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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 “어쩌나”

교육부 3월 가동 앞두고 시민단체·학부모 반발 확산 … “신상정보 유출 우려·교사 업무 가중”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 “어쩌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 “어쩌나”

2월14일 오후 전교조 서울시 지부 소속 교사 200여명이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3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인 온라인상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한 교육·시민단체, 학생, 학부모 등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개인 신상정보가 입력되는 NEIS에서 인터넷 해킹 등으로 자료가 유출될 경우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웜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 대란, 은행카드 복제와 불법 예금인출, 교육부 홈페이지의 제주도 교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으로 사이버 보안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과 때를 같이 한다. 더욱이 NEIS가 본격 시행되면 교육부가 이를 통해 2000만명의 학생, 학부모의 신상정보를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새로운 ‘빅 브라더(정보 독재자)’의 출현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NEIS는 교무·학사, 예산, 인사 등 27개 영역의 교육 관련 행정업무를 전산처리해 시·도교육청에 서버를 둔 인터넷에 올리고 교육부가 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4일 22개 영역에 대한 서비스를 개통했지만 교무·학사, 보건, 체육, 입·진학, 기자재관리 등 5개 영역은 올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2000만명 신상정보 통합관리

특히 NEIS의 교무·학사, 보건 등의 영역에는 학생과의 상담 내용과 학생들의 성적, 행동특성, 몸무게, 키, 투약일지, 주민등록번호, 사진, 학부모의 주소와 성명, 생년월일, 직업 등 지극히 사적인 정보 200여 가지가 입력된다. 더욱이 NEIS는 교사에 대해서도 정당·사회단체 활동, 재산 수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는다. 교육부는 애초 학부모의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 학력 등까지 입력할 예정이었으나 전교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이 항목들은 빼기로 했다.



전교조 등은 해커들에 의해 NEIS의 보안망이 뚫릴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NEIS에서 중학교 2년생 가운데 키가 140cm 이하인 발육부진 학생들이나, 몸무게 65kg 이상인 비만 학생들을 분류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이런 정보들은 비만클리닉 등 관련 기업들이 노릴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따라서 NEIS에 개인정보를 입력해 한데 모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각급 학교는 자체 클라이언트 서버(CS)를 두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등 자료를 관리해왔다. 교육부는 NEIS가 일부 단편적인 자료만 관리하는 CS체계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 CS와 달리 웹에 기반을 두고 있어 27개 교육행정 전체 업무를 전자 시스템화해 연계·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교육·시민단체들은 교무·학사 등 민감한 5개 영역은 인권침해의 우려 때문에 CS체계로, 나머지 영역은 NEIS체계로 관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월14일 전교조 소속 교사 200여명은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5개 영역을 제외하지 않는 NEIS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전교조 서울시 지부 유승준 지부장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수치화될 수 없으며, 학부모가 집에서 학생의 출석사항이나 체격, 질병 등의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다고 해서 교육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NEIS의 전면 폐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월10일 서울지부는 기자회견을 갖고 NEIS 담당자들의 업무 거부를 공식 선언했다. 유승준 지부장은 “NEIS 관리를 맡고 있는 77개교 82명의 정보담당 교사들이 이에 동참해 10일부터 시스템 관련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가 NEIS에 접속하려면 ID를 발급받아 본인임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인증절차를 거부하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서울시의 경우 1200개 학교 가운데 850개 전교조 분회에서 인증을 거부했다”며 “지방의 경우는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에 인증절차를 마쳤지만 대부분의 전교조 지부에서 인증거부운동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2월6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학생과 학부모의 불필요한 신상정보를 수집하려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 김나영 간사는 “NEIS 시행령에서는 이를 통해 집적된 자료가 다른 부처로 옮겨갈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어 개인의 신상기록이 행정자치부나 병무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교육과 무관한 부처로 넘겨져 다른 목적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학부모들도 NEIS 시행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전교조는 2월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 NEIS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58.9%의 학부모들이 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응답자의 67.5%는 NEIS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며, 자녀의 성적·병력(病歷)·상담기록 정보를 NEIS로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대다수(86.7%) 학부모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자녀들의 인권침해와, 유출된 정보를 기업들이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 “어쩌나”

교육부가 2년간 준비해온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인터넷 홈페이지.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NEIS 시행문제는 현장교육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위원은 “NEIS가 국가 정보화사업 차원에서 진행되는 시스템이지만 교육공무원의 특수성이나 교육논리를 감안하지 않은 제도”라며 “그렇지 않아도 방과후 활동이나 학생들의 상담시간이 점차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가 교육에 대한 고민보다는 데이터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3월 시행을 강행할 예정이다. 교육부 김두연 정보화지원담당관은 “지난해 276개 학교에서 시범운영을 하면서 은행 이상의 견고한 보안망을 구축하는 등 여러 가지 보완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3월 시행에 무리는 없다”며 “최근 웜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 대란은 오히려 개별 학교의 CS시스템이 안전에 무방비 상태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담당관은 또 NEIS가 개인의 동의를 얻은 후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적 유통에 관한 OECD 가이드 라인’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최소한으로 디지털화하는 것이 허용돼 있기 때문에 법률상의 하자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는 2월14일 NEIS 폐지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개인이 동의하고, 수집된 정보가 그의 통제력 안에 있어야만 정보수집 등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보의 수집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고 교육의 자치까지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NEIS에 대해 전교조 입장과 비슷한 ‘일단 유보 뒤 협의’ 쪽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용일 전문위원은 “교육부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고 전교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일단 이 시스템의 가동을 유보한 뒤 협의를 거쳐 견해 차이를 좁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는 2월14일 제주지역 교원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 교육부 장관과 NEIS 실무 담당자 2명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정보 집적 등 양적인 교육을 생각하는 교육부와 학생들의 인권보호와 인성함양 등 질적인 교육을 우선시하는 전교조 등의 견해가 부딪쳐 갈등을 빚고 있는 NEIS 시행 여부가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373호 (p38~39)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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