발주자인 도요타에까지 밀리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 그는 이미 벤츠 한국법인 설립을 알리는 자리에서 “서울 분당 전주 울산 포항 등 5개 지역에 딜러망을 확충하겠다”고 밝혀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했었다.

벤츠 관계자는 “한국법인 설립 이후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고객들의 기대와, A/S에 대한 신뢰가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벤츠는 고객들의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벤츠는 조만간 딜러 선정을 마무리하고, 4~5월경 신차를 발표하는 등 판매 신장을 위한 공세를 늦추지 않을 예정이다.

벤츠 관계자들은 또 한국법인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강남에 전시장을 오픈한 것도 벤츠 도약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BMW, 렉서스, 포드, GM 등 대부분의 수입차들이 강남 도산대로에 전시장을 두고 있는 반면 벤츠는 최근까지 반포 전시장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12월에 드디어 도산대로에 전시장을 마련함으로써 공략 대상이 거주하는 지역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 벤츠의 딜러인 한성자동차 박원권 부장은 “강남 전시장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해 주고객들에게 벤츠의 다양한 차종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 판매량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벤츠 108대를 판매한 그는 올해 목표를 120대로 잡았다. 박부장은 “경기가 약간 주춤하고 있으나 벤츠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은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며 “벤츠를 비롯한 수입차 상승세를 반영해 올해 목표를 늘렸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 2위 “양보 못해”

마케팅 전문가로 통하는 오기소 이치로 한국도요타 신임 사장(왼쪽)이 한국에서의 렉서스 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지난해 렉서스 158대를 판매한 ‘세일즈 왕’ D&T 모터스 손진열 과장(오른쪽).

그러나 도요타의 역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월에 벤츠에 2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도요타의 지난해 총 판매량은 2968대로 당초 판매 목표였던 1800대를 훨씬 초과하며 벤츠(2142대)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게다가 지난해 단일 차종으로 1855대가 팔려 1위에 올랐던 렉서스 ES300이 1월 판매실적에서도 140대를 기록해 단일 모델 1위 자리를 지켰다.

수입차 업계 `‘세일즈 왕’도 도요타에서 나왔다. 도요타 딜러인 동양고속자동차(D&T 모터스)의 손진열 과장은 지난 한 해 동안 렉서스 158대를 팔아 `‘세일즈 왕’으로 등극하며 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최소 4000만원대에서 최고 1억원대까지 이르는 렉서스를 이틀에 한 번꼴로 판 셈이다. 그는 렉서스의 매력이 “수입차라는 이유로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에게 화려하지 않은 외형과 잔고장 없는 내구성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도 고성능의 차를 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영업을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경기를 감안해 올해 판매 목표를 100대로 낮췄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신임 오기소 이치로 사장이 지난해 기염을 토한 렉서스의 판매기록을 어떻게 이어가느냐 하는 부분. 도요타 관계자들은 “신임 사장 역시 고객과 딜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존 도요타 경영방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마케팅 전문가인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1977년에 도요타에 입사한 이후 줄곧 북미와 남아프리카 지역 마케팅을 담당해온 오기소 사장은 “97년부터 2000년 말까지 4년간 남아프리카에 주재하며 판매촉진, 광고, 딜러 정책을 중심으로 일했던 경험을 한국에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 없이 올 2만대 팔릴 듯

최근 판매현황에 대해서 오기소 사장은 “판매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A/S 설비를 확충하는 등 고객들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진들은 신임 사장 부임 이후 판매순위가 뒤바뀐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도요타 영업부 관계자는 “벤츠의 추월은 신임 사장을 맞는 실무진으로서는 유감스러운 소식”이라며 “벤츠가 지난해 12월, 신차 뉴S클래스를 출시한 데 따른 영향과 판매 급증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 마케팅부 정해양 부장은 “럭셔리 SUV 영역을 창조했다고 평가받는 RX300에 이은 미래형 SUV RX330이 오는 3월 중순에 출시되면 ES300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요타는 또 서울, 부산에 이어 광주에 딜러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미 광주지역에 기반을 둔 남양건설로 딜러 선정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 수입차 총 판매량을 2만대 이상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도요타측은 국제경기를 감안해 이보다 다소 낮은 1만6000~1만8000대로 전망한다. 도요타측은 또 4월에 한국의 시장 동향과 경제 동향을 감안해 재검토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렉서스 판매 목표를 3150대로 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 2968대와 거의 동일한 수치로 일본의 장기불황에 따른 결과인지 다소 보수적인 전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지난해 국산차 고급 브랜드를 타던 운전자 상당수를 렉서스 ES300으로 흡수했던 도요타에게 올해 국내 경기 불황이 암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반해 올해 벤츠의 판매 목표는 3300대. 2005년까지 BMW 코리아의 판매 목표인 1만대를 따라잡는다는 계획이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도 전혀 주춤거리지 않는 수입차 시장에서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 회사의 목표와 전략이 어떻게 맞아 들어갈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373호 (p28~29)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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