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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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재벌 ‘참스승 시험’ 합격할까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 기부운동·밤샘상담 등 사교육 이미지 바꾸기 안간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2-12-18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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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외 재벌 ‘참스승 시험’ 합격할까

    온-오프라인 교육기업 메가스터디가 ‘참교육’을 표방하는 독특한 전략으로 순항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메가스터디의 프로그램 제작 장면.

    12월13일 오전 1시30분. 서울 서초동 한 오피스텔 앞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밤새울 것을 각오한 듯 두꺼운 이불과 라면 박스를 챙겨온 이들도 눈에 띈다.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중년 여성과 어린 학생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밤 10시부터 이곳에서 시작된 ‘손사탐 선생의 대입원서 쓰기 면담’이다.

    ‘손사탐’은 강남 학원가에서 ‘대학입시의 귀재’로 통하는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43)의 별명. 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강사라는 뜻을 가진 이 애칭에 걸맞게 그는 ‘대학입시 전문가’를 자처한다. 입시철이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입시 설명회를 열 정도. 이 ‘명강사’와 원서 작성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전국의 학생, 학부모들이 몰려든 것이다.

    손대표가 이끄는 메가스터디는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신화적인 기업이다. 2000년 7월 온라인 입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한 후 2년 만에 전국 고등학생 9명 중 1명이 가입한(유료회원 20만명) 대형 사이트로 성장했다. 손대표가 밝힌 이 회사의 올 매출은 200억원, 내년 목표는 600억원이다.

    손대표는 “모 창투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7월 메가스터디가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예상되는 시가 총액이 1500억원”이라며 “아시아나 항공사 정도의 규모가 되는 것 아니냐”고 자랑했다. 이 말대로라면 최초 자본금 3억원으로 출발했던 이 회사는 3년 만에 무려 500배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자란 것이다.



    올 매출 200억원 ‘교육계 신화’

    그러나 메가스터디가 화제가 되는 건 이러한 사업적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학원은 우리나라에 입시교육이 생긴 이후 지속돼온 ‘사교육’에 대한 관점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학원의 컨셉은 학원 수업이 공교육을 능가하는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고, 학원강사가 학생들에게 ‘참스승’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

    메가스터디는 이를 위해 매출의 1%를 사회에 기부하는 ‘배워서 남 주기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송비용 1억원을 지원하는 등 사회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사망 당시 학생과 학부모들의 조문이 이어져 화제가 됐던 학원강사 고 조진만씨도 메가스터디의 창립 멤버. 그는 ‘족집게’ 논술 강사로 유명했지만, 강의가 끝난 후에는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수강료가 없어 고민하는 이들에게 공짜로 수업을 듣게 해주는 등 학생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기울이다 과로로 사망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때 이 사건을 보도한 한 신문 기사의 제목은 ‘젊은 참스승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을 ‘참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메가스터디도 결국은 학생들에게 입시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학원일 뿐이기 때문. 손대표는 이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내년 7월 메가스터디가 코스닥에 등록될 경우 자신이 가진 40%의 지분을 이용해 ‘과외 재벌’로 거듭날 수도 있다.

    과외 재벌 ‘참스승 시험’ 합격할까

    12월13일 대입 원서접수를 앞두고 열린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위 맨 왼쪽)의 ‘원서 쓰기 상담’에는 전국 각지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이에 대해 손대표는 “자본주의에서 정직하게 돈을 번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그는 “‘스승’은 수업료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 어느 공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밤새 학생들에게 원서 작성 요령을 조언하면서 틈틈이 “이렇게 늦게까지 아이들과 상담해주는 선생님을 본 적 있느냐”며 “과연 입시교육에만 치중하는 교사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면담하는 학원강사 중에 누가 참스승이냐”고 물을 만큼 스스로가 좋은 스승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사실 손대표와 입시 면담을 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반드시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와야 하고, 각자 자신의 수능성적과 내신, 영역별 가중치 등을 희망 대학에 맞춰 분석한 A4 용지 10여장 분량의 ‘2003 수능 대비 X-FILE’을 작성해야 한다. 밤 9시부터 오피스텔 앞을 지키고 있었다는 재수생 이모군은 “전국 대학의 몇 년간 경쟁률을 분석하며 이 자료를 만드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준비와 수시간의 기다림 끝에 정작 손대표를 만나는 건 겨우 5~10분 정도.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손선생님께 확인을 받아야 안심하고 원서를 넣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든 것만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느냐”며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날 오피스텔 앞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왔다”며 “어제 어떤 사람은 26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는데 나는 아직 몇 시간 안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손대표는 “나는 면담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나는 도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며 “이 사람들은 내 말을 들으면 무조건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전국의 어느 교사보다도 더 철저하게 입시경향을 분석하고 성실히 상담에 임할 것이라는 걸 믿기 때문에 나를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선 교사들은 “황당하고 불쾌”

    과외 재벌 ‘참스승 시험’ 합격할까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를 ‘대학입시의 달인’이 아닌 ‘1년간 지도해준 선생님’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 듯했다.

    이러한 손씨의 자신감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황당하고 불쾌한 얘기’라고 반박한다.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김영삼 교사는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학원이 더 빨리 적응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활황을 누리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원 강사들이 학교 교사보다 더 훌륭한 스승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는 강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재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면담에 임한다고 해서 그것을 ‘참교육’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 김교사의 말이다.

    경기 군포고등학교 이성 교사도 “유명 강사들은 자신들이 수능시험 문제를 적중시켰네, 어느 학교 논술 경향을 맞혔네 하고 자랑하지만 사실 일선 교사들의 실력도 그에 못지않다”면서 “학생을 가르친 경력을 내세워 광고하고,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은 ‘스승’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교사는 “대입이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 때문에 학원강사들이 교육전문가 행세를 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스승’으로 인정받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박에도 불구하고 손대표 식 ‘참교육’은 순항중이다. 그는 현재 대학입시에 집중돼 있는 메가스터디의 수업 내용을 중학교 과정까지 확대하고,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사고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학습지 개발에도 나설 작정이다.

    단순 암기식으로 진행되는 학교 수업이 실현할 수 없는 ‘제대로 된 교육’을 메가스터디를 통해 실현해보이겠다는 포부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 우리 교육의 위기는 아이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입시제도만 바꾸면 사교육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교육부의 안이한 발상 때문에 초래됐다”며 “사교육 시장에서 교육부 장관이 발탁된다면 학생들을 훨씬 덜 힘들게 하는 바람직한 입시제도가 생길 것”이라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손대표가 밤새 면담을 기다린 마지막 한 명까지 상담을 마치고 난 시간은 13일 오전 9시30분. 그는 잠시 눈을 붙인 후 오후 4시에는 직접 서울대에 나가 아이들의 원서접수 현황을 점검, 감독할 계획이라고 했다.

    입시학원 강사가 ‘참교육’을 고민하고 ‘아이들의 진로’까지 책임지는 모습. 2002년 겨울, ‘사교육 공화국’의 씁쓸한 자화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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