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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애완견 천국' 허와 실

사람대접 애완견 ‘상팔자’

요람서 무덤까지 사람 능가하는 호사 … 전문 클리닉에 성형 급증 유치원도 생겨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람대접 애완견 ‘상팔자’

사람대접 애완견 ‘상팔자’

애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요즘 애견들은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으며 산다.

서울 삼성동 김모씨(29)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아들이 하나 있다. 갈색 털이 복슬복슬한 시추 강아지 ‘토비’. 원룸에서 토비와 단둘이 사는 김씨는 유일한 식구인 토비를 ‘우리 아들’이라고 부른다.

“아직 결혼 전이라 자식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내게는 토비가 아들 이상이다. 그 애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다. 그렇다고 진짜 사람을 키우는 것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김씨가 토비에게 들이는 정성은 여느 가정에서 아이에게 쏟는 관심 이상이다. 토비는 애견 전용 미용실에서 비타민 샴푸 목욕과 오일 마사지로 털을 관리하고, 계절마다 4~5벌씩 새 옷을 구입한다. 주말이면 들르는 애견 전문 쇼핑몰에서 사들이는 액세서리 값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 못지않은 관심과 애정 … 애견호텔 우후죽순

사람대접 애완견 ‘상팔자’

한 채에 40만원이 넘는 애견용 ‘저택’들.

토비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300만 마리로 추산되는 애견 가운데 상당수는 사람보다 더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한 채에 40만원을 호가하는 ‘주택’에서 지내고 1kg에 2만~3만원이 넘는 사료를 먹는 일은 예사다. 다이어트와 성인병 치료를 위해 전문 클리닉에 다니거나 심지어 ‘예쁜 개 콘테스트’에 입상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애견도 있다.



퇴계로 애견거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윤신근씨는 “최근에는 애견 귀 모양 성형수술이 인기”라고 귀띔한다. 혈통이 좋은 순종 개라도 귀는 짝짝이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바로잡아주고 싶어하는 주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수술에 드는 비용은 최소 30만원 선. ‘예쁜 개 콘테스트’를 준비하는 강아지들은 부위별로 5만~10만원씩 하는 성형수술을 받기도 한다.

애견을 대상으로 한 성형수술이 성행할 정도니 다른 의료시술의 전문성은 짐작할 만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의학 수준은 사람이 받는 치료는 모두 개도 받고 있다고 보면 맞을 정도. 3억원을 호가하는 애견 전용 CT촬영기와 MRI기, 3000만원대인 초음파 검진기가 첨단기술로 애견의 건강을 살핀다. 최근 수의사들은 애견이 고통을 느끼기 전에 미리 질병을 찾아낼 수 있다며 정기검진을 권하기도 한다. 애견종합검진의 검사항목은 100여 가지. 이중 몇 가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검사비에 차이가 난다. 개별적으로는 호르몬 검사가 5만~6만원, 간기능 검사가 2만~3만원 수준이지만 항목이 많아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동물의학연구소 김은옥 검사팀장은 “보통 한 번에 10~20가지를 검사한다”며 “최근에는 검사 수요가 너무 많아 하루 종일 검사실에 붙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요즘의 건강검진 열풍을 설명했다.

선택받은 애견들은 유치원에도 다닌다.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프티페티 애견유치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애견 보육시설. 이곳에 ‘입학’하는 애견들은 탁아반과 훈련반으로 나뉘어 짜여진 커리큘럼에 따라 학습을 한다. 프티페티 전홍규 대표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다른 개들이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에 넣는 장면, 수상스키 타는 장면 등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기도 한다”며 “똑똑한 개들은 5~6세 유아 이상의 지능을 가졌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방식이 ‘질서의식’이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치원 비용은 한 달에 25만~35만원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일반 유치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인이 휴가를 가거나 집을 비울 경우를 대비해 애견을 돌봐주는 호텔의 설립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에만 20여곳에 달하는 ‘애견호텔’들은 ‘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의 동물병원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견들은 각각 공기청정기가 달린 전용 객실을 제공받고, 주인들은 인터넷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애견의 모습을 어디서든 지켜볼 수 있다. 이런 시설들의 가장 큰 특징은 애견을 ‘개’가 아니라 ‘호텔의 고객’으로 대한다는 점. 애견호텔의 시설을 소개하기 위해 내부 촬영을 제안하자 한 호텔의 대표는 “개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된다”며 “일반 호텔에서 방안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사람대접 애완견 ‘상팔자’

애견산업이 발달하면서 애견들을 위한 전용 카페와 유치원, 호텔까지 등장했다(왼쪽부터).

‘개가 사람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는 최근의 세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도그택시’도 빼놓을 수 없다. 도그택시는 애견만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일종의 콜택시. 개 전용 침대와 애견용 구급 의료장비 등을 갖추고 서울지역에서 24시간 운행중이다. 장거리 여행을 할 경우 간식과 배변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는 이 택시의 기본요금은 5km까지 1만5000원. 모범택시보다도 훨씬 비싼 금액이다.

애견 전문 쇼핑몰에 가도 요즘 사람들의 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수 있다. 색색의 옷뿐 아니라 애견용 목욕가운과 레인코트, 중절모, 야구모자 등 유행하는 소품들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있다. 고가의 제품도 많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에서 선보인 애견용 트렌치코트는 무려 66만원. 애견의 몸집이 커질수록 옷의 가격은 올라간다.

원목을 깎아 만든 40만원대 ‘저택’과 개집에 부착해 동물 주위의 바이러스를 살균시켜 주는 오존 살균기(50만원대) 등도 강남지역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사람대접 애완견 ‘상팔자’

갖가지 꽃과 추모의 글로 장식된 애견 유골함들.

최근에는 ‘사람도 함께 먹고 싶을 만큼’ 탐나는 성분이 들어간 고급 사료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애견의 건강과 미용, 장수까지 고려했다는 한 사료에는 새끼 양과 닭의 살코기만을 사용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최고급 해바라기유와 천연 토코페롤이 함유돼 있어 피부건강과 모질 개선에까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이 사료의 가격은 2kg에 3만원 선이다. 식사를 통해 미처 섭취할 수 없는 영양분은 ‘애견 전용 영양제’를 통해 보충한다. 작은 개가 두 달 정도 먹을 분량인 8온스짜리가 4만5000원.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애견들을 위해 탄생한 전용 요구르트도 있다. 강력한 내상성 유산균을 함유했다는 이 요구르트의 가격은 한 병에 7000원이다. 가히 애완견이 사람을 능가하는 호사를 누린다고 할 만하다.

애견 스튜디오도 최근 활황을 맞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스튜디오에서 애견사진을 촬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5만원 선. 웨딩사진처럼 다양한 배경에서 촬영한 ‘작품’들로 앨범을 제작할 경우에는 50만~6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수요는 적지 않다. 애견 전문 사진 스튜디오 펫러브의 김민한 실장은 “애견을 식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돌, 백일 사진을 찍듯 기념일마다 와서 촬영을 한다”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10만원대 액자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살아서 ‘사람 대접’을 받은 애견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사람 못지않은 예우를 받으며 세상을 떠난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공공연히 영업중인 애견 장례 업체들은 초특급 장례서비스를 선보인다. 리무진 장의차로 사체를 운구하고 사람과 똑같이 수의를 입혀 오동나무관에 안치한 뒤 화장을 시키는 것. 납골당에 특별히 제작한 비석을 세워주는 것까지 포함한 총 장례 비용은 70만원 선이다. 적지 않은 액수지만 애견과의 추억을 기리기 위해 납골당을 꾸미고, 인터넷 추모의 공간에 매일 글을 남기는 주인들이 많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람처럼, 어쩌면 사람보다 더 사람답게 살고 있는 애견들. 이제는 “나를 제발 개처럼 살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지 않을까.



주간동아 373호 (p50~5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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