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9

2003.01.23

소년장사 승부수에 거함 침몰!

조훈현 9단(흑): 송태곤 3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3-01-15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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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장사 승부수에 거함 침몰!
    계미년 벽두부터 한국 바둑계를 뒤흔든 17세 소년기사의 반상혁명! ‘소년장사’ 송태곤 3단이 제7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5번기 최종국에서 거함 조훈현 9단을 침몰시키고 종합전적 3대 2로 타이틀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왜 반상혁명이냐고? 그동안 조훈현 9단은 특유의 흔들기 수법과 치열한 몸싸움으로 신예기사들의 혼을 빼놓아 ‘10대들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한다하는 신예들이 이창호 9단과 싸워보기도 전에 그 길목에서 항상 조훈현에게 좌초되었기에 조훈현이란 이름 석 자는 호랑이, 마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1988년 대왕전에서 유창혁 9단이, 90년 최고위전에서 이창호 9단이 조훈현 9단을 꺾고 타이틀을 차지한 이래 조훈현 9단을 상대로 타이틀을 따낸 기사는 송태곤 3단이 유일하다.

    다 기운 바둑을 극적으로 뒤집은 승리였기에 더욱 짜릿했다. 를 보면 바둑판 아래위를 관통한 거대한 백쫔 대마가 미생인 상태. 백 ‘가’로 한 점을 잡으면 간단히 살 수는 있으나 그러면 다른 큰 끝내기를 당해 아예 가망이 없게 된다. 따라서 백1의 수는 상대의 칼날 아래 목을 쑥 들이민 채 무리하게 안다리걸기에 들어간 일종의 도박성 승부수였다. 이때 단박에 목을 치지 못한 흑2의 수가 결국 패착이 되었다. 이하 백7까지 주고받은 뒤 9로 살자 역전무드.

    소년장사 승부수에 거함 침몰!
    흑1 이하 7을 결행했으면 ‘게임 아웃’이었다. 다음 백A에는 흑B로 응수하면 된다. 수순 가운데 흑5가 백C의 수단을 방지한 기민한 선수다.

    ‘술의 신’ 박카스가 미소년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근래 박카스배는 이세돌 3단, 박영훈 3단에 이어 또다시 10대 소년기사 송태곤 3단에게 우승잔을 하사함으로써 ‘신예들의 등용문’으로 통하게 되었다. 253수 끝, 백 1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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