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4

..

‘인생 설계’ 전문가에게 맡겨라

1대 1로 지속적 상담·조언 ‘맞춤 컨설팅’ 확산 … 이미지 구축서 외모 관리까지 종류 다양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2-12-12 12: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생 설계’ 전문가에게 맡겨라

    PI 전문가인 홍지원 인덕대 교수. CEO의 PI는 기업 이미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왼쪽) . 재테크와 해외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컨설팅 영역을 개척한 김경 아이리치코리아 대표.

    컨설팅이라고 하면 기업의 경영전략을 세우고 자문하는 일로 인식됐으나 최근 들어 개인 컨설팅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일회적 컨설팅이 아니라 주치의나 개인변호사처럼 1대 1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 ‘맞춤 컨설팅’이 인기다.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야는 PI (Personal Identity·개인 이미지) 컨설팅. 1990년대 초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이름으로 ‘수입’돼 초기에는 직업별 패션전략을 세워주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이미지도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명칭도 PI 컨설팅으로 바뀌고 영역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아나운서 출신인 이정숙씨가 이끄는 SMG (www.signiapr.com)는 CEO들의 강연, 방송출연, 언론 기고문, 개인 홈페이지 관리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으며, 시각디자인 전문가인 홍지원 인덕대 교수가 설립한 홍지원피아이(www. hongjeewonpi.com)는 개인의 비주얼 이미지 구축에 주력한다.

    중견기업 CEO인 40대 중반의 S씨. 그는 훤칠하고 도회적인 외모에다 엘리트로서 손색없는 학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주위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했다. 의뢰를 받은 홍교수는 먼저 S씨의 성향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성격 유형 검사를 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일이 많다. 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관습과 훈련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 즉 마스크를 쓰고 살아와서 자신의 본성을 잊기 쉽다.

    홍교수는 S씨와 5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하고 그의 아내, 직원, 친구들에게까지 다각도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조금씩 S씨의 본성에 접근해 갔다. 종합평가 결과 S씨는 완벽이라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속으로는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소심한 성격의 사람으로 판정됐다. S씨의 PI 목표는 ‘여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말할 때는 한 템포 느리게 할 것을 권했지요. 컬러 컨셉도 내추럴한 톤으로 잡아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PI 컨설팅 비용 최고 2500만원 ‘고가’



    ‘인생 설계’ 전문가에게 맡겨라

    장기 가족치료 상담 전문가인 최성애 박사(왼쪽). 헤드헌터에서 커리어 코치로 변신한 이기대씨.

    홍교수는 PI를 ‘현재의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한 개인의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변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1996년부터 PI컨설팅을 해온 홍교수의 고객은 기업 CEO, 정치인, 변호사, 의사, 회계사, 외환딜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컨설팅은 주 1회, 12주 동안 진행되며, 서비스 내용에 따라 비용은 5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로 다소 비싼 편이다. PI 컨설팅을 의뢰하면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등 외모 관리부터 CEO의 사무실 인테리어 등 주변환경 정리까지, 몸짓과 표정 훈련은 기본이고, 부가서비스로 명함이나 편지지, 카드와 같은 개인소품도 디자인해준다. 또 틈틈이 읽어야 할 책이나 음악(CD로 만들어준다)을 제공한다.

    기업들이 통일된 이미지를 위해 CI (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 작업을 하듯 이제는 개인도 이미지 통합 관리를 하는 시대다. 특히 최고 경영인, 기업 총수, 국가 원수 등 리더일수록 기업이나 국가의 이미지에 맞는 PI를 필요로 한다. 홍교수는 “리더의 PI 작업을 통해 내적으로 구성원간의 정신적 일체감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 기업 혹은 국가 홍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PI 전문가와 함께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업그레이드 해주는 전문가로 커리어 코치가 있다. 상시적 구조조정과 취업난 속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국내에서는 커리어 코치가 취업면접을 교육하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취업 도우미로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커리어 코치의 역할은 인재 선발보다 인재 관리 쪽에 무게를 둔다. 프리랜서 커리어 코치인 이기대씨는 “인재 선발에 주력하는 헤드헌터들이 이직자에 대한 후속 관리업무를 커리어 코치에게 맡기는 추세다. 관리자와 사원들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직장 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커리어 코치가 조정자로 나선다”고 설명했다.

    헤드헌터가 인재 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커리어 코치는 필요에 따라 직원들의 친구이자 조언자, 매니저, 멘토가 되어주는 전문 상담가로 회사와 개인 모두로부터 환영받는다. 회사 안에 있는 ‘인 하우스 코치(In House Coach)’와 전문 코치펌 소속 코치, 프리랜서 코치로 나눌 수 있는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 코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커리어 코치 상담료는 시간당 15만원 선이며 일주일에 한 차례가 기본이다.

    전통적인 커리어 코치는 심리상담 중심이었으나 최근 커리어 컨설팅은 실무능력을 키워 몸값을 높여주는 데 주력한다. 이너서클 펀더멘털(http://www.icfkorea.com)이 대학졸업생과 사회 초년생을 위해 마련한 8주짜리 CDA (Career Development Success) 과정은 ‘비즈니스 고액 과외’로 불린다. 두 달 교육비가 1000만원이나 되지만 2년 동안 100여명이 수강할 만큼 인기.

    교육은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등 기초실무와 4인1팀으로 하는 액션 러닝 프로그램(리더십 개발, 학습조직 창출 및 조직문제 해결 훈련), 북스터디(8주 동안 30권의 전문서적과 70편의 논문을 읽고 프리젠테이션과 토론 교육)가 있고 인맥관리, 연봉협상,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매너 등도 가르친다. 이 밖에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특성에 따른 맞춤 컨설팅과 자녀의 커리어 플래닝까지 토털 커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생 설계’ 전문가에게 맡겨라

    ‘웨딩 플래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웨딩 컨설턴트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있다.

    경력관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컨설팅은 재테크. 개인 재테크 컨설팅은 보험업계가 가장 빨랐다. 90년대 후반 ‘보험 아줌마’ 시대가 끝나고 ‘라이프 플래너’라는 개념이 정착하면서 보험판매인이 인생을 설계해주는 컨설턴트로 격상됐다. 아예 보험계약을 ‘재정안정보장설계’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80년대부터 전문 투자 상담사들을 고용해 고객들에게 재정설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걸음마 수준.

    2000년대부터 ‘웰스(Wealth) 매니지먼트’개념이 자리를 잡으면서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 각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는 프라이빗 뱅킹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금융기관에 따라 적용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프라이빗 뱅커는 금융상품, 채권, 주식, 부동산, 세무 등 돈에 관한 모든 업무를 맡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전문가, 돈의 명의, 현대판 집사 등 다양한 별명이 따라다닌다.

    ‘아이리치코리아(www.richnhealth.com)’는 재정설계와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독특한 컨설팅 모델을 개발했다. 보험업계 출신인 김경 사장은 “국내 종신보험도 서서히 포화상태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보험 VIP고객들을 위해 부가서비스로 해외진료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의료와 재정 결합한 이색 컨설팅도 등장

    아이리치코리아는 ‘경제적 풍요와 건강한 삶’을 기치로 12월부터 유료회원(리치클럽)을 모집중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UCLA 메디컬센터, 스탠포드 메디컬센터 등 아이리치코리아와 계약을 맺은 해외 30여개 병원의 진료 예약 서비스 대행은 물론 국내 병원 진료 예약, 금융재테크 상담, 해외 레저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사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개인 컨설팅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교육심리학 박사 최성애씨의 공식 직함은 ‘인생 코치’ 혹은 ‘인생 전략가’다. 우리에게 생소한 직업이지만 미국 상류층 사회에서는 생활필수품이나 다름없다. 최박사는 가족을 대상으로 최소 2년의 장기치료를 실시한다. “예전에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지만 다원적인 사회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특히 성취도가 높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최박사의 말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박사는 유학 온 자녀를 상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에 있는 부모 상담과 가족치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특히 자녀문제는 성장단계에 따라 늘 새로운 변수가 나오기 때문에 2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고.

    4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올 1월부터 웨딩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듀오를 통해 만난 부부들에게 결혼, 출산, 육아, 교육, 자녀결혼, 장례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듀오 홍보팀의 이상호 팀장은 “결혼을 성사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혼 후 관리도 우리의 일”이라며 “결혼정보회사에서 행복주식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웨딩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결혼하고, 자녀의 양육문제는 인생코치와 상담하며, 전직과 이직·은퇴 걱정은 커리어 코치에게 맡긴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 자산관리 전문가를 찾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 컨설턴트의 도움을 청하는 시대. 인생종합관리 주식회사가 생길 날도 멀지 않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