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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모바일 미디어 전쟁

1020 세대를 사로잡아라

SK·KTF, 초고속 동영상 서비스 선점 경쟁 … 광고부터 모바일 영화까지 젊은층 입맛 맞추기 총력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1020 세대를 사로잡아라

1020 세대를 사로잡아라

휴대전화로 TV와 영화를 본다? 이동통신업계는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CDMA 방식의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단순한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묘한 TV 광고가 하나 나타났다. 반으로 분할된 화면, 오른쪽에 선 모델이 말한다. “어느 날 고개를 돌리니 ‘준(JUNE)’이 있었다.” 그러나 모델이 쳐다보는 화면 왼쪽은 흰 여백일 뿐이다.

TV의 프라임 타임마다 줄기차게 방송된 이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어, 이게 뭐야?”였다. ‘선영아, 사랑해’를 비롯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각종 ‘티저(Teaser)’ 광고에 어지간히 익숙해진 시청자들이었지만 이 난데없는 광고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멍할 수밖에. 더구나 ‘준’이란 무얼까. 사람 이름, 아니면 제품?

광고가 방송된 지 보름 정도 지나서야 ‘준’의 실체가 드러났다. ‘준’은 SK텔레콤이 선보이는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였다. ‘준’은 제3세대 이동통신이라고 불리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초고속 동영상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브랜드 이름이다. 이 서비스의 전송속도는 이전보다 20배 정도 빠른 2.4Mbps에 달한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휴대전화로 고화질 뮤직비디오나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쉽게 말해 이제 마음만 먹으면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9시 뉴스’나 ‘반지의 제왕’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준’ 티저 광고에 ‘핌’은 서태지로 맞불

1020 세대를 사로잡아라

SK텔레콤의 ‘준’과 KTF의 ‘핌’ TV 광고. 두 광고는 각각 ‘친구처럼 가까운 서비스’와 ‘놀랍고 파격적인 서비스’라는 두 브랜드의 컨셉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같은 휴대전화의 모바일 서비스는 휴대전화가 전화를 걸고 받는 수준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매체, 즉 ‘모바일 미디어’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단순한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매체이자 문화현상”이라는 이동통신업체 종사자들의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시청자들이 알쏭달쏭한 ‘준’ 광고에 어지간히 익숙해졌을 무렵인 1월 중순, KTF가 ‘준’의 경쟁 브랜드인 ‘핌(FIMM)’의 광고를 시작했다. First In Mobile Multimedia의 약자인 ‘핌’의 광고는 친근하고 아기자기한 이미지의 ‘준’ 광고와는 전혀 다르다. ‘핌’ 광고는 가수 서태지가 공항에서 입국하며 계란을 맞는 장면을 다큐멘터리처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보여준다. 인쇄 광고에서는 서태지의 포스터가 찢겨지기도 한다.

수수께끼 같은 광고들은 사실 각 브랜드의 컨셉과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우선 ‘준’의 광고모델이 ‘준, 영화를 보여줘’ 하고 친구처럼 브랜드 이름을 부른 것에는 기존 동영상 서비스인 IMT2000이 소비자들에게 너무 멀게 느껴졌다는 SK텔레콤측의 자기반성이 담겨 있다. ‘준’이라는 가벼운 느낌의 이름부터가 친근하고 가까운 모바일 서비스를 지향하는 SK텔레콤의 전략을 보여준다.

반면 ‘핌’은 새롭고 놀랍고 파격적인 서비스를 광고 컨셉으로 잡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곧 서태지가 비난받는 의외의 광고로 표출된다. “이미 물량공세로 앞서가는 ‘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무언가 충격적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핌’의 컨셉은 ‘서프라이즈’, 즉 놀라움이 된 거죠. 놀라움은 광고뿐만 아니라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 전략의 핵심 개념이기도 합니다.” ‘핌’ 광고를 제작한 웰콤 이혁종 부장의 설명이다.

이들 모바일 서비스가 겨냥하고 있는 수요자층은 10대와 20대. 그중 핵심 타깃은 19세부터 24세까지의 대학생층이다. 10대와 달리 대학생층은 어느 정도의 경제능력이 있고 대중적인 여론 형성에도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두 업체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마케팅 전략 역시 ‘젊은 세대 공략’에 집중되어 있다. ‘준’은 여성 모델이 성형수술한 코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자랑하는 등 철저히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광고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1020 세대를 사로잡아라

CDMA 방식의 동영상 서비스 속도는 2.4Mbps에 달한다. 이 정도 속도면 화상통화는 물론 TV방송 실시간 시청도 가능하다.

모바일 미디어의 콘텐츠에서도 젊은 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흔적이 드러난다. ‘준’을 통해 데뷔한 4인조 그룹 ‘노을’은 80, 81년생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신세대 그룹이다. ‘준’은 가수 겸 음반기획자인 박진영이 이끄는 JYP 엔터테인먼트와 신인그룹 ‘노을’에 대한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준’은 1년간 ‘노을’의 음원 및 콘텐츠에 대한 독점권은 물론 연예활동과 음반 발매 등에 대해 사전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노을’은 최초의 모바일 가수인 셈.

‘준’과 상반된 전략을 구사하는 ‘핌’ 역시 젊은 세대의 마음 잡기에 고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한물간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에도 서태지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도 ‘10대의 대통령’이었던 서태지가 오피니언 리더로서 젊은층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 샀기 때문. 서태지는 ‘핌’의 모델일 뿐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이기도 하다. 서태지는 계약기간 동안 ‘핌’을 통해 다른 매체에 공개되지 않은 뮤직비디오와 공연 실황 등을 보여줄 예정. 3월 초에는 서태지의 신곡이 ‘핌’을 통해 처음으로 발표된다. 서태지가 KTF측으로부터 받은 32억원은 모델료뿐만 아니라 이 같은 콘텐츠 제공료까지 합친 금액이다.

거리이벤트·전국 순회공연 등 다양한 마케팅 동원

이외에도 ‘준’은 자체 모바일 영화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총 예산 24억원을 들여 제작한 첫번째 모바일 영화 ‘X 프로젝트’의 주연은 차승원 김민정이, 음악은 신해철이 맡았다. 최근 나온 모바일 영화 ‘아버지 몰래’는 신세대 감독 장진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들 모바일 영화의 특징은 2분 안팎의 분량으로 나뉘어 서비스된다는 점. 이 역시 장편보다는 짧고 즉발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앞으로도 두 업체는 대규모의 거리이벤트와 전국 순회공연 등을 열고 새로운 가입자들에게 해외여행을 경품으로 내거는 등 젊은 세대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동원할 예정이다. KTF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몇 달 뒤면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젊은 세대는 시대에 뒤쳐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모바일 미디어 관계자들도 모바일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터넷이 TV나 신문 등 기존 매체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 것처럼, 모바일 미디어도 기존의 미디어를 대체할 세력으로까지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은 모바일 미디어를 ‘대중매체’로 접근하기보다 일부 선택된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가 문화로 정착하기 위한 중요한 관건은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구조’를 이룰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사용자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올리고, 그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현상이 보편적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인 ‘엽기토끼’나 ‘졸라맨’이 대표적인 경우. “소비자가 곧 생산자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모바일 미디어는 소수 돈 있는 사람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하나가 되는 마케팅 전략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KTF 핌프로젝트팀 남승현 차장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벽은 단말기와 통신 이용요금이다.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60만~70만원에 달하는 단말기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정액제를 시행한다지만 영화나 TV 등을 보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통신요금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자녀들과 멀쩡한 휴대전화를 두고 굳이 비싼 새 휴대전화를 사겠다는 자녀들을 이해할 수 없는 부모 세대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동통신업계 종사자들도 “정서적으로 보면,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뺏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새로운 서비스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이동통신회사들이 젊은 세대를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왜 신세대는 굳이 휴대전화를 통해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보아야 하는가. 화상통화가 가능하다거나, 어디서든 TV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모바일 미디어의 장점이지만 작은 화면을 장시간 들여다보아야 하는 등 불편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더해 지나치게 짧은 이동통신 브랜드들의 수명은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제품이 생산되는 게 아니라 공급자들이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정진홍 교수는 “더 빠른 모바일 미디어를 향한 사용자들의 욕망이 새로운 브랜드 생산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의심을 일축한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광고 카피가 제작될 정도로 젊은 세대는 움직임을 사랑합니다. 첨단 세대의 대명사처럼 된 ‘보보스’의 뜻도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합친 개념이죠.”

한곳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끊임없이 움직이려 하는 신세대의 취향은 우리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변화의 사조라고 정교수는 분석했다. 움직임과 새로움을 갈망하는 젊은 세대와 이 세대의 집중공략에 나선 모바일 미디어들. 이들의 미래를 기성세대는 놀라움과 궁금증으로 지켜보고 있다.





주간동아 373호 (p64~65)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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