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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시대의 광장' 광화문

광화문 → 광장 대변신 꿈은 이뤄지나

세종로·시청 앞·남대문 아우르는 프로젝트 … ‘역사성·접근성 최적’ 필요충분 조건도 갖춰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송홍근 기자 khmzip@carrot.com

광화문 → 광장 대변신 꿈은 이뤄지나

광화문 → 광장 대변신  꿈은 이뤄지나
”세종로는 자동차의 통행을 막고, 남북 방향으로 가는 자동차는 교보생명 사옥 뒷길과 정부중앙청사 뒷길로 우회하도록 하며 동서 방향 통행은 광화문 지하차도를 만들어 해결합니다. 이렇게 얻은 공간에 조선시대의 문화적 상징인 조선왕조실록과 한글을 이용한 상징물을 설치합니다. 돌판에 한글판 조선왕조실록을 새겨 광장 가득 깔아놓는 것이죠. ‘12시에 세종대왕 앞에서 만나자‘ ‘2시에 이순신 앞으로 와‘ 이런 대화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2년 전 광화문문화포럼(1999년 12월 발족한 문화인들의 모임) 세미나에서 한양대 서현 교수(건축학)가 ‘광화문 광장 구상‘을 발표하자 50여명의 참가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600년 도읍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 일대를 역사문화의 거리로 복원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서교수의 발상에 모두들 ”신선하다”고 박수를 치면서도 그 꿈이 이뤄지리라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년 뒤인 2002년 6월 세종로와 시청 일대를 점령한 월드컵 거리응원단에 의해 일시적이나마 ‘차 없는 거리‘가 현실이 됐다. 그리고 한번 광장의 자유를 맛본 시민들은 ‘상설 광장‘을 꿈꾸기 시작했다.

7월 초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가 가장 먼저 ‘세종로를 문화광장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문화연대는 2001년 ‘살고 싶은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광화문을 서울의 공간적 중심으로 설정했다. 문화연대측이 제시한 광화문 광장 조성 3단계 안은 다음과 같다. 1단계, 100m 도로의 녹지 부분을 없애고 50m만 차도로 허용한다. 2단계, 세종문화회관 이면도로와 교보빌딩, 미대사관 이면도로를 일방통행 방식의 차도로 전환하고 세종로 도로 전체를 차 없는 광장으로 만든다. 3단계, 세종로 주변의 정부청사, 미대사관, 문화부, 청와대, 기무사 건물 등을 이전하고 문화시설로 개조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세종로를 광장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94년 서울시가 정도 600년을 맞이했을 때 활발히 진행되다 시장의 교체와 함께 흐지부지됐고, 올 6월 월드컵이라는 호재를 만나 다시 급물살을 탔다. 그동안 광화문 광장은 세종로 보도 양측을 20~25m 가로수 회랑으로 만드는 안,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만 광장으로 만드는 안 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정기용 공간환경위원장(건축가)은 ”서울은 일제시대에 만들어놓은 밑그림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나 월드컵을 통해 드디어 열린 공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한다.

활발한 조성 논의 …교통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

광화문 → 광장 대변신  꿈은 이뤄지나
그러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서울시가 전격적으로 ”거리응원의 상징적 장소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준다”며 시청 앞 광장 조성계획을 선언한 것이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고종보호시위, 3.1운동, 4.19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 6월 항쟁이 일어난 역사적 장소다. 1960~80년대 서울의 자동차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청 앞은 거대한 ‘교통광장‘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월드컵 축제 기간 시청 앞은 ”구획된 차선이 지배하는, 목숨을 걸지 않으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머나먼 공간(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김은희 사무국장)”에서 ”잠재된 억압이 폭발한 카니발의 공간”(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으로 거듭났다.

서울시측은 시청 앞 도로를 뜯고 광장을 조성한 뒤 광장 지하공간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광화문 숭례문 주변의 광장과 연계할 계획이다. 일단 시청 앞 광장 안은 광화문 안과 비교해 당장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원대 이원영 교수는 ”역사성과 접근성을 고려할 때 서울시 시민광장의 최적지는 보행자가 많고 접근이 용이한 시청 앞이 최적”이라며 ”세종로의 경우는 파리의 샹젤리제처럼 보도가 넓은 형태의 거리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의 건물 중 시청과 덕수궁을 제외하면 모두가 일반인 소유여서 부대시설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차도로 둘러 쌓인 형태라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광화문 광장론‘이 8월 이후 소강상태인 반면, 서울시가 주도하는 시청 앞 광장은 상당 부분 진척됐다. 서울시는 2003년 1월15일까지 시청 앞 광장 설계를 현상 공모중이다. 서울시 계획도를 보면 프라자호텔 앞은 남대문 방향에서 소공로 쪽으로 일방통행을 실시하고, 원구단 앞에서 무교동길을 따라 청계천로에 이르는 구간은 조선호텔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일방통행을 실시한다. 광장과 주변 보행자도로는 모두 횡단보도로 연결되고 4200평의 사다리꼴 형태로 광장이 만들어진다.

사실 문화연대의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의 시청 광장은 시작점만 다를 뿐 결론은 일치한다. 결코 경쟁적인 관계에 있지 않으며 광화문에서 시청 앞, 그리고 남대문(숭례문)을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봐야 한다. 광화문 광장론자들도 시청 앞 광장 사업에 대해 ”광화문 역사문화 거리 조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시청 앞이든 광화문이든 서울 한복판에서 도심 광장을 조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교통문제다. 서울시 도로교통연구부가 시청 앞 광장 조성시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 차량의 진행 속도가 약 10%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20km의 주행속도를 나타내는 시간대의 경우 광장이 조성되면 18km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일 뿐 실제상황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또 외곽도로에 미치는 영향도 시뮬레이션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서울시의회도 교통대책을 이유로 광장 조성 예산 전액(55억원)을 삭감해서 내년 상반기 착공이 불투명한 상태. 서울시의회 이성구 의장은 ”광장 조성은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교통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시내 교통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교통대책이 구체화된 뒤 광장 조성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현 교수는 ”현재 시청 앞 광장이 교통광장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예를 들어 세종로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가려면 프라자 호텔을 끼고 P턴을 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지금 상황에서도 절대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종대 김영욱 교수(건축공학)도 ”시속 몇 km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광장이 바람직한지를 생각해 판단해야지 교통문제 때문에 답보 상태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 보행자 네트워크 형성

만성적인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 태어난 네덜란드 델프트 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79년 넘쳐나는 자동차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델프트시는 차량 증가에 따라 도로를 계속 늘려가던 교통정책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광장과 보행자도로를 조성하고 과속방지턱을 만들어 자동차가 도심으로 들어오면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을 폈다. 결과적으로 주행속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도심으로의 유입차량이 줄어들어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광장의 성공 여부는 비워진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까와 어떻게 주변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궁극적으로 광화문 광장은 경복궁 복원 사업과 함께 진행돼야 하며, 경복궁 경내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이전, 기무사 터와 미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의 활용 방안도 검토과제다. 정기용 공간환경위원장은 ”비워만 놓는다고 광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에워싸고 있는 주위 공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현 교수는 ”사람들은 돈 쓰고 노는 것을 가장 재미있어한다. 종로에는 새벽까지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반면 세종로 일대는 저녁이면 개미 새끼 한 마리 보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열린시민마당에서 놀 만한 게 뭐 있나. 차라리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장으로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말한다.

세종대 김영욱 교수는 ”시청 앞에 광장이 조성되면 을지로 무교로 태평로 등 광장 주변 길의 접근성이 높아져 보행량이 현재 시간당 1만273명에서 1만2188명으로 약 19%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행자 네트워크의 형성은 광장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세종로에서 태평로를 거쳐 시청광장으로, 종교 무교동길 시청광장, 덕수궁으로 보행자들이 오갈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서소문에서 덕수궁을 거쳐, 남대문에서 태평로를 통해서도 광장을 찾을 수 있다.

한편 광화문 광장화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건축잡지 ‘공간‘의 이주연 주간은 광화문 광장화에 대해 원칙적 찬성, 현실적 회의론을 편다. ”서양식 광장은 집과 집이 만나고 골목과 골목이 모이는 중심에 형성된다. 자연히 커뮤니티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처럼 인위적으로 차를 막고 광장을 만들면 도로와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광장을 중심으로 도로가 들고 나오는 구조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유입돼야 하는데 그냥 통과해버리게 된다. 세종로에 당장 광장을 만들기보다 가운데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드는 게 현실적이다.”

또 서울 토박이인 소설가 윤명혜씨(79쪽 상자기사 참조)는 ”광장은 서구식 개념이다. 우리문화의 특징은 광장보다 얽히고 설킨 골목길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 도심광장이 현실론 앞에서 멈칫거리는 사이 이 일대는 여기저기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뒤쪽 내수동, 내자동 등지에 고층아파트와 오피스텔들, 정부청사 별관까지 경쟁적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역사적 복원사업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문화연대측은 ”이미 파괴된 도심의 상처를 치유하기에도 힘이 모자랄 판에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처가 덧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광장은 계산이 아니라 결단의 대상이다. 더 늦기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







주간동아 2002.12.26 365호 (p74~77)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송홍근 기자 khmzip@carr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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