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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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강원은 票 까봐야 안다”

여론조사로도 표심 읽기 힘들어 … 이·노측 “우리가 우세” 아전인수격 해석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2-12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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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강원은 票 까봐야 안다”

    8·8 재보선 당시 방송국 조사요원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를 상대로 출구조사를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란 유리한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불리한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것을 언더도그(Underdog) 효과라고 정의한다. 이런 현상을 노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여론조사 신경전이 치열하다. 서로 ‘접전과 우세’를 장담하며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다. 불리한 지역은 판별분석 자료를 들이밀며 ‘백중세’를 강조한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선거법에 묶여 각 당의 주장을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다.

    12월3일 첫 TV 합동토론 하루 뒤인 12월4일 각 언론사가 실시한 권역별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우세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판별분석에서 상당히 좋아졌다고 했고 민주당은 단순지지도에서 후보등록 직전의 여론조사와 비슷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각 당은 내부적으로 여론조사 결과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의 한 측근은 “바닥 민심은 좋은데 여론조사만 하면 죽을 쑨다”며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판별분석에 들어가면 노후보를 오차범위 이상 따돌린다며 표정관리에 열심이다.

    어리둥절하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노후보는 충청권에 유독 부담감을 느낀다. 선거공조를 놓고 국민통합21측과 접촉하고 있는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정몽준 대표와 공조가 이뤄지면 부산과 울산, 충청을 맡길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충청에서 노후보측 분위기는 좋다고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노후보 측근들은 행정수도 대전 이전 공약이 충청 표심을 자극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민주당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행정수도 공약 발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충청 민심은 행정수도 이전을 반신반의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국민통합21의 김행 대변인은 ‘속내를 드러내기 꺼리는 충청 정서’에서 원인을 찾는다. 역대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충청 표심은 항상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노후보를 수행, 전국 투어중인 충청 출신 P의원도 “충청 민심은 표를 까봐야 안다”며 조사에 드러난 민심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갤럽 김덕구 상무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지역 출신 후보가 없는 점, 후보단일화 이후 증가한 부동층 등으로 인해 충청 민심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 김상무는 향후 부동표는 국민통합21 정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 이인제 의원의 역할에 따라 또 한 번 출렁거릴 것으로 전망한다.

    영호남 뚜렷한 우열 속 격차 좁히기 총력



    강원도의 표심도 겉과 속이 다른 지역으로 평가된다. 각종 여론조사에도 비협조적(?)인 지역으로 유명하다. 정몽준 대표 지지 성향이 강했던 강원도는 그의 중도낙마 이후 표심이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부동층으로 자리잡은 세력도 만만찮다. 12월4일 각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도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일부 지역의 판별분석을 거론하며 노후보의 선전을 주장했다. 김행 대변인은 “이 부동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호남은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성향이 가장 유사한 지역’으로 꼽힌다. 후보단일화 이후 호남 표심도 단일화 흔적이 뚜렷하다.

    TV에 나온 모 인사가 이를 놓고 95% 수준이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전국에서 노후보 지지 성향이 가장 강한 곳이 호남이다. 한나라당은 이 지역에서 두 자릿수 득표가 목표. 그러나 전망은 비관적이다. 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3%도 얻지 못했고 지금도 추세는 비슷하다. 민주당의 정세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97년 DJ 득표율(광주 96.3%, 전남 92.9%)이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이후보보다 노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후보단일화 직후인 11월27일, 부산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30%를 넘나드는 노후보 지지율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표밭에서 노후보가 30%를 획득하면 표는 ‘배수’가 돼 그만큼 파괴력은 커진다. 50%대 초반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 이 지역의 한나라당 목표 득표율은 72%. 노후보를 25% 내외로 묶어야 가능한 수치고, 묶는다는 게 당의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목표에서 한참 빗나가 있다. 11월25일 각 언론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평균은 이후보 49.9% 대 노후보 32%. 이 비율은 오차범위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여론조사가 잡아내지 못한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부산지역 노풍은 2, 3일 주기로 일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마치 게릴라성 폭우와 유사하다. 이런 흐름이라면 어느 시점에 여론조사를 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95년 지방선거(부산시장)와 2000년 총선 등 노후보가 부산에서 치른 세 번의 선거에서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노후보가 앞섰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쫓아가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속마음을 숨겼거나 여론조사 과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뜻한다. 이번 여론조사도 이런 흐름을 피하기는 어렵다. 부산은 호남을 의식한다. 호남이 응집하면 부산은 ‘역선택’의 응집력을 보여왔다. 호남의 응집력이 커질 경우 노후보가 영남 출신이기는 하지만 DJ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여론조사로는 잡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또 다른 표심이다.

    수도권 표심을 둘러싼 각 당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민주당 이해찬 기획본부장은 “표차가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며 일방독주를 주장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중이라며 판별 분석자료를 들이민다. 경기도는 지난 6월 지방선거와 8월 재·보궐선거에서 김홍업, 홍걸씨 등 DJ 두 아들과 측근들의 부정부패에 분노를 표시한 지역. 한나라당은 이 흐름에 기대를 건다. 반면 민주당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가 이번에도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후보단일화 후 TK(대구 경북)지역에도 미세하나마 노풍이 일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후보가 그동안 민주당 후보가 한 번도 근접하지 못했던 ‘20%대’ 지지율을 넘어섰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이후보는 50%대의 저조한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풍은 일부 젊은층 사이의 현상일 뿐 이후보 지지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곳 역시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구 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 선거바람이 거세지 않다. 무응답 또는 부동층이 30% 전후. 이 지역 표심의 특성은 막판, ‘세몰이’에 능하다는 점이다. 역대 여론조사는 이런 지역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도 막판에 특정 후보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후보측은 50%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자신감의 증거다. 한나라당의 목표 득표율은 80% 전후.

    1997년 15대 대선에서 당락을 가른 표차는 1.6%포인트(39만표) 전후.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은 오차범위 내의 접전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각 방송사는 시·도지사 당선자를 정확하게 맞혔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여론조사는 12월19일 저녁에 나올 결과를 미리 읽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설문지 작성 및 전화면접 과정과 방법, 자료처리 등에 따라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지역정서 등 과학과 데이터가 접근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항상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위협해왔다. 2000년 총선에서도 3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는 227개 선거구 중 20여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당선자 예측이 빗나갔다. 여론조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백개 현상 가운데 하나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곧잘 스냅사진에 비유된다. 그럼에도 각 당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목을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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