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3

2003.02.27

영화 취화선의 숨겨진 주인공(?)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2-20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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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취화선의 숨겨진 주인공(?)
    영화 ‘취화선’에서 익숙하게 그림을 그리는 오원 장승업 역의 최민식.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최민식의 뒷모습은 대역이었다. 중앙대 한국화과 김선두 교수(45)는 1년 가까이 최민식의 대역으로 살았다. 영화 속에서 그린 그림만 70여점. 이 그림들이 오랜만에 햇빛을 본다.

    2월14일부터 3월31일까지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취화선, 그림으로 만나다’전은 이종상 박대성 손연칠 김근중 조순호 이종목 김선두 등 영화 ‘취화선’ 제작에 참여했던 작가 7인의 작품전이다. 김교수 외의 화가들은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거나 작품을 제공했다. 전시에는 영화 속에서 장승업의 그림을 모사했던 그림들, 장승업의 진품 그림, 그리고 작가들의 최근작이 함께 선보인다.

    “영화 속에서 그린 그림 대부분은 오원 선생의 화풍을 참고해서 새로 그린 것입니다. 흔히 오원의 그림을 ‘호방하다’고 하는데, 직접 모사해보니 상당히 치밀하고 명민한 화가였음을 알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림을 그리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제 스타일이 자꾸 나와 고생했어요.”

    김교수는 “최민식씨가 몸으로 오원을 연기했다면, 나는 붓으로 연기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큰 화면 가득 한국화의 힘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어요. 그런 점에서 임권택 감독께 감사하지요.”

    영화 개봉 이후 “개런티 많이 받았겠다”는 주위의 말이 가장 당혹스러웠다는 김교수. “저를 비롯해서 영화촬영에 참여했던 화가 일곱 명은 모두 ‘한국화의 부흥을 위해 발벗고 나서자’는 심정으로 백의종군한 거죠. 그런데 영화촬영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런 제의가 들어와도 직접 출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김교수는 ‘취화선, 그림으로 만나다’전에 최근 몰두하고 있는 ‘행(行)’ 시리즈를 선보였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느낀 땅의 생명력을 표현한 이 시리즈는 화면을 신문처럼 분할하고 과감한 원색을 사용한 것이 특징. 김교수 스스로가 ‘어눌한 화풍’이라고 표현한 인물 그림도 재미있다. 영화 속에서 김교수가 그린 장승업의 그림과는 너무도 다른 점 또한 이채롭다.

    “이번 전시는 오원의 진품부터 현재의 한국화까지, 한국화 100년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취화선’을 통해 한국화의 매력을 느끼신 분들이 미술관에 오셔서 본격적으로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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