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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로또 열풍’ 그 뒤안길

로또 수익금 어디에 쓸까

10개 부처 분배 ‘막연한 공익기금’ … 사회적 합의 거쳐 사용처 정해야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로또 수익금 어디에 쓸까

로또 수익금 어디에 쓸까

로또기금은 산림조성,국민임대주택 건설(오른쪽) 등 부처별 공익 목적에 쓰여야 한다. 그러나 기금을 배분받는 10여개 부처는 아직 구체적인 사용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로또 열풍이 한풀 꺾였지만 2월 둘째주(15일 추첨)에도 총 판매액이 919억원이나 되고 1등 당첨금액도 239억원(1인당 47억8000만원)에 이르는 등 판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로또복권 시판 이후 두 달 반 만에 총 판매액이 4900억원을 넘어섰고, 이에 따라 로또복권 판매액의 30%로 조성되는 기금 액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 이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등 당첨금이 835억원에 이르러 로또 광풍을 몰고 왔던 지난 10회차 로또 추첨에서 15만원어치를 산 회사원 김경철씨(48)는 5등에 두 장만이 당첨돼 13만원을 날렸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로또복권 5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그가 두 번의 로또복권 구입으로 공익기금에 내놓은 돈은 6만원에 이른다. 아름다운재단과 유한킴벌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평균 기부금이 5만1775원이므로 김씨의 기부금액은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셈이다.

김씨는 “복권 판매액의 일정액이 공익기금으로 이용된다는데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기왕이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로또복권을 구입한 회사원 유진씨(32)는 “처음에는 로또 구입을 망설였는데 광풍이 분 다음부터는 떳떳하게 구입하고 있다”며 “로또기금이 사용처도 알 수 없는 막연한 공익기금이 아니라 불우이웃이나 난치병 환자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 기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연합복권의 판매수익금 중 공익기금에 배분되는 비율은 약 30%. 복권당첨자에게 당첨금으로 지급되는 것이50%이며 나머지 약 20%는 판매인, 운영기관(국민은행), 시스템 사업자(KLS 컨소시엄)에 대한 수수료와 발행비용으로 쓰인다.



건교부,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주택기금에 사용

공익기금은 연합복권 발행에 참여한 기관들이 합의한 배분원칙에 따라 국가유공자복지증진기금(7.5%·국가보훈처), 지역개발 및 공익 목적 사업 재원(6.07%·행정자치부), 과학기술진흥기금(14.68%·과학기술부), 국민체육진흥기금(12.12%·문화관광부), 사회복지사업 및 활동 지원을 위한 재원(5%·보건복지부), 근로자복지진흥기금(6.2%·노동부), 국민주택기금(28%·건설교통부), 산림환경기능증진기금(6.82%·산림청), 중소기업 진흥 및 산업기반기금(7.42%·중소기업청), 제주도 관광진흥 및 개발자금(6.2%·제주도)에 쓰이게 된다. 그런데 연합복권 발행기관은 애초 7개 기관으로 출발해 공익기금의 12월분(45억5700만원)은 이 7개 부처에만 배분되고, 뒤늦게 참여한 보훈처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는 1월분부터 기금을 받게 된다.

12월, 1월 기금 적립 예상액은 모두 401억4540만원. 로또 열풍이 지속된다면 연간 기금 규모는 3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돈은 매달 15일 국민은행에서 각 부처로 이관된다. 그러나 기금을 배분받는 10개 부처는 대부분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용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기금 사용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이 복권 판매에만 열을 올린 셈이다.

로또기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28%)을 가져가는 건교부는 이를 국민임대주택 건설, 전세자금 지원 등에 이용되는 국민주택기금에 사용할 계획이다. 건교부 기금 담당자는 “주택기금은 여타 자금이 합쳐져 한꺼번에 운용되기 때문에 로또기금만의 정확한 사용처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총 16조원의 주택기금 가운데 12월에 들어온 로또기금은 16억24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판매량이 급증한 1월분의 기금 가운데 99억6400만원을 받게 되는 등 기금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행자부는 16개 시도 기획관리실장이 참여하는 시도행정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잠정적으로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주민숙원사업에 기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행자부 기금 담당자는 “12월분으로 3억9400만원이 들어오는 등 아직은 금액이 적기 때문에 1000억원 정도 규모로 조성한 뒤 구체적인 사업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또 수익금 어디에 쓸까

로또 판매액 가운데 30%가 기금으로 쓰이며, 이의 관리는 건교부 과기부 보훈처 등 10여개 부처가 맡는다. 아래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전경.

지난해 플러스플러스복권을 발행해 660억원대의 기금을 모았던 보훈처의 고민은 따로 있다. 로또복권으로 인해 이 복권이 고사할 우려가 있는데다 10개 부처가 나눠 갖는 로또 기금으로는 지난해 수준의 기금을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 보훈처 기금 담당자는 “660억원의 플러스플러스기금은 광주보훈병원을 이전하는 데 400억원, 여타 보훈병원의 의료장비 구입 및 운영기금으로 각각 130억원과 120억원을 썼다”며 “로또기금 역시 세부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비슷한 용도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복권에 참여하는 10개 부처가 뚜렷한 사용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로또기금을 각 부처가 나눠 갖는 것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업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별도의 ‘로또복권 기금’을 조성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면서도 정부에서 적극 지원할 수 없는 분야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 어린이 돕기 기금, 극빈자들을 위한 주거개선 기금,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 기금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방안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용처를 정해놓고 기금을 사용하면 복권구매자들도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불우이웃에 기부했다고 생각해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뒤떨어진 국내 기부문화도 개선되고, 로또복권도 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건전한 레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정부가 부추기는 바람에 로또복권을 과다하게 구매해 망하는 이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부정적인 측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로또기금의 사용처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열심히 살아가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집행 … 이전 사용 내역도 밝혀야”

그러나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로또기금을 좋은 데 쓴다고 해서 로또의 부정적인 측면을 희석하지는 못한다”며 “새 정부에 대한 영남권의 시니컬한 민심,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나 북핵 문제 등 현안이 즐비한 시점에 정부가 로또복권 등으로 황금만능주의와 사행심을 부추기는 것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로또기금의 사용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2월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통일에 대비하고 사행성 시비를 막기 위해 로또복권 수익금으로 조성하는 공익기금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희규 의원은 “정부는 복권판매 수익금을 공공복지에 사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복권을 구입하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터는 꼴”이라며 “수익금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집행하고, 이제까지 부처별로 분배한 수익금의 구체적 사용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석수 국무총리는 “로또복권은 세계 60개국에서 즐기는 선진형 복권이고 충분히 검증된 공익기금 조성제도”라며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 판매될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면 1조원대에 이를 것 같아 정부도 당황해서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통합복권법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로또기금 사용처와 더불어 또 하나의 관심사는 정부가 수십년간 수십 종의 복권을 발행해오면서 조성한 기금의 사용 내역이다. 로또복권에 비판적인 ‘안티로또’ 사이트의 한 회원은 “외국의 경우 기금의 운송비까지 밝히는 등 복권으로 생긴 기금의 사용처를 분명히 밝히는 나라가 많다”며 관련 자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주간동아 373호 (p32~33)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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