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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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업 주도권 土公으로

현대는 시공 담당 토공과 협약 밝혀져 … 사실상 정부 주도 총 사업비 2조2000억원 예상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2-13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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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사업 주도권  土公으로

    개성산업단지 조성 조감도.

    한국토지개발공사(이하 토공)가 개성공단 개발사업과 관련해 자금조달 및 관리계약 업무, 설계 및 감리, 분양임대 업무, 토지사용권 등 사업권 대부분을 맡는다는 새로운 협약을 지난해 연말 현대아산(이하 현대)과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현대는 시공을 담당한다. 또 토공은 개성공단 개발과 관련 남북협력기금과 국고 지원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해, 민간차원에서 추진됐던 개성공단 개발사업은 사실상 정부 주도 사업으로 그 성격이 바뀔 전망이다.

    개성공단 예상 총 사업비는 2조2000억원(추정치) 이상이며,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추진될 1단계 사업비를 2200억원으로 잠정 집계, 사업을 추진중인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이 사업비에는 전력 공급을 위한 400억원의 예산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현대가 2002년 12월까지 개성공단 개발과 관련해 투자한 경비는 12억여원에 불과함에도 현대는 토공에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거론하며 보전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건교부와 현대, 토공 등이 국회 이해봉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2002년 12월27일 현대와 토공이 맺은 협약 자료. △건교부가 작성한 ‘2003년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계획서’ △현대 개성사업단 고위 관계자가 작성한 ‘개성공단 투자내역서(2003년 2월9일)’ △국토연구원이 토공의 용역 의뢰를 받아 작성한 ‘개성산업단지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보고서(2001년 12월)’ 등을 통해 확인됐다.

    김진호 토공 사장과 김윤규 현대 사장이 2차 협약을 체결한 것은 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2002년 12월26일. 이 협약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공단개발사업 주도권이 토공측으로 넘어왔다는 점을 명문화한 것이다.

    2000년 8월 1차 개성산업단지 사업 시행을 위한 1차 협약서에서 현대와 토공은 1단계 지역개발과 관련한 역할에 대해 “사업계획 수립, 정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인허가, 분양업무, 산업단지 관리, 계약 및 자금관리 등을 ‘공동’으로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공동사업단을 구성한다(제4조)”는 데도 합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의 주체는 현대였고 토공은 자금을 대고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토공 “남북협력기금, 국고 지원으로 사업비 확보”



    개성공단 사업 주도권  土公으로

    2002년 12월26일 토공과 현대의 2차 협약 관련자료 및 건교부의 2003년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계획서.

    그러나 토공은 2차 협약에서 ‘자금조달 및 관리계약 업무, 설계 및 감리, 분양임대 업무, 토지이용권’ 등을 토공이 맡고(2조2항, 3항), 현대는 시공과 대북 접촉을 전담한다(2조3항)는 데 합의했다. 이는 개성공단 사업의 주체적 역할이 토공으로 넘어왔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다만 토공은 사업계획 수립 및 남북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인허가, 개성공업지구 관리운영 등은 공동으로 운영(2조1항)하기로 해 현대의 역할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공동사업단을 구성한다”는 1차 협약 4조는 삭제했다. 이와 관련, 토공의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자기들 몫이라는 현대의 환상을 협약서를 통해 깬 것”이라며 개성공단 개발과 관련한 주도권을 사실상 토공이 확보했음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대북사업을 주도했던 현대의 ‘위상’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는 대북사업에 관한 한 기득권과 선점논리를 주장했고, 이는 남북한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왔다. 현대측이 “토지이용권 등 사업권을 토공으로 넘긴다”는 2차 협약 내용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위상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협약과정을 지켜봤던 정부의 한 당국자는 “협약 체결 당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 건교부 관계자가 나서 가까스로 중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인사는 양측의 대립과 관련, ‘분양(임대 포함)에 대한 모든 업무는 토공이 수행한다. 단, 분양공고는 공동명의(시행자 토공, 시공자 현대)로 한다’는 협약서 제6조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현대가 개성공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며 ‘공동명의’를 요구했다는 것. 그러나 토공도 이를 쉽게 수락하지 않았고 결국 ‘시행 토공, 시공 현대’라는 역할분담 원칙을 기재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협약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1차 개발과 관련한 토지이용권은 토공이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현대의 한 관계자는 “분양 등 토지이용권이 토공으로 넘어갔을 뿐 북측과의 창구, 협의 등 현대의 역할은 남아 있다”며 개성공단 개발권은 여전히 현대가 소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토공측은 이런 현대의 주장에 대해 “12월26일 협약에 대해 현대 수뇌부(정몽헌 회장)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재반박했다.

    개성공단 사업 주도권  土公으로
    협약서에서 토공과 현대는 ‘이미 지출된 비용 등의 처리문제’ 등에 대해서도 합의, 시행사와 시공사의 위상을 분명히 했다. 양측은 7조1항에서 “토공은 현대가 이미 지출한 개성공업지구 공장구역 1단계 예상지역의 측량 및 토질조사에 투입된 비용을 토공이 현대와 협의 하에 지급하고 조성원가에 반영한다”고 합의했다.

    협약서에 이 같은 조항을 넣은 것은 토공과 현대가 개성공단 사업비 산출방법과 규모를 놓고 서로 다른 계산서를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근거가 없는 ‘언더테이블 머니’(비자금)에 대해 현대측이 보전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양측 협상을 지켜본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는 그동안 증빙자료는 없지만 수천억원이 언더테이블 머니로 건너갔다며 이를 토공이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직·간접적으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1월30일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제출한 대북지원금 2235억원의 사용내역과 관련 개성공단 등 대북 7대사업에 투자됐다고 밝히고 그 가운데 개성공단 개발비 등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토공측은 현대의 언더테이블 머니 보전 요구에 대해 “증빙자료가 없는 투자금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정산 요구를 거절했다. 토공측은 한발 더 나아가 협약서 7조2항을 통해 “제1항의 합의된 비용 이외의 사업권 및 제경비 등에 대하여는 지급하지 아니하고 원가에 반영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해 현대측의 집요한 요구를 뿌리쳤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현대 개성공단팀 한 관계자는 “창립된 지 4년이 지난 현대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대북사업과 관련한 법제, 홍보, 인건비 등 보이지 않는 데 투자를 했고 이에 대해 정산을 요구한 것일 뿐 언더테이블 머니의 보전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주간동아’가 입수한 현대의 ‘개성공단 지출명세서’가 눈길을 끈다(상자기사 참조). 현대 개성사업단의 고위 관계자(임원)가 만든 이 자료에 따르면 현대가 2002년 12월 현재까지 개성공단 개발에 투자한 총 사업비는 12억2800만원이다. 토공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 보전을 요구하는 금액은 그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토공측은 협약서 7조3항에서 “향후 대북 협의를 위한 공동업무 수행에 따른 경비는 토공이 현대와 사전협의하여 실비로 지급하고 조성원가에 반영한다”는 입장을 구체화했다.

    현대 “토지 이용권 넘겼어도 대북 창구 역할”

    토공과 현대측이 당초 협약 대신 새로운 협약서를 체결한 것은 현대의 공단개발 능력에 대한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는 1998년 11월18일 시작한 금강산 관광사업의 무리한 추진으로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현대는 부진한 관광 실적과 금강산 현지 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4500억원의 자본금을 모두 까먹었고 정부 지원을 받아 근근이 관광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교부와 토공 주변에서는 “더 이상 현대가 개성공단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북한측도 현대의 자금동원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 당국자는 밝혔다.

    토공이 지난 1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토공은 새 협약을 근거로 ‘국고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자금력의 한계를 보인 현대로부터 토공이 사업권을 따냈지만 토공 역시 자금동원 능력이 그리 여의치 않은 내부사정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2002년 9월 국정감사 당시 건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토공(한국토지신탁 포함)의 총 부채는 12조140억원으로, 건교부 산하기관 중 도로공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인 공단사업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실상 개성공단에 소요될 총 사업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토연구원이 토공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개성산업단지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보고서’(2001년 12월)에 따르면 총 2000만평(공단부지 800만평, 택지1200만평)의 개성공단 개발 총 예상사업비는 2조2000억원. 이 가운데 1단계 15.6%(1983억원), 2단계 28.2% (3571억원), 3단계 56.3%(7160억원)로 나눠 추진될 산업단지(공단) 조성 총 사업비는 1조2700억원이다. 그러나 이 사업비에는 전력, soc, 용수 등 외부기반시설 투자비는 계산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반조성에 들어갈 예상사업비까지 포함시킬 경우 개성공단 개발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토공의 한 관계자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모든 공단조성 사업은 토공이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1단계 공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로, 이미 건교부는 예산 등에 대한 구체적 추진계획을 확정해놓았다.

    건교부가 작성한 ‘2003년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계획서’에 따르면 1단계 예상사업비는 2200억원. 이는 국토연구원의 추정사업비(1983억원)와 유사하다. 현대와 토공도 2차 협약에서 공장구역 1단계 100만평에 대한 추정사업비(직접 투입비)를 남북협력기금 지원금 포함 약 2225억원 (1억8500만 달러)으로 잠정 예상했다. 토공은 이 사업비를 남북협력기금과 정부의 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토공은 2차 협약을 통해 개성공단에 필요한 1단계 개발계획에 필요한 예상전력량 7만1410kw 공급을 위해 ‘400억원(3300만 달러)의 추가 예산 필요’성을 명문화하고, 1차 개발비 2225억원 가운데 400억원의 예산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한국전력측은 “경제성과 투명성이 불확실한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며 전력공급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개성공단이 국내법이 미치지 못하는 북한지역에 위치, 한전이 전력공급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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