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3

2003.02.27

인도 1만km 대운하 뚫릴까

공사비 1400조원의 초특급 프로젝트 … “가뭄 해소” 환영 속 “환경파괴” 반대 목소리도

  • 이지은/ 델리 통신원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3-02-20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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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연장 1만876km, 이중 터널구간 94km, 주요 댐 및 발전 시설 36개 이상, 연결되는 강 37개, 총 예상 공사비 1400조원.

    인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운하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이다. 이 운하는 인도 전역의 37개 강을 히말라야, 남부 인도의 두 지역으로 나누어 30개 구간에서 연결한다. 인도 정부는 2005년 착공을 목표로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이미 운하 건설 준비에 들어갔다.

    인도는 그 대륙적 넓이에 걸맞게 강우량의 지역편차가 큰 나라다. 전국의 연평균 강수량이 1170mm인데, 연평균 강수량이 100mm 미만인 사막과 1만1000mm 이상인 우림지대가 공존한다. 또 우기와 건기가 뚜렷해서 1년 강우량의 70% 이상이 3개월간의 우기에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건기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수도인 뉴델리에서조차도 시간대별 제한급수가 실시된다.

    이번 대운하 프로젝트에는 댐 건설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각 지역마다 우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시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점을 치수에 이용한다. 또 이 댐들의 수력발전 시설로 3만4000MW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우려



    기본적으로 이 치수사업은 인도 국가경제의 근간인 농업 부문을 성장시켜 목표인 8% 경제성장률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전국 각지에서 10년간 벌어질 대규모 토목공사로 연간 37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이는 GDP를 4% 정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가장 먼저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은 정치권이었다. 각 주정부의 총리들은 앞다투어 이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늘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에서 치수는 유권자의 80%를 차지하는 농민들의 표심을 잡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부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안드라프라데시 한 주에서만 1년간 40명이 넘는 농민들이 타들어가는 목화를 보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은 “이 사업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45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8만ha에 이르는 삼림이 유실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자원 보호 공로로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라젠드라 싱은 “인도 전역에 퍼져 있는 강들을 모두 연결하여 수위를 조절한다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그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전 수자원부 차관 아이어조차 “생각없는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국가경제계획위원회도 실질적인 예산문제를 내세워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예상 경비인 1400조원은 올해 인도 정부 세입액의 2배이자 과거 52년간 인도 정부가 관개사업에 쓴 예산액의 10배에 달하는 금액. 이 프로젝트 예산의 5분의 1 이하만 쓰고도 현재 예산 부족으로 미뤄지고 있는 150여개의 관개사업을 활성화해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운하 프로젝트는 국제문제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인도와 접경하며 강을 공유하는 부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들과 수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댐과 발전소 건설은 인도가 이들 국가와 체결한 수자원 공유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예산 확보와 홍보, 수몰지역 대책, 외교문제 등 산적해 있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대운하가 가져올 경제적·정치적 이익이 막대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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