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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애완견 천국' 허와 실

애견산업 불황을 몰라요

해마다 20~30% 성장 올 시장규모 2조원대… 덩치만 컸지 사회 전반 ‘애견문화’는 초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애견산업 불황을 몰라요

애견산업 불황을 몰라요

애견산업 중 가장 눈부신 성장을 이룬 애견미용. 애견미용사의 월 수입은 300만원에 이른다.

2월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대서양관은 원색 옷을 입은 애완견과 그 ‘가족’들로 성황을 이뤘다. 국내 최대 애견단체인 대한애견협회가 주최한 ‘2003 애견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이들이었다. 2월9일까지 닷새 동안 열린 이번 애견박람회 참가 인원은 10만여명(주최측 추산). 애견만을 주제로 열린 첫 박람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국내 애견산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국내 애견산업의 눈부신 성장세는 서울 퇴계로(충무로) ‘애견거리’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대한극장부터 충무초등학교 입구까지, 퇴계로 4·5가 일대에 걸쳐 있는 속칭 ‘애견거리’에는 애견센터와 동물병원, 애견용품점 등 애견전문점 7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에 애완동물 거리가 조성된 것은 1960년대부터. 초기에는 제일동물병원 등 두 곳에 불과했던 관련 가게들이 70년대 20여곳, 80년대 30여곳으로 늘어난 뒤, 90년대 중반 이후 상권 전체를 장악했다. 최근에는 퇴계로 5가의 터줏대감인 오토바이 전문상가들도 속속 애완견센터로 변모하고 있다.

과연 우리 국민 중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 애견인구는 2002년 9월 현재 전체 가구수의 15%인 200만 가구 선으로 추정(대한애견협회)된다. 애완견 숫자만 약 300만 마리(대한수의사회 200만 마리).

애견박람회 10만명 몰려 … 수입 애완견도 급증



애견산업 불황을 몰라요

① 애완견을 자식처럼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② 동물병원과 애견 법률상담소,③ 애견 경매장 등 애견 관련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애완견 숫자와 애견인구의 증가와 함께 애견산업도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성장했다. 99년 말 당시 5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관련 매출액은 지난해 말 현재 1조5000억원(대한애견협회)으로 증가했다. 불과 3년 만에 3배로 늘어난 셈. 애견 수입 규모도 급증했다. 99년 3000마리대에 불과했던 수입견은 2000년 6182마리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02년에는 11월까지만 5만1367마리가 수입됐다. 2000년의 무려 10배 규모다. 애완견 붐이 일면서 몇 년 사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주택가 주변에 애완견센터가 급증했다는 점. 애완견센터는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딱히 자격증이 필요 없는 관계로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게 애완견센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별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주변 1km 반경에 애완견센터가 10여개 이상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 99년까지 애완견센터가 한 곳밖에 없었던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과 홍은동의 경우에도 애완견센터만 20여곳이 새로 생겼다.

애완견센터가 늘고, 애완견의 공급이 늘었지만 수요가 워낙 많아 가격은 불과 5년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현재 사설 애완견 경매시장에서 애완견업자들에게 팔려나가는 애완용 강아지의 시세는 치와와와 푸들의 경우 50만∼100만원 선. 이는 97년의 시세와 비교해 2배, 심한 경우는 3배까지 늘어난 것이다. 퇴계로 애견거리에 있는 사설 경매장 한 곳의 하루 애견 거래 매출만 1억2000여만원 선. 하루 120여 마리의 순종 애견이 팔려나가지만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아 다시 경매가 열린다. 퇴계로 내에 사설 경매장만 세 곳이 있지만 일주일에 몇 차례씩 경매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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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애견용품 백화점, ⑤ 애견 의류점

한국애견협회 최지용 홍보이사는 “IMF 체제를 벗어난 후 각 미디어들이 애완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봇물처럼 쏟아내면서 애견시장이 크게 확대됐다”며 “최근에도 한 해 20∼30% 이상씩 급성장하고 있어 2003년 말에는 시장 규모가 2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의 애견산업은 애견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료, 용품, 병원, 미용, 훈련, 교배 등이 오히려 주수입원이다. 애견택시, 애견사진관, 애견유치원, 애견미용학원, 애견호텔, 애견카페 등 신종 아이디어 사업들이 애견 주인들의 고급 취향을 자극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애견관리산업 시장 규모는 9000억원대로 전체 애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선. 앞으로 이들의 비중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심지어 홈쇼핑에도 강아지가 등장했다. LG 홈쇼핑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진돗개 황구, 백구를 판매중이다.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의 순수 혈통이라는 이 ‘상품’은 태어난 지 50∼60일이면 55만원에 팔려나간다. 전국 어디로든 배달되며, 애프터 서비스도 보장된다. 이곳에서 진돗개는 하나의 상품일 뿐,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200만 가구에서 키워 … 홈쇼핑에선 진돗개 팔아

애견미용 산업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다. 애견미용학원의 한 달 수강료는 33만∼35만원대. 여기에 각종 장비 구입비를 포함하면 매달 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최근 퇴계로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애견미용학원들은 다음달 수강생 대기자를 미리 발표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전주에서 애견미용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현희씨는 “최소한 학원의 1년 과정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아야만 애견숍에 취직할 수 있다”며 “비용도 많이 들고 개들과 씨름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취업만 하면 월 200만∼300만원의 고소득이 보장돼 수강생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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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충무로(퇴계로) 애완견 거리.

이처럼 애견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자 애견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방송 등의 과다 홍보가 신규 사업자의 과잉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산업 규모는 팽창하는데 수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 국내 최대 애완견업체인 ㈜디오지에스의 경우 2002년 4월 문을 연 후 1년 새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했지만 후발 업체들은 영세성 때문에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애완동물 열풍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학자들은 일단 현대인의 정서적 고독과 소외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텔레커뮤니케이션 사회에서 인간관계에 실패하거나 실망한 사람들이 개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점점 어렵고 거대해져가는 세상에서 외적 세계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유일한 대상인 애완견은 인간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김정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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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애견도 사람처럼 각 과별로 치료 영역이 다르다. ② 한 대 3억원짜리 동물 전용 CT 촬영기.

하지만 애완견 붐이 신귀족 ‘보보스’ 문화에 대한 턱없는 동경과 매스컴의 전략적 홍보에 의해 연출된 일시적 가수요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기획실장은 “한때 보보스족의 여유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애완견에 대한 매스컴의 대대적이고 경쟁적인 보도로 애완견을 키우지 않으면 소외를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개를 반려동물로 생각지도 않고, 개에 대한 애정도 없으면서 애완견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신귀족이 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실제 방송사들의 애완견에 대한 보도는 애완견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소시지를 잘 먹는 애완견으로 유명한 모 방송사의 ‘웅자’ 캐릭터 역시 애완견업계에서 방송사와 함께 1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만들어낸 연출 작품으로, 업계는 웅자 캐릭터를 이용해 이미 오래 전부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웅자와 같은 견종인 코커스파니엘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웅자를 주제로 한 음반까지 나왔다.

이처럼 진정한 애완견 문화의 정착 없이 급조된 가수요로 인해 이미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병든 애완견을 파는 악덕 애완견센터에 대한 항의 글이 폭주하고 있는 상태. 이들로부터 피해를 본 네티즌들이 모여 만든 안티 애견센터 사이트(안티 충무로)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사례만 이미 4000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홍역이나 파보 바이러스 등 전염성 질병에 걸린 애완견을 구입한 경우로, 애완견센터와 책임 분쟁을 벌이다 결국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애완견 관련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이 있지만 ‘1일 내 질병 발생 또는 3일 내 폐사한 경우만 구입가 환급이나 동종 교환을 인정’하고 있어 잠복기가 오랜 전염병에 걸려 폐사한 강아지의 경우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완견 천국이 애완견 지옥으로 변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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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2003 애완견 박람회’를 찾은 애완견과 그 주인. ④ 불법 운영되고 있는 애완견 장례업체. ⑤ 값비싼 수입 애완견 건강식품.

폐사한 강아지의 부검을 맡고 있는 국립수의과학 검역원 김대용 박사(수의사)는 “소송을 위해 강아지 부검을 의뢰하는 견주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애완견을 사려는 사람은 반드시 애완견이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았는지, 사는 시점에서 질병은 없는지에 대한 증빙서를 받아야 하지만 판매인들이 이를 거부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판매상과의 분쟁이 심화되자 1월28일 퇴계로 애견거리에 국내 최초로 애견전문 법률상담소가 문을 열기도 했다. 윤신근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과 이종일 변호사가 그 주인공으로, 이 상담소에서는 애견 관련 분쟁만을 전문적으로 해결한다.

애견보험도 등장했다. D화재의 ‘애완동물 지킴이 보험’ 상품은 1년에 55만5000원을 내면 개가 죽었을 때와 질병 치료시 200만원, 잃어버렸을 때 200만원, 사람을 해쳤을 때 최고 1억원까지 보상을 해준다. 또한 보험에 가입한 강아지를 분양받은 후 한 달 이내에 병에 걸리거나 죽으면 20만원 이내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애견은 죽은 이후가 더욱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애완견의 사체는 폐기물 또는 일반 쓰레기로 취급된다. 당연히 합법적인 사체 처리 방법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방법뿐. 소각이 가능한 경우도 동물병원에서 감염성 폐기물로 인정된 애완동물로 제한된다. 애견을 평생 함께할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견주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때문에 견주들은 애견이 죽으면 박스에 넣어 몰래 뒷산에 묻거나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화장장을 이용한다. 적발될 경우 이는 쓰레기 불법매립 또는 불법소각으로 처벌받는다. 반면 최근 생겨난 애견 장례업체는 늘어나는 수요에도 불구, 모두 불법업체로, 이곳에 죽은 애완견을 맡기는 견주들은 모두 쓰레기 무단방기범이 되는 셈이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기획실장은 “애완견인구의 폭증세에 비해 견주의 의식이나 사회 일반의 문화적 공감대, 애완견 관련 부대산업은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애완견 자체가 사회문제로 등장해 애완견 천국이 애완견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애견 천국의 정부는 지금껏 무엇을 했을까.

애완견과 관련해 정부는 오히려 없는 것이 나은 존재다. 애견을 ‘반려동물’이자 ‘생명체’로 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태동하는 단계인데도 환경부, 농림부, 복지부 등의 서로 다른 ‘견관(犬觀)’이 엇갈리면서 관련법의 개정이나 제정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를 보는 애완견 관련단체의 시선에서 다가올 애견대란(愛犬大亂)의 단초가 엿보인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주간동아 373호 (p44~4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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